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세 0원의 비밀?'...대형병원들 수상한 회계 도마에
상태바
'법인세 0원의 비밀?'...대형병원들 수상한 회계 도마에
  • 최은택 기자
  • 승인 2020.10.07 06: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고영인 의원, 고유목적사업준비금 등 편법처리 비판

국회가 대형병원들의 회계를 문제 삼고 나섰다. 수천억원대 순이익이 생겼는데도 법인세를 한 푼도 내지 않거나 수탁연구과제를 수행하고도 한 건도 없다고 신고하는 등 편법이 난무하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고영인 의원은 7일 보도자료를 통해 이 같이 지적하고, 이번 국정감사에서 집중 조명하겠다고 예고했다.

63개 대학병원 3년간 법인세 한 푼도 안내=고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전국 76개 대학병원 및 대학협력병원의 회계자료'에 따르면 낮은 의료 수가로 경영난을 겪고 있다고 주장하는 주요 대학병원들의 2017년~2019년 법인세차감전순이익 합계액은 총 2조 7819억원에 달했고, 이중 63개 병원은 단 한 푼도 법인세를 내지 않았다.

고 의원은 이는 법인세차감전 순이익의 상당 부분을 고유목적사업준비금으로 처리해 과세대상에서 제외시킴으로써 가능했다고 했다.

고유목적사업준비금은 비영리법인이 건물, 토지, 의료기기 등 고정자산 취득을 목적으로 적립하는 금액을 말한다. 조세특례제한법에 따라 순이익의 100%까지 적립 가능하다.

가령 신촌세브란스병원의 경우 최근 3년동안 3084억원의 법인세차감전순이익을 올렸지만, 이보다 많은 3736억원을 고유목적사업준비금으로 설정했다. 1955억원의 순이익을 올린 서울아산병원도 1640억원을 고유목적사업준비금으로 처리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 결과 두 병원이 낸 법인세 납부액은 '0원'이었다. 고 의원은 이런 회계상 편법으로 76개 대학병원들이 최근 3년간 낸 법인세는 법인세차감전순이익의 평균 1.4%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국정감사 이후 깜깜이 회계보고 관련 법령의 개선을 통해 문제 해결에 나서겠다"고 했다.

525억 수탁연구 수익 장부상엔 '0원'=고 의원은 대학병원들 상당수가 수탁연구과제 수익을 대학의 산학협력단으로 돌리고 있는 실태도 문제삼았다.

수탁연구과제는 정부나 기업으로부터 새로운 치료법이나 약품 개발을 위해 연구를 위탁받아 수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이 연구과제 수익을 대학병원들이 대학산학협력단 회계로 별도 처리해 수익을 축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고 의원이 복지부로부터 확보한 자료를 보면, 2019년 기준 전체 76곳의 대학병원 및 대학협력병원 중 51곳의 회계자료에는 수탁연구수익이 '0원'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한국연구재단의 '2019년 국가연구용역과제 전체현황 자료'를 보면, 수탁연구과제 수익이 0원인 대학병원들이 총 412건의 과제를 위탁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총액 기준 525억 원에 달하는 금액이었다. 이중 30%가 넘는 130건의 과제는 심지어 대학병원 회계 담당 주무 부처인 복지부 위탁과제였다.

고 의원은 "대학병원들은 낮은 수가로 병원 경영이 어렵다고 하지만 분명 현행 제도상의 잘못된 기준 산정으로 이익을 얻고 있거나 고의적인 회계상 편법으로 부당이득을 챙기고 있을 수 있다"며 "법이 만들어놓은 제도적 분식회계 아래 부당한 이득을 취하는 상황을 막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