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베이트 제재 끝판왕"...그러나 부작용 예측못해 사문화
상태바
"리베이트 제재 끝판왕"...그러나 부작용 예측못해 사문화
  • 최은택 기자
  • 승인 2022.01.10 06: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재 실효성보다 병의원·약국·환자 불편 더 컸다"
반성적 입법으로 신속히 바로잡은 건 긍정적

[입법 흑역사 시리즈①=리베이트 약제 급여정지(상)]

2014년 7월2일, 지금은 가물거리겠지만 이날은 제약바이오업계에 '공포(?)'가 시작되는 날로 기억된다.

이 시기는 제약바이오업계가 자의반 타의반으로 불법리베이트와 이별하고 있는 중이었다. 하지만 리베이트의 흔적은 여전히 남아 있었고, 정부와 국회는 '완전박멸'을 위해 고삐를 더 죄고 싶었다.

이른바 "리베이트 제재 끝판왕" 입법은 그렇게 나왔고, 2013년 가을 입법안이 발의된 지 1년도 안된 다음해 7월2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그만큼 사회적 요구가 컸고, '어설픈' 반대논리로 제어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그리고 2017년 첫 재물이 나왔는데, 이 '끝판왕'은 처음부터 상당한 논란에 부딪쳤다. 보건복지부는 당초 한국노바티스의 19개 품목에 대해 6개월간 급여정지 처분을 내릴 계획이었다. 해당 약제들은 모두 제네릭이 등재돼 있었기 때문에 급여정지 처분을 하더라도 특별히 문제될 건 없었다.

예상치 못했던 저항=하지만 현장의 반응은 달랐다. 특히 환자단체의 저항이 컸다. 공교롭게 급여정지 처분 대상 약제에 만성백혈병치료제 '글리벡'이 포함돼 있었던 게 화근이었다.

환자단체들은 크게 두 가지 이유에서 반론을 제기했다. 우선 글리벡을 제네릭으로 바꿔서 복용했을 때 부작용 발생 우려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리베이트는 제약사와 의사 사이에서 발생한 불공정한 '스캔들'인데 제3자인 환자가 피해를 입는 건 불합리하다고 했다. 전문학회를 중심으로 의료계도 안전성에 우려를 표명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글리벡 제네릭은 식약처가 안전성과 유효성 측면에서 오리지널과 동등하다고 인정한 약제다. 환자에게 바꿔서 투여해도 무방하다"는 논리를 폈지만 중과부적이었다.

결국 정부는 의견수렴을 통해 이른바 과징금 대체가 가능한 '특별사유'를 마련했다. '환자군이 약물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해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약제(뇌전증, 항암제, 항암보조제)'도 급여정지 대신 과징금으로 대체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이를 통해 글리벡 등 10개 약제는 급여정지 처분을 피할 수 있었다.

여진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보건복지부는 후속조치로 "리베이트 근절에 대한 보다 실효적인 제제를 위해 약가인하 처분도 선택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에 대해 국회 논의 과정 등을 거쳐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시행 3년만에 나온 '반성적' 개정안=입법은 신속히 이뤄졌다. 같은 해인 2017년 12월8일 개정입법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리베이트 급여정지 법안을 발의했던 의원이 총대를 맸다. 어찌보면 '결자해지'에 나선 것이다.

당시 해당 의원은 "리베이트 제공 약제의 급여정지 과정에서 환자들의 의약품 접근권이 제한되고, 비의학적 사유로 약을 대체하는 과정에서 부작용 발생도 우려되고 있다. 일회성 처분인 급여정지에 비해 약가인하는 그 효과가 항구적이어서 제약사에게 효과적인 제재수단이 될 수 있다"고 입법안 발의이유를 설명했었다. 

보건복지부도 "제도 시행 과정 중 환자의 의약품 접근권을 비의학적인 사유로 제한한다는 점에서 불합리한 측면이 발견됐다. 리베이트 제공으로 인한 책임은 환자가 아니라 제공주체인 제약사의 불이익으로 기속돼야 한다는 점에서 약가인하 처분 등을 규정한 개정안의 내용을 수용한다"는 검토의견을 제시했었다.

개정안은 적발횟수에 따라 1회 최대 20%, 재적발시 최대 40% 약가를 인하하고, 2회 이상 약가인하 후에 또 적발되면 급여정지나 과징금 처분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골자였다.

이 개정안 역시 국회를 신속히 통과해 입법안 발의 4개월만인 2018년 3월27일 시행에 들어갔다. 반성적 입법이었던 만큼 시간을 끌 이유가 없었던 것이고,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을 바로 잡으려는 국회의 노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사문화'로 가는 두 번째 입법=국회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지금은 국민의힘으로 당적을 옮긴 당시 무소속 이용호 의원은 2년 뒤인 2020년 10월 개정안을 또 발의했다.

골자는 '공공복리를 위해 필요한 경우' 약가인하와 급여정지 대신 과징금으로 대체할 수 있게 하고, 해당 과징금은 재난적 의료비 지원사업에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었다. 

이 의원은 "약가인하, 급여정지 등의 행정제재는 환자의 건강권 침해, 의사의 처방권 훼손 및 취약계층의 의료안전망 저해 등 공공복리를 저해시키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되고 있다"면서 "환자의 건강권을 보장하고 취약계층의 의료안전망 강화를 통해 공공복리가 더 증진되도록 하기 위해 개정안을 발의했다"고 설명했다.

이 개정안은 국회 심의과정에서 약가인하 부분은 빠지고 급여정지에 대해만 과징금 대체 사유로 '공공복리에 지장을 줄 것으로 예상되는 때'를 추가해 신속히 입법과정을 마쳤고, 국회 제출 1년 2개월만인 작년 12월9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중요한 건 하위법령(건강보험법시행령)에 위임된 '공공복리에 지장을 줄 것으로 예상되는 때'의 정의인데, 보건복지부는 건강보험법 시행령에 '처분일이 속한 연도와 전년도에 요양급여 비용이 청구된 의약품'으로 구체화했다. 한마디로 처분일 기준으로 길게 잡으면 최근 2년간 청구실적이 있으면 급여정지 대신 과징금 대체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제약사의 선택지 문제가 되겠지만, 리베이트 급여정지 제도는 이렇게 두 번의 입법과정을 거쳐 7년 5개월여만에 사실상 사문화됐다.

이에 대해 국회 한 관계자는 "급여정지 제도는 쌍벌제가 도입됐는데도 리베이트가 근절되지 않고 있어서 뭔가 더 쎈 극약처방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필요에 의해 도입된 제도였다. 다만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발생해 개정과정을 거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당시 사회적 분위기 등과 입법 필요성 등을 고려하면 결과만 놓고 '흑역사'로까지 치부할 건 아니다. 국회가 반성적으로 신속히 법률안을 바로 잡기 위해 노력했다는 점에 더 무게를 둘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하지만 입법과정에서 해당 입법이 미치는 영향 등을 좀 더 촘촘히 분석하지 못하고 불과 7년여만에 사실상 사문화 과정을 거치게 된 입법에 대해 국회가 곱씹어 볼 필요는 있어 보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