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질환 특성에 맞는 산정특례 적용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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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질환 특성에 맞는 산정특례 적용 시급"
  • 문윤희 기자
  • 승인 2023.03.27 05:5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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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골형성부전증모임, "잦은 골절·수술 외면한 산정특례 개정에 환자 고통 증가"
"환자가 정부가 설정한 기준에 맞춰 아파야 하나" 분통

태어나서 청소년기까지 뼈가 지속해서 부러지는 유전병이 있다. 심한 경우 재채기를 하다가 골절이 되기도 한다. 일상생활을 유지하는 것 자체가 기적일 정도로 이 질환을 앓는 환자들은 골절과 사투에 가까운 생활을 지속하고 있다.

골형성부전증이라 불리는 이 희귀질환은 국내에 600여명의 환자가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환자들의 질환 양상은 다양하다. 태어나는 과정에서 산도를 지나치며 뼈가 산산조각 나 생명을 유지할 수 없는 정도부터 일반인에 가깝게 생활이 가능하지만 작은 충격에 대한 골절은 피할 수 없는 경우까지 있다.

김두리 한국골형성부전증모임 단체장

환자들은 태어나면서부터 청소년기까지 골절이 지속되기에 척추만곡, 성장장애를 함께 안고 살아간다. 대부분의 환자가 잦은 골절로 많게는 수백 번에서 적게는 20여 차례 병원 신세를 지며 살아야 하며 최대 신장은 대부분 120cm를 넘기지 못한다.

사춘기 이전에 증상이 심해지고 이후 감소하는 질환의 특성으로 인해 환자들 대부분은 어린 시절 주로 집에서만 생활하게 된다.

골형성부전증은 체내 콜라겐 생성에 관여하는 유전자의 결손으로 인해 발병되며 환자들은 일생동안 뼈를 두껍게 하는 약물치료와 척추만곡 진행을 늦추는 척추유합술 등의 수술요법을 통해 삶을 영위해야 한다.

이처럼 평생을 골절과 싸워야 하는 골형성부전증모임에 최근 하나의 이슈가 던져졌다. 2021년 희귀질환 산정특례 검사기준 및 필수 검사항목 개정으로 청소년기 이후 약물 치료를 중단했던 성인 환자의 의료 혜택이 단절된 것.

질환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산정특례 개정으로 인해 청소년기 이후 주사치료를 끝낸 환자들과 성인이 된 환자들은 재갱신 대상에 포함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날들을 보내고 있다. 산정특례 대상에 포함이 되지 않으면 환자들은 일생 동안 겪어야 하는 모든 골절에 대한 치료비용을 자부담으로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 상황을 알리기 위해 김두리 한국골형성부전증모임 단체장이 지난 21일 뉴스더보이스와 인터뷰에 나섰다. 김두리 단체장 역시 골형성부전증 환자이며, 자녀도 같은 질환을 앓고 있다.

-지난 6일 국회에서 진행된 희귀질환 국가관리 강화방안 토론회에서 산정특례 개정에 대한 문제점을 언급했는데?

지난 6일 국회에서 진행된 희귀질환 국가관리 강화방안 토론회에서 김두리 단체장이 산정특례 개정에 대한 문제를 언급하고 있는 모습.
지난 6일 국회에서 진행된 희귀질환 국가관리 강화방안 토론회에서 김두리 단체장이 산정특례 개정에 대한 문제를 언급하고 있는 모습.

지금 한국골형성부전증모임(이하 OI, Osteogenesis Imperfecta)에서 가장 큰 이슈는 산정특례 혜택에 대한 것이다. 모임에서 한 환우가 올해 성인이 됐다. 그 환우가 골절로 수술을 했는데 2021년 희귀질환 산정특례 검사기준 및 필수 검사항목 개정으로 산정특례 대상에서 제외됐다. 환자들은 희귀난치질환 산정특례가 개정된 것에 대한 현실 인식을 하지 못했다. 그러다 이번 환우의 사례가 나오며 앞으로 재갱신을 준비하는 많은 환자들의 문제가 될 것이라고 생각을 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정부가 희귀난치질환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는 산정특례 개정을 시행했기에 이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하고자 한다.

-해당 환자는 어떻게 생활하고 있나?

