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형당뇨병 중증난치질환 인정, 정부 외면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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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형당뇨병 중증난치질환 인정, 정부 외면 말아야"
  • 문윤희 기자
  • 승인 2023.03.06 05:21
  • 댓글 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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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1형당뇨병환우회, 복지부에 의견서 전달…부처 간 폭탄돌리기
연속혈당측정기·인슐린펌프 등 소모품 일체 환자 부담 '고통' 커

췌장의 베타세포가 파괴돼 인슐린 분비가 되지 않아 고혈당이 되는 질환인 1형 당뇨병은 자가면역질환으로 분류되는 3개의 항체(항랑게르한섬항체, 보체결합성 랑게르한스섬항체, 항랑게르한스섬 세포표면항체)가 혈중에서 발견돼 의학계에서는 자가면역질환으로 분류하고 있다.

김미영 한국1형당뇨병환우회 대표
김미영 한국1형당뇨병환우회 대표

일단 환자는 1형 당뇨 진단을 받으면 지속적이고 규칙적이게 인슐린 투여를 해야 하는데 혈당이 너무 낮거나(저혈당) 너무 높아지지 않게(고혈당) 지속적으로 혈당을 측정해야 한다. 그래서 환자들은 적절한 인슐린 투여를 위해 연속혈당측정기와 인슐린펌프 등의 의료기기를 구입해야 한다. 생명 유지를 위해 본인 부담금 비율이 높은 의료기기와 소모품은 의료비로 인정해주지 않고 있어 환자들의 경제적 부담은 늘어가고 있다.

한국은 의료복지가 잘 구축된 나라이긴 하나 아직까지 사각지대에 놓인 영역이 상존하고 있다. 1형 당뇨병 역시 사각지대에 놓인 질환이다. 인슐린을 제외한 거의 모든 제반이 환자의 본인부담으로 설정돼 있다. 주사재료와 의료기기 등이 '의료비' 영역이 아닌 '요양비'로 설정돼 있는 까닭이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관련 환자단체가 목소리를 내고 있다. 1형 당뇨가 가진 대부분의 요건이 '중증난치질환'을 가리키고 있지만 인정은 받지 못하고 있어서다. 3년 동안 1형 당뇨의 중증난치질환 인정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김미영 한국1형당뇨병환우회 대표를 뉴스더보이스가 지난 3일 환자단체연합회 사무실에서 만났다.

-최근 1형 당뇨병의 중증난치질환 인정을 요구하는 보도자료를 냈다.

1형 당뇨는 치료법은 있지만 완치가 불가능하고, 지속적인 치료를 요하는 질환이다. 치료를 중단할 경우 사망 또는 심각한 장애를 초래하는 질병이며 진단과 치료에 드는 사회적, 경제적 부담이 상당하다. 지금 말씀드린 기준이 모두 중증난치질환의 요건에 해당한다. 더불어 심평원이 희귀난치질환 소아청소년들에게 의료비 지원해 주는 프로그램에도 1형당뇨 청소년이 포함돼 있다. 이렇게 1형 당뇨병은 중중난치질환의 요건을 충족하고 있고 대외적으로도 인정을 받고 있지만 보험영역에서는 배제돼 있는 상태다.

-대한당뇨병학회도 연속혈당측정기와 자동인슐린주입기기의 요양비 설정을 지적하고 있다.

의료현장에서 환자를 돌볼 때 현실적으로 직면하는 문제다 보니 학회도 같은 부분을 지적하고 있다. 지금 상황은 의료기기 사용법을 의사가 설명할 수도, 할 여력도 없다. 우리나라 3분 진료체계에서 의료기기 사용법을 어떻게 일일이 의사가 환자에게 교육할 수 있겠는가. 의료기기를 사서 쓴다고 해도 직접적인 설명을 듣는 경우가 드물다. 결국은 환자가 직접 자신이 사용해야 하는 혈당측정기나 인슐린주입기 설명서를 보고 숙지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적잖은 사고가 일어나기도 한다. 인슐린이 과다 또는 과소 투입이 되는 사례가 발생해 일부지만 환자들이 응급상황으로 가는 경우도 있다. 

