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베이트 급여정지 처분, 헌법상 과잉금지·평등원칙 위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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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베이트 급여정지 처분, 헌법상 과잉금지·평등원칙 위반"
  • 최은택 기자
  • 승인 2022.04.18 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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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민 변호사 "개정 법률상 약가인하 소급적용 해석 가능"

대한의료법학회 4월 월례학술대회 조명(1)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했다가 적발된 약제에 급여정지 처분을 내리는 건 헌법상 과잉금지원칙과 평등원칙을 위반할 소지가 있다."

박성민(약사, 법학박사) HnL법률사무소 변호사가 지난 16일 열린 대한의료법학회 4월 월례학술대회에서 주제발표를 통해 언급한 말이다. 이날 주제 자체도 '국민건강보험법상 요양급여 적용정지 처분의 위헌성'이었다.

리베이트 급여정지 처분은 지난해 5월 시행된 개정 건강보험법으로 사문화됐는데 뜬금없이 위헌 주장은 왜 나온걸까?

잘 알려진 사실처럼 리베이트 급여정지 처분근거가 2014년 7월 법률에 신설됐다가 두번째 개정을 통해 2021년 5월 사실상 사문화되기까지 6년 10개월 기간, 실질적으로는 적발횟수에 따라 '1~2차는 약가인하를 적용하고 3차 때에 급여정지' 처분을 내리도록 변경한 첫번째 개정시점인 2018년 3월까지 3년 8개월 기간동안 제공된 리베이트에는 여전히 급여정지 처분을 내리겠다고 보건복지부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박 변호사 주장처럼 구법상 급여정지 처분에 위헌적 요소가 있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날 의료법학회 발표내용이 주목되는 이유다.

제약사 아닌 환자·요양기관이 상대방이 되는 처분=박 변호사는 '가입자와 피부양자의 질병 등에 대해 요양급여를 실시'하고, '요양급여는 요양기관에서 실시'한다는 현행 건강보험법 41조와 42조에서부터 논리전개를 시작했다.

이들 조문에 의하면 특정약제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을 중지하면 보험자는 환자에게 해당약제에 대한 '요양급여를 실시'할 수 없고, 요양기관 역시 해당약제에 대해 '요양급여를 실시'할 수 없게 된다. 급여정지 처분의 직접 상대방이 리베이트와 아무 관계없는 환자와 의료기관, 약국이 되는 셈이다.

이에 반해 리베이트를 제공한 제약사는 간접적으로 처분을 받게 된다. 더구나 해당 약제를 비급여로 판매할 수도 있다.

박 변호사는 "급여정지 처분의 피처분자인 환자와 요양기관이 해당 의약품을 요양급여로  사용할 수 없게 됨에 따라 제약사는 간접적으로 급여정지 처분을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현실적으로 요양급여 대상이 아니면서 대체가능한 의약품이 있는 약제는 환자가 비급여로 구입할 가능성이 낮아서 시장에서 퇴출되는 손실을 입게 되겠지만, 환자 등이 직접적인 당사자가 되는 이런 구조는 약제 급여정지 처분이 갖고 있는 본질적인 문제일 수 밖에 없다.

가장 큰 건 환자의 건강권 침해 가능성이다. 급여정지 처분으로 환자는 의약품 접근권의 제한을 받게 된다. 다른 대체가능한 약제로 바꿀 수는 있지만 비의학적 사유로 변경을 강요 당하는 것 자체가 불합리하고, 약을 바꿨다가 해당 약제의 제제적 특성이나 첨가제 등에 의해 부작용에 노출될 수도 있다. 

처분권자인 보건복지부도 원처방을 같은 성분의 다른 제품으로 바꿨을 때 일어날 수 있는 효과감소나 부작용 등을 우려하는 의사들의 주장 때문에 성분명처방이나 대체조제 활성화에 소극적인 걸 감안하면 급여정지 처분에 따른 건강권 침해 가능성은 정부도 간접적으로 인정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말장난같지만 당시 법률이 '급여정지 시 국민건강에 심각한 위해를 초래할 것이 예상될 때에는 과징금으로 대체'할 수 있도록 한 것도 난센스다. 이는 급여정지 처분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심각하지 않은 위해'는 감수하라는 얘기와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어쨌든 2018년 3월에 시행된 급여정지법 1차 개정은 국회와 정부가 환자의 의약품 접근권과 건강권을 불합리하게 침해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해 이뤄진 '반성적' 입법이었다.

