루타테라, 정식 허가 뒷전...환자들만 더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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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타테라, 정식 허가 뒷전...환자들만 더 아프다
  • 최은택 기자
  • 승인 2020.05.11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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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내분비종양 원정치료-비싼 약값 이중고
"노바티스-식약처 2년간 방치...무책임 분노"

신경내분비종양환우회·환자단체연합회

"해외 원정치료와 고액 약값으로 고통받고 있는 신경내분비종양 환자들과 가족들, 환자단체들이 절박한 마음에 보건용 마스크를 쓴 채 식약처 정문에 모였습니다. 식약처장이 '긴급도입의약품'과 '희귀의약품'으로 지정한 신경내분비종양 최후의 치료제 ‘루타테라(루테슘-177 옥소도트레오타이드)’에 대해 식약처가 신속하게 시판 허가해 줄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하기 위해서입니다." 

5월 11일 오전 10시 충북 오송 식약처 정문으로 몰려간 환자들이 이렇게 기자회견문의 말머리를 열었다.

최근 재난적 의료비 지원사업 대상여부로 이슈가 됐던 루타테라 논란은 국내 정식 시판허가와 신속 등재 요구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신경내분비종양환우회와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최초의 방사성의약품인 루타테라는 종양 부위만 표적해 방사선량을 증가시킬 수 있고 종양 이외의 부위는 건드리지 않기 때문에 치료효과가 기존 항암치료나 방사선치료에 비해 훨씬 좋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는 2001년 만성골수성백혈병 치료제로 다국적 제약사 노바티스가 시판한 최초의 표적치료제 글리벡과 유사하고, 루타테라 출시는 신경내분비종양 치료에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왔다"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에 따르면 루타테라는 2018년 1월 26일 미국 FDA로부터  '소마토스타틴 수용체 양성 위장관 췌장 신경 내분비 종양(GEP-NETs)을 가진 성인 환자를 치료하는 방사성 의약품'으로 시판 승인을 받았다.

이에 맞춰 한국의 신경내분비종양 환자들과 신경내분비종양환우회는 루타테라의 신속한 국내 공급을 한국노바티스와 식약처에 요구했다. 그러나 한국노바티스가 미국 FDA 승인을 받은 지 1년 10개월이 지나도록 식약처에 수입품목 허가 신청을 하지 않자 식약처장은 100여명의 환자들이 해외 원정치료를 떠나는 현실을 고려해 2019년 11월 28일 루타테라를 '긴급도입의약품'으로 지정했다.

이때부터 신경내분비종양 환자들은 루타테라를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를 통해 구입 가능하게 됐는데, 문제는 고액의 약값 때문에 극히 일부의 환자들만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를 통해 루타테라를 구입해 치료를 받았고, 대부분의 환자들은 여전히 말레이시아로 해외 원정치료를 떠나고 있다는 데 있다.

루타테라 약값은 1회 주사에 최소 2600만원, 1사이클 4회 주사에 최소 1억4백만원 이상이나 된다. 반면 말레이시아에서는 유사약제를 1회 주사에 약 800만원, 1사이클 치료 4회 주사에 약 3천2백만원에 투약받을 수 있다. 환자들이 아픈 몸을 이끌고 비행기에 오르는 이유다.

그런데 코로나19로 말레이시아가 3월13일 한국인 입국을 전면 금지하면서 이조차 불가능하게 됐다. 이로 인해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를 통해 고액의 루타테라 약값을 지불할 경제적 능력이 되지 않는 신경내분비종양 환자들은 치료를 포기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 처하게 됐다. 

이와 관련 한국노바티스는 식약처장이 루타테라를 ‘긴급도입의약품’으로 지정하기 위한 검토를 진행 중인 2019년 11월이 돼서야 식약처에 희귀의약품 지정 신청과 수입품목 허가 신청서를 냈다. 

이들 단체는 "식약처장이 100여명의 환자들이 해외 원정치료를 떠나는 현실을 고려해 루타테라를 ‘긴급도입의약품’과 ‘희귀의약품’으로 지정했다면 당연히 시판 허가 절차도 신속히 진행해야 한다. 노바티스가 제출한 서류에 미비점이 있는 게 아니라면 5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시판 허가를 하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라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는 또 "루타테라는 신경내분비종양 환자들의 생명 연장과 삶의 질에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왔지만 고액의 약값 때문에 환자들은 대부분 국내에서 루타테라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의료수준이 우리나라에 비해 높지 않고, 약화사고로 1명이 사망하고 4명이 중상을 입는 심각한 환자안전사고까지 발생한 말레이시아로 신경내분비종양 환자들이 해외 원정치료를 떠나야 하는 참담한 현실을 2년간이나 방치한 한국노바티스와 식약처의 무책임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신경내분비종양 환자들이 코로나19 장기화로 해외 원정치료가 불가능해지자 생명에 심각한 피해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장이 지난 3월 17일 공공적 목적에서 예외적으로 건강보험 급여신청까지 했지만 설상가상으로 심사평가원은 재정 부담과 다국적 제약사의 악용 우려 때문에 적극적으로 심사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 단체는 "식약처가 신속하게 루타테라 시판 허가를 하고 한국노바티스가 원칙적인 건강보험 급여화 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하면 신경내분비종양 환자들은 약제비의 5%만 부담하고 루타테라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신경내분비종양 환자들의 루타테라 접근권의 첫 번째 관문은 식약처의 신속한 시판 허가"라고 했다.

그러면서 "식약처는 생사의 기로에 서 있는 신경내분비종양 환자들이 더 이상 해외 원정치료와 고액 약값으로 고통 받지 않도록 긴급도입의약품과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된 신경내분비종양 최후의 치료제 루타테라에 대해 신속히 시판 허가를 하고, 한국노타비스는 이에 대해 적극적으로 협조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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