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약제간 급여 우선순위 결정, 당장은 선언적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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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약제간 급여 우선순위 결정, 당장은 선언적 의미"
  • 최은택 기자
  • 승인 2020.03.24 0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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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거 신설 사후평가 세부평가기준 일부 유보

[초점] 베일벗은 약가제도 보완방안=(4) 급여우선순위 등

지난해 11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소위원회 자문회의에 보고된 이후 간헐적으로 알려졌던 이른바 약가제도 보완방안이 4개월만에 베일을 벗었다. 아직 건보공단 내부규정 개정안이 오픈되지 않은 상태여서 복지부와 심사평가원 규정을 토대로 짚고가야 할 내용을 정리해봤다. (편집자주)

약제간 급여 우선순위를 정한다는 규정은 갑자기 왜 튀어나왔을까. 이번 의견조회 기간은 왜 80일로 길까. 사후평가 근거 중 일부 항목은 왜 세부평가기준을 별도로 두지 않았을까. 

뉴스더보이스는 보건복지부가 23일 입법·행정예고한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에 관한 규칙 개정안과 약제의 결정 및 조정기준 개정안에서 궁금증을 야기할 수 있는 키워드들을 뽑아 정리해봤다. 

재정상황과 약제간 급여우선 순위=개정안에는 건강보험 재정상황과 급여결정 세부원칙, 약제 간 우선순위라는 언급이 새로 등재한다.

먼저 '재정상황' 부분은 그동안 급여대상여부를 결정하면서 의학적 타당성, 의료적 중대성, 치료효과성, 비용효과성, 환자의 비용부담 정도 및 사회적 편익 등을 고려하도록 했던 급여 대상여부 결정 원칙에 건강보험 재정상황을 추가한다는 내용이다.

정부 측 관계자는 "최근 등재되는 약제는 고가약 일변도다. 재정상황을 고려할 수 밖에 없고, 그동안에도 그렇게 해왔다. 이 점을 명확히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급여 결정 세부원칙과 약제간 우선순위는 여기서 더 나아간 개념이다. 복지부장관이 기준을 정해서 심사평가원에 통보하면 심사평가원장은 이 기준에 따라 급여대상 여부를 평가하도록 했다. 그런데 이 규정은 왜 튀어나온걸까.

실마리는 재작년과 작년에 심사평가원이 신약 예상 급여등재 신청시기를 반기단위로 제약사들에 사전조사하겠다고 밝힌데서 찾을 수 있다. 가령 내년도에 신규 등재 신청이 예상되는 약제현황을 미리 파악하면 약제별 급여평가 우선순위를 사전 검토할 여지가 생길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이 작업은 기업들의 전략이 노출되는 것이서 처음부터 성공하기 어려운 시도였다. 

정부 측 관계자는 "통상 신규 등재나 급여확대 요청이 들어오면 순서대로 처리한다. 그런데 이런 게 '합당한 것이냐' 하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고민이었다"고 귀띔했다. 

이 관계자는 "해당 규정은 당장은 최소한 급여평가에서 세부원칙과 약제간 우선순위를 정할 필요가 있다는 방향을 제시하고, 수동적인 방식에서 능동적인 방식으로 관점을 전환한다는 의지의 표현이자 선언적 규정이다. 구체적인 세부원칙이나 우선순위를 정하는 건 실무검토해야 할 게 많고 그만큼 시일도 오래걸릴 것"이라고 했다.

앞서 복지부는 지난해 7월 건정심 소위원회에서 급여기준 확대와 관련한 우선순위안을 제시했는데, 이는 하나의 예시였을 뿐 그 이상의 의미는 아니었다고 이 관계자는 설명했다.

사후평가 근거 신설=두 가지 항목이 개정안에 반영됐다. 우선은 주성분이 변경되는 등 허가사항 변경으로 이미 고시된 약제의 상한금액이 현저히 불합리하다고 판단돼 복지부장관이 상한금액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한 약제다.

첫째 항목은 허가사항 변경과 상한금액 상한금액 조정이라는 두 가지 키워드로 정리할 수 있다. 구체적인 상한금액 조정기준은 '약제의 결정 및 조정기준(별표8)'로 새로 규정된다.

두번째 항목은 기타 외국의 의약품 허가사항 및 보험등재 현황, 임상근거 문헌 등을 고려해 복지부장관이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는 약제다. 콜린알포세레이트 등 이번 등재약 사후평가 시범사업 대상약제들이 해당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복지부는 이 항목에 대해서는 평가기준이나 절차 등 세부사항을 시행규칙 또는 고시 개정안에 담지 않았다. 이는 조만간 나올 시범사업 이후 본평가 수행 전에 기준을 확정하기 위한 복안으로 관측된다.

의견조회는 왜 80일인가=복지부 시행규칙 및 고시, 심사평가원 내부규정 개정안 등의 의견조회 기간이 3월23일부터 6월11일까지 80일로 돼 있는 것도 눈에 띠는 대목이다. 약제관련 규정 개정안 중 '역대급'으로 의견제출 기간이 길게 부여됐다. 사실 약제 의견조회기간이 길어진 건 한미FTA 영향이 컸다. 

한미FTA 협상은 상대방 국가 기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규정 개정의 경우 충분히 검토해서 의견을 제시할 수 있도록 의견조회 기간을 60일 이상 설정하도록 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협정시행 이후 약가제도 개편안 의견조회 기간은 60일이나 조금 단축해서 40일간 부여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처럼 80일로 길게 잡은 건 처음이다.

정부 측 관계자는 "충분히 검토해서 의견을 제출할 수 있도록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복지부가 임의로 정한건 아니고 외부요청이 있었고 타당하다고 봐서 그렇게 결정했다"고 귀띔했다.

약평위 심의 생략 못하는 산정약제=개정안은 복지부장관이 고시하는 약제 산정기준에 따라 상한금액이 정해지는 약제의 경우 약평위 심의를 거치지 않고 평가한다는 규정에 단서로 전문적 검토 등이 필요한 경우 약평위 심의를 거쳐 평가할 수 있다는 문구를 추가했다.

이는 산정기준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해 소송이 제기됐던 전례를 반영한 것이다. 예외적 상황에 대한 단서규정을 통해 급여 평가(검토) 통로를 하나 더 확보한 것이다. 

규제허들 가능성은?=제네릭 계약제 도입 등 이번 신설규제 또는 항목들은 과도한 규제 등으로 규제개혁위원회 심의과정에서 태클이 걸릴 수 있을까? 역시 실마리는 첨부된 규제영향분석서에서 찾을 수 있다. 

복지부는 자체 규제심사에서 이번 시행규칙 및 고시 개정안 중 규제내용으로 '약가인하 우회등재 신청반려'만을 다뤘다. 종합결론은 약가제도를 악용해 높은 약가로 재등재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로 불필요한 건강보험 재정지출을 방지할 수 있는 적절한 규제라고 했다.

정부 측 관계자는 "우회등재 신청반려 외에는 사실상 비규제대상으로 판단된 것이다. 적어도 다른 항목들이 규개위 단계에서 허들에 걸릴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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