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회 주사 2400만원 '루타테라'...재난적 의료비 빗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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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회 주사 2400만원 '루타테라'...재난적 의료비 빗장?
  • 최은택 기자
  • 승인 2020.04.20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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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보공단, 지원불가 회신에 환자단체들 '부글부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를 통해 환자에게 공급되고 있는 고가의 방사성의약품에 대해 '재난적 의료비 지원'이 불가하다는 답변을 내놔 해당 환자와 환자단체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논란이 되고 있는 약제는 노바티스의 신경내분비종양 치료제 '루타테라(루테슘-177 옥소도트레오타이드)'다. 

현재 임상시험 중인 의약품이어서 지원대상이 아니라고 한 것인데, 환자단체들은 '재난적 의료비 지원사업' 안내책자 내용과 다를 뿐 아니라 재난적의료비지원법 제정취지에도 어긋나는 처사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와 대한신경내분비종양환우회는 20일 성명을 통해 "건보공단은 코로나19 사태로 해외 원정치료가 불가능하게 된 신경내분비종양 환자들이 희귀·필수의약품센터를 통해 구입한 루타테라에 대해 재난적 의료비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한다. 또 재난적 의료비 지원제도의 여러 가지 문제점을 개선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나섰다.

이들 단체에 따르면 이번 논란은 루타테라의 비싼 약값과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따른 해외원정치료 차단 등이 맞물려 있는 조금은 복잡한데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정리하면 이렇다. 우선 루타테라는 '소마토스타틴 수용체 양성 위장관 췌장 신경 내분비 종양(GEP-NETs)을 가진 성인 환자를 치료하는 방사성 의약품'으로 2018년 1월 26일 미국 FDA로부터 처음 시판 승인을 받았다. 

다른 항암제도 마찬가지지만 루타테라도 비싼 약값 때문에 논란소지를 안고 세상에 나왔다. 실제 약값만 회당 약 2600만원, 한 사이클 치료에 총 1억400만이 소요되는 초고가 약제다. 약값도 약값이지만 이 주사제는 국내 도입시기가 늦어져 불가피하게 환자들이 해외 원정치료에 나서기도 했다. 그런데 원정국가가 바로 말레이지아였다. 고액의 약값을 감당할 수 없는 환자들이 1회 800만~1천만원 선에서 루타테라와 성분이 유사한 '루테슘-177 도타테이트'를 맞을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말레이지아로 날아간 것인데, 그런 환자들이 현재 100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루타테라는 식약처가 2019년 11월28일 긴급도입의약품으로 지정했고, 현재는 희귀·필수의약품센터를 통해 구입해 쓸 수 있게 됐다. 물론 약값은 말레이지아 유사약제보다 2~3배 이상 더 비싸다.

이번 논란은 여기서부터 매듭이 다시 시작된다. 경기 시흥에 거주하는 한 환자는 건보공단 시흥지사 담당자로부터 희귀필수의약품센터를 통해 구입한 루타테라 약제비도 재난적 의료비를 통해 지원 가능하다는 답변을 들었다. 코로나19로 원정치료를 할 수 없게 된 상황에서 너무 기쁜 소식이었다. 우선은 희귀필수의약품센터에 약값을 지불하고 나중에 재난적 의료비로 지원받을 수 있으니 큰 결심을 하고 2600만원을 지난 3월16일 희귀·필수의약품센터에 약값으로 지불했다.

그러다가 이 환자는 건보공단 시흥지사로부터 "루타테라는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는 의약품이어서 재난적 의료비를 지원받을 수 없다"는 연락을 지난 4월9일 받게 됐다. 깜짝놀란 그는 다시 건보공단 본부에도 문의했는데 같은 답변을 들었다.

말레이지아까지 날아간 루타테라보다 저렴한 유사성분을 투약받고 있는 환자
말레이지아까지 날아간 루타테라보다 저렴한 유사성분을 투약받고 있는 환자

돈이 많으면 문제될 게 없겠지만 회당 2600만원이라는 약값은 그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불가피하게 그는 "(건보공단의 답변은) 희귀·필수의약품센터에서 구입한 의약품의 약제비에 대해서도 재난적 의료비 지원이 가능하다는 재난적의료비 지원사업 안내 책자의 내용과 다르고, 재난적 의료비 지원법의 제정 취지에도 반한다"며, 신경내분비종양환우회와 환자단체연합회에 제도 개선과 재발 방지를 요청하는 민원을 제기했다.

실제 환자단체연합회 등이 복지부·건보공단·복권위원회가 공동 발간한 '2020년 재난적의료비 지원사업 안내' 책자를 확인한 결과, 74페이지 '지원항목' 대상인 '의료비 관련 약제비'에 '약사법 제91조에 따라 설립한 희귀·필수의약품센터에서 구입한 의약품'이 포함돼 돼 있었다.

이들 단체는 "노바티스는 루타테라에 대한 희귀의약품 지정 신청과 품목 허가 신청을 2019년 11월경 접수했다. 이후 식약처장은 우선 같은 해 12월 2일 루타테라를 희귀의약품으로 지정했고, 이로 인해 노바티스는 3상 임상시험 실시를 조건으로 2상 임상시험 결과만으로 식약처 허가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아울러 현재 품목 허가 심사도 진행 중"이라고 했다.

또 "식약처가 2020년 2월 4일 '서울대학교병원,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서울아산병원,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임상시험을 실시하도록 승인한 내용은 2상이 아닌 '2등급 및 3등급 진행성 GEP-NET(위장관 췌장 신경 내분비 종양) 환자에게 루타테라(Lutathera)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평가하는 제3상' 시험"이라고 했다.

이들 단체는 결론적으로 "루타타레는 현재 2상 임상시험이 완료돼 식약처에서 품목 허가 절차가 진행 중이고, 이미 긴급도입의약품으로 지정받아 희귀·필수의약품센터에서 구입이 가능한 의약품이다. 따라서 희귀·필수의약품센터를 통해 구입한 루타테라 약제비 대해서도 연간 최대 2천만원과 개별 심사를 통해 1천만원 추가 지원을 포함해 최고 3천만원 한도에서 재난적 의료비를 지원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건보공단은 루타테라가 현재 임상시험이 진행 중인 의약품이라는 이유로 재난적 의료비를 지원할 수 없다고 회신한 해당 민원에 대해 재검토를 실시해야 한다. 또 재검토 결과 해당 민원이 재난적 의료비 지원 대상이라고 판명되면 전국 지사와 본사의 재난적 의료비 지원 담당 직원들이 이러한 행정 착오나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교육을 실시해 환자에게는 생명과도 같은 재난적 의료비를 지원받지 못하는 사례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으면 조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 단체는 또 "건보공단은 재난적 의료비 지원제도와 관련해 그동안 제기됐던 여러 가지 문제점을 적극적으로 검토해 환자 중심에서 재설계해야 하고, 문재인케어 추진과정에서 건강보험 사각지대 해소라는 원래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루타테라는 희귀필수의약품센터가 지난 3월 17일 급여 등재 신청을 접수해 현재 심사평가원에서 급여등재를 위한 실무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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