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사전약가인하, '기준 따로, 요구하는 인하율 따로'?
상태바
(2)사전약가인하, '기준 따로, 요구하는 인하율 따로'?
  • 최은택 기자
  • 승인 2020.06.22 06: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약계, 과도한 약가인하 요구 불만 누적
"약제기준부, 역할 벗어나 개입" 지적도

제약계가 주장하는 사전약가인하 논란(2)

사용범위확대 약가사전인하와 관련한 제약계의 불만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대부분은 예상 추가청구액과 청구액 증가율을 매칭해 만든 고시 조견표상의 인하율보다 실제 인하율이 더 높다는 불만들이다. 

가령 예상 추가청구액이 30억원이면서 청구금액 증가율은 60% 정도여서 조견표상으로는 2.9%를 인하하는게 맞는데, 그 보다 한 단계 높은 3.6%나 3.3%를 요구받는다고 주장한다. 

또 예상 추가청구액이 15억원 미만이어서 약가인하 대상이 아닌데도 직·간접적인 '강요'로 자진인하 형식으로 약값을 조정하고 있다는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다.

21일 뉴스더보이스가 제약계 도움을 받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실제 해당 약제는 최근 2년 8개월 간 급여범위 확대로 상한금액이 인하된 약제 4개 중 1개 꼴로 적지 않다. 

이런 일은 어떤 과정에서 벌어질까. 제약계의 주장은 사실에 근거하고 있는걸까.

일단 제도부터 들여다보자. 보건복지부 설명을 인용하면 '사전약가인하제'는 의약품 보험적용 범위가 확대되는 경우 예상 추가청구액 등을 평가해 약가를 인하하는 제도다. 비용-효과성 평가를 갈음해 신속히 환자의 치료접근성을 높이는 한편, 향후 예상되는 보험재정 부담발생에 대처하기 위해 도입됐다.

제도운용 골간은 배제, 사전약가인하, 협상 등으로 이뤄져 있다.  구체적으로는 예상 추가청구액이 15억 미만이면 '배제'(약가인하 미적용), 15억 이상 100억 미만이면 '사전약가인하(최대 5%)', 100억원 이상이면 '협상' 등으로 나뉜다.

제약사나 환자, 의학회 등이 급여확대를 신청하면 심사평가원 급여기준부에서 타당성과 재정영향 등을 분석해 보건복지부에 보고하고, 보건복지부 검토를 거쳐 다시 심사평가원 약가산정부로 넘겨져 구체적인 인하율을 정하는 절차다.

일반약제는 약제급여평가위원회 기준소위원회, 항암제는 암질환심의위원회 절차도 밟는데, 고가 항암제가 대거 등장하면서 최근 몇년사이 항암제에 한해 심사평가원 약제기준부 단계(암질환심의위)에서부터 재정이슈(약가인하 포함)가 급여확대 등의 절차 진행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럼 불만은 어디에서 나오는걸까. 여기서 제약계의 불만과 관련해 한 가지 짚고 가야할 게 있다. 예상 추가재정에 대한 분석상의 간극이다. 

제약사들이 심사평가원이 요구하는 인하율이 정해진 기준보다 더 높다거나 예상 추가청구액이 15억 미만이어서 대상이 아닌데도 약가인하를 요구받는다는 주장의 경우 제약사들과 심사평가원 간 재정영향 분석 상의 차이에서 나타났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 협상으로 넘겨질 대상인지 아닌지 논란도 해당될 수 있다. 

실제 제약계 한 관계자는 "제약사들은 가능한 범위를 좁게, 심사평가원은 넓게 설정해 재정영향을 분석하는 경향이 있다. 이렇게 하면 당연히 제약사가 분석한 재정영향 수치는 적게, 심사평가원 값은 많게 나올 수 밖에 없다. 이런 논란을 최소화하려면 검토단계에서 기준에 대해 충분히 논의하고 공감대가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런데도 논란은 남는다. 사전약가인하 조건표상의 최대 5% 상한이 지켜지지 않는 지점이다. 뉴스더보이스 분석대로라면 분석대상 약제 중 적어도 14개 품목이 이에 해당된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조견표와 상관없이 제약사가 전략상 스스로 더 낮은 인하율을 선택하는 경우가 아예 없다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대부분은 심사평가원이나 보건복지부의 요구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이뤄진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고 주장했다.

심사평가원 약제기준부가 역할을 벗어나 지나치게 개입하고 있다는 불만도 취재과정에서 새로 확인됐다. 

다른 제약사 관계자는 "약제기준부는 확대대상 급여기준의 타당성과 재정영향 등을 분석해 복지부에 보고하는게 본연의 업무이고 역할로 알고 있다. 그런데 약제기준부 단계에서 약가인하율을 제약사에 제시하고 해당 인하율을 수용하지 않으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않는 사례가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는 명백히 재량권 남용이고 월권이다. 또 '비용-효과성 평가를 갈음해 신속히 환자의 치료접근성을 높이는 제도'라는 제도도입 취지에도 반한다. 재정이슈와 약가인하는 산정부에서 정리할 수 있도록 급여기준부는 신속히 넘겨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다른 제약사 관계자는 "예상 추가청구액이 15억 미만인데도 성의를 보이라는 식으로 약가인하를 요구한다거나 최근에는 약제기준부 단계에서 아예 인하율을 못박고 가려고 관련 서류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들었다"며 "사전약가인하제도가 본래 취지를 살려서 환자 접근성과 보험재정에 모두 도움이 될 수 있는 제도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 심사평가원 측은 사전약가인하제도는 절차와 규정에 따라 운영되고 있다는 원칙적인 입장을 전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