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항암제 급여확대 걸림돌, 커다란 '시각차'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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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역항암제 급여확대 걸림돌, 커다란 '시각차'서 나왔다
  • 최은택 기자
  • 승인 2020.05.27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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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사들 최선 다했다지만 보험당국 눈높이 못미쳐

면역항암제 급여확대는 '넘사벽'일까. 3년째 논란만 거듭되고 있는 한국엠에스디의 키트루다주(펨브롤리주맙)와 한국오노약품/한국비엠에스제약의 옵디보주(니볼루맙) 사례를 보면 맞는 말인듯하다. 그런데 면역항암제 중 처음으로 급여범위가 확대된 한국로슈의 티쎈트릭주(아테졸리주맙)을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최근 열린 심사평가원 암질환심의위원회를 통해 재확인된 것처럼 '넘사벽'의 핵심쟁점은 재정분담이다. 그런데 그 이면을 들여다봤더니 이 '넘사벽'의 실체는 재정당국과 제약사들 간 커다란 시각차이가 만든 보이지 않는 성벽이었다.  

한국환자단체연합은 지난 14일 한국오노약품 본사 앞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제약사 간담회(20일 한국엠에스디, 21일 한국오노약품공업/한국비엠에스제약), 26일 심사평가원 간담회까지 최근 2주일간 면역항암제 급여확대를 위한 릴레이 행보를 진행했다. 정부(보험당국)와 제약사가 서로 양보하지 않고 대립하는 동안 환자들만 피해를 본다면서, 양측에 실질적인 노력을 촉구하기 위한 일종의 '당사자 운동'이었다.    

한국오노약품공업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하고 있는 환자단체와 환자들
한국오노약품공업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하고 있는 환자단체와 환자들

해당업체들은 각자 조직내 임원과 담당자들이 간담회에 총출동했다. 한국비엠에스제약과 한국오노약품공업은 대표들이 직접 참석하기도 했다. 환자단체의 의견을 듣고 동시에 자신들의 입장을 전하기 위해 나름 성의를 보인 것이다.

제약사들은 면역항암제는 특성상 적응증이 계속 늘어나고 급여범위가 계속 확대될 수 밖에 없는데, 그 때마다 상한금액을 인하하거나 환급률을 높여야 하는 상황에 대해 어려움을 호소했다. 보험당국이나 환자들의 차가운 시선이 부담이지만 '설득반 협상반'인 본사와의 커뮤니케이션은 또다른 벽이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재정분담안을 마련해 제시하는 등 나름 최선을 다해왔다며 억울한 심정을 환자단체연합회 측에 전달하기도 했다. 또 환급형과 총액제한형 위험분담제(RSA)를 중복 적용해 전향적으로 재정을 분담할 용의가 있다고 했다. 여기에는 중복 RSA가 자신들로서는 최선이라는 의미가 섞여있었다.

하지만 심사평가원과 간담회 자리에서 환자단체연합회는 제약사와 보험당국(암질환심의위원회)의 시각차, 간극이 얼마나 큰지 실감할 수 있었다. 재정당국이 봤을 때 중복RSA는 최근 1~2년 사이 등재된 고가약제에는 시쳇말로 기본으로 깔리는 계약방식이다.

가령 한국아스트라제네카의 비소세포폐암치료제 임핀지주(더발루맙)는 환급형과 총액제한형 RSA를 중복 적용해 급여 등재됐다. 바이오젠의 척수성근위축증치료제 스핀라자주(뉴시너센나트륨)와 한국얀센의 다발성골수종치료제 다잘렉스주(다라투무맙)는 경제성평가면제 트랙으로 급여 등재절차를 밟았는데도 환급형RSA를 추가했다. 경평면제와 RSA가 결합됐다는 의미에서 제약계에서는 '하이브리드 유형'으로 불리기도 한다.

한국입센의 진행성 신장암치료제 카보메틱스정(카보자티닙)은 '환자단위 치료기간 제한형'과 '후환급형'이라는 독특한 방식으로 계약됐다. '환자단위 치료기간 제한형'은 환자당 계약된 기간을 초과해 사용된 청구금액을 제약사가 건보공단에 전액 환급하는 방식이다. 계약된 기간이 8개월이라고 가정하면, 8개월 이후 투여된 청구금액은 모두 건보공단에 반납해야 한다.

'후환급형'은 '위험분담계약기간 동안 발생한 실제 환급총액이 기대 환급총액에 미치지 못한 경우 해당 차액만큼 제약사가 건보공단에 환급'한다고 등재 당시 건정심 자료에서 언급돼 있었다. 실제 기대 환급총액을 사전에 정해 놓고, 회사가 실제 환급한 금액 총액이 기대금액에 미치지 못하면 차액만큼 더 반납해야 한다는 의미다.

더 주목해야 하는 건 면역항암제 첫 급여확대 사례를 만든 티쎈트릭주다. 비소세포폐암과 요로상피암(방광암) 투여단계 2차 이상에서 설정돼 있는 PD-L1 발현율(5%) 제한을 삭제하는 내용이었는데, 한국로슈를 이를 위해 총액제한형 RSA에 '초기치료 환급형' 계약을 추가했다.

'초기치료 환급형'은 일정주기 초기치료비용분을 제약사가 건보공단에 환급하는 방식이다. 가령 계약에서 일정주기를 3개월로 정했다면 초기 3개월치 투여분을 건보공단에 돌려줘야 한다. 

이처럼 최근 등재된 고가약제들은 재정관리를 위해 적어도 두 가지 이상 유형으로 계약을 체결하고 있는만큼, 추가 재정소요액이 막대한 키트루다와 옵디보주 급여확대에서 환급형과 총액제한형을 결합한 수준의 재정분담안은 재정당국 입장에서는 성의가 없어 보이는 제안이다. 그렇다면 재정당국은 어떤 수준의 재정분담안을 원하는걸까.

답은 급여확대 첫 사례를 만든 티쎈트릭주 계약방식에 있다. 재정당국은 급여확대 검토 때 막대한 추가 재정소요액이 우선적으로 부담이긴 하지만, 비용을 그렇게 투여했는데도 치료성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더 크다. 결국 이런 우려에 대한 '리스크'를 제약사가 부담하는 방안을 제안해 주길 바라는 것이다. 가령 일정기간은 제약사 부담으로 투여한 뒤 반응이 있는 환자에 한 해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방식이 될 수 있다. 굳이 개념화하자면 재정기반(환급/총액제한) RSA에 성과기반 RSA를 결합하는 방식이다.

안기종 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급여확대를 위해 제약사들은 최선을 다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하는데, 심사평가원 측 의견을 들으면 암질환심의위원회 등이 생각하는 수준과는 간극이 매우 커 보인다. 이 간극을 메우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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