한국1형당뇨병환우회는 카드뉴스를 제작해 1형 당뇨병의 중증난치질환 당위성을 알리고 있다. 

-의료기기를 포함해 1형 당뇨를 앓고 있는 환자의 질병부담 비용은 어느 정도 되는지 궁금하다.

환우회에서 실제 환자의 사례를 분석했다. 합병증을 동반하지 않은 청소년 환자의 2020년부터 2021년까지 2년간 본인부담한 금액은 136만 2700원이었다. 이것은 온전히 의료기관에서 소요된 진료비, 검사비, 인슐린 구입비만 포함된 것이다.

여기에 요양비로 나가는 의료기기와 소모품을 더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사용되는 의료기기(연속혈당측정전극, 트랜스미터)와 부속재료(주사기, 펜니들, 채혈침, 혈당측정시험지, 인슐린펌프 주사바늘, 인슐린펌프 주입세트)를 포함해 연간 구입비용을 추산해 보니 260만 3264원이 나왔다.

연간 치료비와 의료기기 사용에 필요한 비용을 모두 합산하면 1년에 300만원을 사용한다는 이야기다. 부재료로 사용되는 알콜솜이나 인슐린펌프 배터리, 저혈당 대비 식품은 명단에 넣지도 않고 추산한 내역이다.

-1형 당뇨병의 중증난치질환 인정을 위해 환우회는 어떤 활동에 주력하고 있는지도 소개해 달라.

3년 전부터 환우회 내에서 지속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해 중증난치질환으로 인정받아야 하는 이유에 대해 논의하기 시작했다. 이전에는 중증난치질환이라는 단어가 주는 '낙인효과' 때문에 환자 스스로가 인정을 거부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시대가 변했고, 환자들이 누려야 할 혜택에서 배제된 상황도 인식되기 시작했다. 1형 당뇨병이 가진 모든 요소들이 중증난치질환을 가리키고 있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점을 알게되면서 우리의 의견을 정부에 전하고 있다. 더불어 환자 스스로가 더 이상 숨지 말고 나와서 우리에게 부여된 혜택을 정당하게 찾자는 취지로 정부의 중증난치질환 인정을 요구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을 했는지 궁금하다.

대내외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는 중이다. 먼저 지난해 3월 국민보험공단에 중증난치질환 인정과 산정특례대상 질환으로 포함을 요구하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이어 올해 2월 27일에는 보건복지부에 '1형 당뇨병에 대한 중증난지칠환 선정 및 급여 방식 변경의 건'을 제목으로 하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대한당뇨병학회 역시 여러차례 정부에 1형 당뇨병에 대한 산정특례 대상 질환 검토 요청을 했고, 환우회와 함께 중증난치질환 인정에 대한 의견을 취합해 정부에 전달하기도 했다. 현재는 공론화를 위해 관련 내용을 보도자료로 배포했고 지금은 기자분과 인터뷰를  해 우리의 의견을 전하고 있다.

-의견서 제출 이후 정부측으로부터 받은 의견이 있는지 궁금하다.

한국1형당뇨병환우회는 복지부에 '1형 당뇨병에 대한 중증난지칠환 선정 및 급여 방식 변경의 건'을 의견서로 제출했다. 해당 의견서는 관련 부처를 돌고 돌아 다시 복지부로 이관됐다. 
한국1형당뇨병환우회는 복지부에 '1형 당뇨병에 대한 중증난지칠환 선정 및 급여 방식 변경의 건'을 의견서로 제출했다. 해당 의견서는 관련 부처를 돌고 돌아 다시 복지부로 이관됐다. 

지난해 의견서를 공단에 제출한 이후 몇 차례 비공개를 전제로 간담회에 참석했다. 공단은 간담회 참석 전 전문위원들에게 자문한 결과 위원들이 중증난치질환이 맞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했지만, 중증 난치질환을 인정하는 3가지 요건 중 사회경제적 부담에서 100만원이 넘지 않아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한다고 했다.

