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리베이트 급여정지, '흑역사' 바로잡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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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리베이트 급여정지, '흑역사' 바로잡기
  • 최은택 기자
  • 승인 2022.01.10 06: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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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입법논의는 '힘의 역학'을 확인할 수 있는 과정이기도 하다. 입법이 외부의 힘에 의해 좌우된다고 폄훼하려는 건 아니다. 다만 입법을 위한 사회적 합의 과정에서 더 큰 힘이 더 크게 작용할 수 있다는 걸 말하는 것이다. 가령 의사 등 특정 직능을 규제하는 입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소관 상임위원회도 넘기 힘들지만 어렵게 통과한다고 해도 종종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제동이 걸린다.

하지만 입법여론과 맞물린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가령 '수술실 CCTV법'의 경우 의료계의 강력한 저항이 있었지만 그보다 입법여론이 더 거세 오랜 논쟁끝에 입법으로 이어졌다.

국회의원 한 사람 한 사람이 국민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헌법기관이라는 점에서 여론에 기반한 입법은 정당하고, 또 '힘의 역학'에서도 여론이 가장 강력한 힘이 되는 건 맞다. 하지만 이런 힘에 기반한 입법이 반드시 합목적성을 담보하는 건 아니라는 점에 대해서도 우리는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어떤 경우에는 예기치 못한 부작용을 일으키기도 한다. 

뉴스더보이스가 입법 '흑역사' 시리즈의 첫번째 꼭지로 다룬 리베이트 급여정지 입법도 그런 경우다. 잘 알려진 것처럼 이 법안은 제약바이오업계의 고질적인 문제인 불법리베이트를 척결해야 한다는 공익적 목표아래 '극약처방'으로 세상에 나왔고, 법안이 발의된 지 6개월만에 입법과정을 모두 마쳤다. 그만큼 여론의 강풍이 거셌다.

그런데 2014년 7월 제도 시행이후 불과 3년도 안돼 저항에 부딪쳤다. 리베이트 제재는 당연히 당자사에게만 '아픈 칼'이 돼야 할텐데, 전혀 무관한 환자와 다른 의사들이 피해를 보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국회는 입법과정에서 예측하지 못했던 문제점을 인식하고 곧바로 '반성적 입법'에 나섰고, 리베이트 급여정지는 입법화된 지 7년여만인 지난해 12월9일 사실상 사문화됐다. 최초 입법논의 때 제도가 미칠 영향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지 못한 실책은 있었지만, 이를 바로잡기 위해 신속히 움직인 국회의 노력을 보면 '흑역사'로만 치부할 수 없을 것이다. 어쨌든 우리는 해당 법규정의 7년여 개정논의 과정에서 교훈을 얻을 필요가 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런 국회의 '반성적' 노력으로 법률은 사실상 사문화됐지만 해당 규정이 유효했던 기간(2014.7~2018.3) 동안 이뤄진 리베이트는 여전히 급여정지 처분 대상으로 남아 있고, 조만간 보험의약품들이 줄줄이 해당 처분을 받을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회가 급여정지라는 '흑역사 아닌 흑역사'를 만들었다가, 그걸 바로 잡는데 공을 들였던 건 리베이트를 주고받은 당자자 뿐 아니라 무관한 제3자가 피해를 입게 된다는 데 있었다. 더구나 그 피해의 당사자가 환자와 의사라는 점에서 급여정지는 신속히 철회될 필요가 있었다.

그런데 그 '철회'가 소급되지 않으면서 여전히 제3자의 피해를 야기하는 처분이 내려진다는 건 합당해 보이지 않는다. '악법도 법'이니 '악법'이 유효했던 기간동안 만큼은 제3자도 피해를 감수하라는 의미 밖에는 되지 않는 것이다.

불법 리베이트는 척결해야 할 대상이고, 리베이트를 주고 받은 당사자에게 온정을 베풀 이유는 없다. 하지만 당사자가 아닌 제3자의 피해를 강제하는 건 리베이트 제재 강화 입법의 취지를 벗어난 것이고, 불합리한 행정일 수 밖에 없다. 

국회가 입법 '흑역사'를 바로잡았던 것처럼 정부도 행정의 '흑역사'를 바로 세워야 한다. 그것은 리베이트 제재가 더 강력하게 당사자를 표적으로 하고, 당사자에게만 귀속될 수 있도록 운영의 묘를 찾는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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