일단 수술 후 병원비를 다 지불하고 나왔고 이후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건강보험공단까지 문의를 했지만 산정특례가 재갱신이 되면서 추가된 항목을 꼭 만족해야만 산정특례환우로 등록할 수 있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한다.

환자의 부모님은 20년 동안 잦은 골절과 잦은 수술에도 산정특례 적용 대상이기에 의료비 때문에 마음 졸이며 사신적은 없었다고 하셨지만 이번 일을 겪으며 한국의 보건의료서비스의 한계를 느끼셨다고 한다.

-모임에서는 어떤 이야기들이 나고 있는지 궁금하다.

이번 사례로 OI환우 부모들은 5년마다 갱신하는 산정특례 검사항목에 부합하는 주사치료가 곧 끝나게 될까봐 노심초사 하고 있다. 이미 주사치료가 끝난 OI환자, 성인 환자 역시 재갱신일이 올까 걱정하고 있다. 이미 종료된 미성년자 환우나 장애인등록이 되지 않은 성인 환자까지 질환에 따른 의료비용을 자부담으로 내고 있다.

희귀난치질환 환자는 맞지만 산정특례는 적용 불가하다는 정부 입장으로 우리 OI환우들은 일반인과 다름없이 의료비용을 내며 치료를 하고 있다. 많으면 1년에 수십 번의 골절과 잦은 수술이 불가피한데 치료비용까지 환자가 부담하라는 것이 정부가 환자에게 보여주는 태도가 맞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형편성에 맞는 항목으로 다시 개정되길 바라고 있다.

-이 외에도 환자들이 겪는 불편한 점들은 많을 것 같다. 환자들의 호소하는 가장 불편한 점은 무엇인가?

질환에 대한 전문 의료인이 전국적으로 부족하다. 때문에 응급수술이 필요할 때면 매번 고가의 사설 응급차 비용을 내고 서울대병원으로 이송해야 한다. 이 마저도 환우의 고통을 줄여주기 위해 거주지역에서 응급처치라도 하고 이송해야 하는데 보통은 질환에 대한 지식이 없는 응급실 의료인이 상주하고 있기 때문에 치료에 대한 위험부담으로 거부되는 사례도 빈번하다. 응급처치가 불가피한 상황이라서 지역 대형병원에 사정해 처치를 받게 되면 2차 골절에 대한 위험부담과 잘못된 치료방법들은 모두 환우와 보호자가 짊어지게 될 수밖에 없다.

또 치료할 수 있는 인프라가 너무 적다보니 환자와 보호자가 치료기관을 선택할 수 있는 폭이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 질환에 대한 치료를 할 수 있는 병원 정보나 의료진 정보가 오픈돼 있지 않아 해당 거주지역에 있는 모든 병원을 직접 알아보는 수밖에 없다. 응급 처치하는 시간적인 문제와 이송비용 문제 등은 과거부터 지금까지 환자들에게 이중고로 남아있다.

-질환에 대한 소개도 부탁드린다.

골형성부전증으로 뼈의 변형 심한 경우 절골술이 시행된다.
골형성부전증으로 뼈의 변형 심한 경우 절골술이 시행된다.

신생아 기준으로 OI진단을 받으면 증상에 따라 생후 12개월 전후로부터 2~3개월에 한 번에 길게는 6개월에서 1년 주기로 뼈의 대사를 억제GO 칼슘이 빠져나가지 않도록 약물 주사를 투여한다. 비스포스포네이트 치료는 현재 OI예방목적으로 진행되는 유일한 치료다.

약물주사 치료는 골밀도 개선을 모니터링 하면서 시행하고 보통은 여자아이 기준 월경이 시작된 후 고밀도 확인에 따라 중단하고 남자아이의 경우 성장판 닫힘에 따라 중단된다. 성인이 되면 약물 효과가 없기 때문에 성인은 맞지 않는다. 나이가 어릴수록 효과가 좋기 때문에 진단을 받은 시점으로 빠른 약물치료를 하고 그 외 경미한 골절은 깁스나 보조기를 착용하고 살아간다.

골절이 심한 경우는 뼈의 부정유합을 방지하기 위해 금속정을 삽입하기도 한다. 보통은 뼈의 변형이 너무 심한 경우에는 절골술을 통해 기형 교정을 위한 선택적 수술이 시행되기도 한다.