의료기관에서 사용한 본인부담금이 100만원으로 설정됐기 때문에 그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요양비로 설정된 의료기기 등은 환자 본인 부담금이 높은 상황인데 의료비와 요양비가 달라 도와주려고 해도 도와줄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후 복지부에 의견서를 올해 2월 제출했지만 해당 의견서가 심평원으로 넘어간 이후 인권위를 거쳐 다시 복지부로 이관됐다. 서로 짐을 지기 싫어 폭탄돌리기를 하는 것 같다. 현재 다시 복지부로 돌아온 의견서에 대한 답변을 기다리는 중이다.

-이제 환우회 이야기로 넘어가 보자. 창립계기가 궁금하다.

우리 아이가 2012년 1형 당뇨 진단을 받았다. 당시 나는 워킹맘이었는데 질환에 대한 커뮤니티를 찾아 활동을 했었다. 그러다 2013년부터 해외 커뮤니티를 알게 됐고 연속혈당측정기와 인슐린펌프의 존재를 알게 됐다. 그런데 의료기기 회사가 한국에 이익을 문제로 들어올 수 없다는 의견을 내서 직접 의료기기를 수입해 사용했다. 그 과정에서 검찰에 고소를 당했다. 식약처와 관세청에 고발이 들어가 조사를 받기 시작했고 이것이 언론을 통해 이슈가 됐다.

당시 나는 한 아이의 엄마로 아이의 질병을 보다 나은 환경에서 돌볼 수 있기를 바랐던 맘으로 한 행동이 사회적 이슈가 될 줄 몰랐다. 내가 너무 무지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 커뮤니티가 아닌 환자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환자단체로 활동해야 겠다는 결심이 서게 돼 환자단체 설립작업에 들어갔다. 그런 과정을 거쳐서 2017년 한국1형당뇨병환우회가 설립됐다.

-대기업 직장인인 워킹맘이 환자단체 대표가 된 이력도 독특하다.

나도 내가 이렇게 될 줄 몰랐다(웃음). 직장에서 IT업무를 했기 때문에 해외 동향에 대해 밝았다. 다녔던 곳이 대기업이어서 그런지 아이를 (기업이 운영하는)어린이집에 등원 시키는데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커뮤니티에 있는 다른 엄마들은 (인슐린 투여 문제로)등원 거부를 당하면서 직장을 그만두는 일이 있었다. 아이가 어떤 환경을 만나느냐에 따라 관리도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그 때 깨달았다. 사회적 인식이 개선되지 않으면 같은 문제들이 계속 반복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영유아보호법을 개정하자고 의견을 모아 서명운동을 벌이고 법을 개정하는 결과를 얻어냈다. 이후 커뮤니티가 활발해지면서 자신감을 가지게 됐다.

-IT업계에 종사한 경험이 환우회 단체 운영에 도움이 됐는지도 궁금하다.

많은 도움이 된다. 연속혈당측정기를 해외에서 들여오게 된 것도, 아이의 혈당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다른 환자들의 데이터를 수집해 리얼월드 데이터를 만들어 연구자들이 연구할 수 있도록 하는 작업도 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이 경력과 관계 됐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환우회 역시 기기를 사용하는데 필요한 기술관련 세미나와 의료데이터 등을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방법을 환자들에게 알리고 있다. 환자들의 혈당 관련 데이터도 AWS(Amazon Web Services)에 수집해 혈당관리나 연구에 도움이 되는 환자중심데이터플랫폼을 구축했다. 

-환자단체가 IT와 기술을 이야기 하니 생소하다.

김미영 대표는 구글 오픈데이터를 활용해 자녀의 혈당수치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  
김미영 대표는 오픈소스 프로젝트를 통해서 자녀의 혈당수치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 하고 있다.  

그런 이야기를 가끔 듣는다. 그렇지만 이제 환자도 기술과 떼려야 뗄 수 없는 환경에 놓이게 됐다. 1형 당뇨병 환자는 물론이고 헬스케어시스템에서 우선적으로 중심이 되어야 하는 게 환자다. 그렇기에 우리는 사용자주도 오픈소스를 만들기 위해 기술세미나를 단계적으로 시행하고 있고 인공췌장시스템이나 데이터 수집에 대한 내용 등 질환에 대한 모든 기술을 섭렵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런 배경 때문에 1형 당뇨병은 중증난치질환 선정이 필요한 것이다. IT기술은 발전되는데 여기에 접근할 수 없는 환자들을 위해서라도 정책적으로 혜택을 받아야 한다. 의료시스템 안에서 이걸 해결하는 것이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다.