환자에 비견할 건 아니지만 아무런 잘못이 없는 의료기관과 약국도 급여정지 처분에 따른 설명의무 이행 및 복약지도, 해당약제에 대한 재고부담 및 반품처리, 처방변경 등 많은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약제비 증가와 보험재정 손실 가능성=건강보험 재정 측면에서 보면 급여정지 처분을 받은 약제가 시장에서 퇴출된다고 해서 보험자가 얻게 되는 이익은 없다.

이에 반해 퇴출된 약제의 빈자리를 채울 다른 약제의 약값이 더 비싸다면 오히려 재정에 더 부담을 줄 수 있다. 급여정지 처분은 재정측 측면이 고려되지 않아 태생적으로 약제비 증가와 재정손실 가능성을 내재하고 있었던 것이다.

결론적으로 리베이트 약제 급여정지제도가 도입된 취지가 '해당 제약사를 강하게 처벌해 리베이트 관행을 근절하고 공정한 거래질서를 확립해 궁극적으로는 국민 의료비 감소와 국민건강에 이바지한다'는 걸 목적으로 하고 있는 점에 비춰보면, 예기치 않게 궁극적 목적인 '국민의료비 감소와 국민건강 이바지'에 부적합한 요소를 갖고 있었던 셈이다. 

급여정지 처분의 위헌성=박 변호사는 이런 점들에 비춰 급여정지 제도는 헌법상의 과잉금지원칙과 평등의 원칙을 위배할 소지가 다분하다고 주장했다.

박 변호사는 우선 과잉금지원칙을 구성하는 요소 중 목적의 정당성에 대해 "리베이트 제재라는 목적 자체는 정당하다고 인정 가능하다"고 했다. 반면 수단의 적합성에 대해서는 "국민건강권을 침해하고 약제비를 증가시킴으로써 리베이트 제재의 궁극적 목적을 오히려 저해했다"며 부적합 소지가 있다고 했다. 

또 침해의 최소성에 대해서도 "과징금 갈음 처분 또는 신법상 약가인하 소급적용 등 다른 제재 방법이 있다"며 역시 불인정했고, 법익의 균형성 측면에서도 "과징금 갈음이나 신법상 약가인하 등 대체가능한 다른 처분이 아닌 급여정지 처분을 통해 달성하려는 공익에 비해 환자, 의사, 약사, 제약사가 입는 불이익이 과도하다"며 역시 위배될 소지가 있다고 했다. 

평등의 원칙 위반여부에 대해서는 "리베이트 제공행위 시점에 따라 제제를 달리하는 것, 또 같은 시점에서 환자와 의약사 등에 대해 (제재를 통한 직·간접적인) 취급을 달리하는 데 합리적 이유가 없다"면서 위반소지가 크다고 했다.

구법 위헌성 있으면 신법 적용 가능=박 변호사가 이처럼 급여정지 처분의 위헌성을 따진 이유는 구법에 위헌성이 있는 경우 신법을 적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 있기 때문이다. 

일단 현행법률을 보면, 부칙에 경과조치가 없고 신법에 대한 적용례만 규정돼 있다. 구체적으로는 신설 또는 변경규정은 법 개정일 이후 행위부터 적용한다는 내용이다. 반면 개정 전 행위에 대해서는 명시적으로 정한 게 없다. 이와 관련 복지부는 행정법규불소급의 원칙에 비춰 소급적용을 하지 않고 '행위시' 법(행위가 이뤄진 당시 법률)을 적용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박 변호사 주장처럼 구법이 위헌적이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박 변호사는 근거로 이날 대법원 판례들을 소개했다.

가령 '2004두12957' 사건에 대한 2007년 2월22일 판결에서 대법원은 "헌법불합치결정을 매개로 하지 않았더라도 개정전 구법령에 위헌적 요소가 있어서 이를 해소하려는 반성적 고려에서 개정된 것이고 그 개정을 통해 개정 전의 구 법령보다 행정상대방의 법적지위를 유리하게 하는 데 그 입법취지가 있다면 법원은 예외적으로 위헌성이 제거된 개정 법령을 소급 적용하는 것이 타당한 경우가 있다"고 판시했다.

경과조치에 대한 명시적 규정이 없는 현행 법률을 개정하지 않더라도 구법에 위헌적 요소가 있다면 신법을 소급해서 적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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