-희귀질환 환자들의 어려움이 있다면 어떤 점을 들 수 있는지?

제일 힘든 것은 자립적 생계다. 희귀난치질환자가 가족으로 있을 때는 모든 가족이 그 환우를 위해 살아야한다. 골형성부전증 환자는 작고 큰 골절들로 인해 제대로 학교를 마치지 못하거나 잦은 수술로 인해 사회 진입에 대한 두려움을 안고 살아간다. 그렇기에 사회생활을 제대로 접해보지 못하고 집안에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

40대에 접어들게 되면 대부분 뼈도 쇠약해져 한번 골절이 나고 붙는 시기 길면 2~3년이 되기 때문에 근로생활을 유지하기도 어렵고 다시 사회생활로 복귀하기까지 기간도 길어져 대부분의 환자들이 생계급여를 받고 생활하고 있다.

환자 부모 역시 아이들이 잦은 골절에 노출되다 보니 집 안에서만 아이들을 두려하기 때문에 부모 자식 간의 갈등도 생기고 이로 인해 반감과 우울감이 커져 환자와 가족 모두 심리상태가 좋지 못한 상태에 이르게 된다. 때문에 하루라도 빨리 아이들과 성인이 된 환자들이 자립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질환에 대한 심리치료, 통증케어, 재활치료, 기술습득, 학업지원 등을 지원하는 희귀난치질환 맞춤클리닉센터나 희귀난치질환 케어솔루션을 정부에서 마련해 주었으면 한다.

-앞으로 단체의 운영 방향이나 계획이 있다면?

올해부터는 저희 질환을 더 알리고 잘못된 정책들에 대해 목소리를 높여 볼 생각이다. 산정특례 혜택 불가 판정으로 환우와 보호자들이 재등록을 위해 장애등급 판정을 받으려 애쓰고 있지만 사실 장애판정기준에 못 미치는 환우들이 많다.

그래서 산정특례 적용 기준을 다시 되돌려 놓을 생각이다. 희귀난치질환이 환우들에게 삶의 행복을 안겨 줄 수는 없지만 의료비에 대한 억압과 걱정에서 해방시켜 삶의 질을 높여 줄 수 있도록 열심히 목소리를 내보겠다.

-희귀질환자이면서 단체를 운영하는 것이 쉽진 않을 것 같다. 단체를 이끌어 가면서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

안타까운 우리의 상황을 이야기 해 볼까한다. 최근 몇 년 전부터 아동학대이슈가 늘어가면서 OI 아기를 낳은 부모님들이 아이의 잦은 골절로 아동학대 신고를 받는 경우가 많아지는 추이다. 아이를 치료하는 대형병원에서부터 보험사, 경찰서까지 일일이 소명을 하고 혐의 입증을 위해 유전자검사 결과를 가져다 내야 한다. 일부의 경우지만 골형성부전증 진단을 아동학대 신고로 확인하고 오열한 부모도 있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아동학대를 하는 부모가 아이의 질환을 이유로 삼아 숨기려 한 경우도 있었다. 부모가 사전에 먼저 정보 조사를 통해 악용한 사례였다. 이런 상황을 접하다보면 단체장으로 너무 슬픈 괴리감을 느낀다. 단체 보호자님들이 위로해주시고 걱정해 주셔서 많이 극복했지만 아직도 신규 환자들의 상담은 양날의 검 같다.

-대표님의 개인적인 목표도 궁금하다.

내년에 딸아이가 스무 살이 된다. 같은 질환이기 때문에 내가 더 나약해지거나 힘들어 할 수가 없었다. 아이를 키우는 동안 "이만큼은 할 수 있다. 이 정도는 어렵지 않다."라는 말을 아이에게 늘 해왔다. 아이가 어린 시절부터 질환과 장애로 심리적으로나 신체적으로 많은 아픔을 겪었던 터라 자존감이 많이 떨어진 상태지만 내년부터는 질환의 아픔과 장애를 극복하고 내 권리를 정당하게 말할 수 있는 당당하고 멋진 스무 살 청년으로 성장했으면 좋겠다. 부모의 마음이 다 그렇다. 자식이 행복한 것이 내 삶의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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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숙 2023-04-02 20:27:10
희귀질환에 관심을 갖아 주세요.....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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