-살짝 언급하셨지만 환자단체 운영 목표도 말씀해 달라.

지금까지 불합리한 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해오며 살았다. 그 대표적인 것이 요양비다. 환자가 다 알아서 해결하도록 만든 제도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환우회의 최종 목표라면 환자들의 데이터를 공유해 더 좋은 의료서비스와 급여정책을 실현하는 것이다. 환자가 환자의 전문가로 근거 데이터를 가지고 이야기 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길, 바라고 또 노력하고 있다.

더불어 우리만이 아니라 다른 만성질환에도 환자데이터 플랫폼이 도입돼 정부의 급여체계에서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또 진료체계 내에서 의료진과 논의를 할 수 있는 단계까지 가길 바란다.

-환자단체를 운영하시면서 어려운 점도 많을 것 같다.

제일 서운한 것은 환자단체 일을 하면서 우리의 질병과 환경에 대해서는 우리가 제일 잘 아는데 비전문가라고 생각해 무시하는 태도다. 제도변화를 위한 의견 청취의 장을 열어놓고 환자의 의견을 듣는 시늉만 한다든가 기껏 자리를 마련해 놓고 달래기용으로 활용하던가 하는 식이다. 환자단체의 위상이 아직 국내에서는 환자를 대변하는 단체로 인정해 주지 않는 것 같아서 속상하고 외롭다.

또 다른 부분은 비영리 임의단체라서 외부 후원없이 회비로 운영되고 있어 경제적으로 어렵다는 부분이다. 그래서 최근 서울시에 사단법인 신청을 냈다. 환우회의 활발한 활동과 운영을 위해 재정안정을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숙제가 있다.

때로는 정부 보조가 없이 회비로 운영되는 환우회에 정부 보조를 받는데 왜 서비스를 안해주냐며 이를 당연하게 요구하는 분들도 있다. 그럴 때 많이 힘들다.

-마지막으로 인터뷰 기사에 꼭 실렸으면 하는 의견이 있는지?

의료데이터 사용에 대한 고민을 지금부터 시작해서 어떻게 정책에 반영해야 할지를 논의해야 한다. 그리고 환자들은 변화하는 정책에 어떤 요구를 할 수 있는지에 대해 고민해 봐야 한다. 가야하는 길이라면 제대로 갈 수 있도록 환자단체도 공부해서 의견을 제시하고 제도가 잘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정부도 당사자인 환자단체의 의견을 열린 자세로 수렴하는 태도를 취하면서 함께 갈 수 있는 정책을 만들도록 변화해야 한다. 새로운 의료기술과 패러다임, 그리고 환자를 아울러 갈 수 있는 정책을 함께 논의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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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팅 2023-03-21 13:31:58
정말 멋진 기사입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환자 단체가 당사자성과 전문성을 갖춘 집단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도록 사회적 인식 개선이 필요합니다.

1형당뇨 2023-03-10 18:24:31
완치가 안되고 잠시라도 혈당에 소홀하면 생명이 위험할 수 있는 질환이 중증난치질환이 아니라는게 말이 안됩니다. 관리를 잘 하기 위해서 필요한 기기들이 많고 비용도 많이 드는게 사실입니다. 꼭 중증난치질환으로 등록돼야 합니다.

justdoit 2023-03-10 07:39:39
환우회가 있어 너무 감사합니다 기사도 감사하구요
1형 당뇨는 완치가 안되고 평생 관리해야하는 질환입니다 그러니 중증 난치 질환 등록이 반드시 되어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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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몽 2023-03-08 22:37:30
병원에서 인슐린과 의료기기를 처방 받기는 하나, 용량 조절 사용은 환자가 알아서입니다.
그렇다면 병원 처방이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4대 대형병원이 아니고서는 환자 방치 수준입니다.
중증질횐지정으로 모든 환자들이 제대로 된 지원을 받을수 있도록 해주세요.

허니 2023-03-08 21:46:13
잘 관리하기 위해서는 돈이 정말 많이 듭니다.
합병증 발생하면 돈이 더욱 많이 듭니다.
국가적 손실을 막기 위해서라도 지원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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