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여정지 폐지 소급적용 막은 '신뢰의 이익'...포기 가능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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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여정지 폐지 소급적용 막은 '신뢰의 이익'...포기 가능성은?
  • 최은택 기자
  • 승인 2022.04.18 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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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민 변호사 "과징금 처분해도 재량권 일탈·남용 소지 낮아"

대한의료법학회 4월 월례학술대회 조명(2)

리베이트 급여정지 폐지 입법과정을 보면 '신뢰의 이익'이라는 생소한 용어를 발견하게 된다. '신뢰의 이익'은 급여정지 소급입법을 기각시킨 직접적인 이유가 됐는데, 박성민(약사, 법학박사) HnL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이 '신뢰의 이익'을 제약사가 자의로 포기하는 선택이 가능할 수 있도록 허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 변호가가 16일 대한의료법학회 4월 월례학술대회에서 발표한 내용을 다시 보자. 

급여정지제도는 시행(2014년 7월)된 지 약 3년 4개월만인 2017년 12월8일에 '반성적' 차원의 개정안이 나왔다. 리베이트 적발 횟수에 따라 1~2차는 약가인하, 3차는 급여정지 처분하는 방식으로 제재를 변경하는 내용이었다. 이 법률안은 채 3개월도 안되는 다음해 2월28일 본회의를 통과했고, 한달 뒤 시행됐다.

여기서 주목할 건 최초 법률안에 포함됐던 소급적용 경과조치 규정이다. 알려진 것처럼 급여정지 제도를 도입한 입법안과 이에 대한 반성적 입법안인 1차 개정안을 발의한 건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이었다. 

남 의원인 스스로 '결자해지'한 셈이고, 최초 입법당시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점(환자 의약품 접근권 및 건강권 침해 가능성)을 해소하기 위해 부칙에 소급적용 근거도 뒀었다. 

만약 남 의원 개정안이 원안대로 통과됐다면 현재도 남아있는 위헌주장 등 불필요한 논란은 없었을텐데, 현실은 그렇게 흘러가지 않았다. 이 때 등장한 단어가 바로 '신뢰의 이익'이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문위원실은 해당법률안에 대해 "개정규정을 소급 적용하게 되면 의약품공급자의 신뢰이익을 침해할 수가 있기 때문에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복지부도 2014년 7월 건보법 개정 이전에 리베이트 행위로 적발된 약제에 대해서는 종전 규정에 따라 처분한다"고 검토의견을 제시했고, 전문위원 검토의견대로 소급적용 규정은 적용례로 변경돼 확정됐다.

'신뢰이익'은 제약사 입장에서 급여정지보다 약가인하가 더 강한 제재처분으로 인식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다.

가령 급여목록에 단독등재돼 있는 약제의 경우 종전 법률은 급여정지에 갈음해 과징금 처분을 내릴 수 있도록 정하고 있었다. 약가인하는 항구적인데 반해 과징금은 일회적이라는 측면에서 제약사 입장에서는 과징금 대체가 가능한 약제에 대해서는 급여정지가 더 이익이 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이런 경우보다는 2차 개정이 이뤄진 현행 법률(1~2차 약가인하, 3차 급여정지 및 과징금 대체 가능)을 적용받는게 제약사에게 더 이익이 될 가능성이 훨씬 더 크다. 다시 말해 보건복지위 전문위원실이 거론했던 '신뢰의 이익'을 포기하는 게 대체적으로 더 나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 박 변호사는 과징금 갈음 사유 인정범위를 확대해 '구법상 과징금 상한을 적용해 과징금을 갈음'하거나 '2021년 개정된 현행 법상 3차 처분 급여정지에 갈음한 고액 과징금'으로 갈음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우선 구법은 과징금 갈음 시 상한을 연 청구액의 40%로 정하고 있다. 박 변호사는 "구법상 과징금 갈음 사유에 해당하지 않지만 제약사가 급여정지 처분 대신 과징금 갈음을 명시적으로 분명히 요청하면 재량행사로 이를 수용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했다.

현행 법률은 3차 위반 시 과징금 처분을 하고 구법상 과징금 갈음 사유에 해당하지 않으면 고액 과징금으로 갈음하도록 정하고 있다. 예컨대 1개월 급여정지 처분시 구법상 과징금 갈음 사유가 있으면 연 청구액의 15%, 그런 사유가 없으면 50%로 갈음하도록 돼 있다.

박 변호사는 "제약사가 요청하지 않는 경우 그럴 수 없지만 분명히 과징금 갈음을 요청한다면 위헌적 요소가 있는 급여정지 처분 대신 제약사에 강한 제제를 가하면서 환자 피해 등도 피할 수 있는 처분을 하는 것이어서 (과징금으로 갈음해도) 재량권 일탈·남용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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