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 신속 도입도 중요하지만 국내 약제 개발도 서둘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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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 신속 도입도 중요하지만 국내 약제 개발도 서둘러야"
  • 문윤희 기자
  • 승인 2023.08.28 0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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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스터나 개발, 13년 전 들었던 이야기지만 약은 어디에 있나?"
"'환자의 치료제 접근성' 논의만 말고 현실적 제도 만들어야" 지적

희귀·난치질환 치료제의 국내 도입이 하나 둘 성과를 내고 있지만 대상에 포함되지 못한 약제를 기다리는 환자들은 초조함 속에 긴 기다림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초고가약제일 경우 환자들의 기다림은 더 간절해진다. 사회적 공감대는 물론 약제 도입의 당위성이 입증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환자 입장에서는 이 간절함을 전할 길이 국민동의청원과 제약사에 직접 연락을 취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그나마 최근에는 직접 언론에 문을 두드려 환자 사정을 알리는데 나서고 있고 관련 환우회를 통해 목소리를 전하는 일도 점차 활발해 지고 있다. 정책을 알아야 제도에 대한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인식도 강해지고 있다.

환자들의 목소리가 커지는 사이 '국내 제약산업의 육성'이라는 주제도 심심찮게 거론되고 있다. 결국은 국내 제약사들이 글로벌 수준의 약제를 만들 수 있는 경지에 올라야 고가의 희귀난치질환 치료제 개발도 가능해서다. 굳이 환우회에서 이런 주제를 언급할 필요가 있을까 싶지만, 결국 국내에서 관련 약제가 개발되어야 환자들에게 '약제 투여'라는 현실적인 문제 해결이 가능해서다.

최정남 한국RP협회 회장은 이런 주제를 환우회 주요 메시지로 전하고 있다. 2004년 망막색소변성증이라는 병을 진단 받은 이후 직접 병에 대한 연구를 시작하며 2010년 퇴행성 망막질환 연구회를 설립해 실명 환자들을 위한 '실명질환 치료법' 개발에도 나서고 있다. '목마른 자가 우물을 판다'는 말을 직접 실천하고 있는 셈이다.

최정남 회장은 이후 줄곧 국내외 안과 의료진과 협력 관계를 맺으며 연구 지원에 나서는 한편 최신 안질환 치료 동향을 논의하며 한국PR협회를 이끌어 가고 있다. 환자 단체가 직접 연구 지원도 하고 치료제 개발에도 실질적 주도를 하는 '미국 실명퇴치재단'처럼 한국RP협회를 성장시키기 위해다.

2005년 한국RP협회 회장으로 선출된 이후 직접 해외 안질환 연구 동향을 섭렵하며 치료제 개발 동향의 맥을 짚어나가는 최정남 회장은 뉴스더보이스와 인터뷰에서 최대 화두로 '신약 접근성 향상'과 '국내 치료제 개발'을 꼽았다. 다음은 최정남 회장과의 일문일답.

최정남 한국RP협회 회장은 환자단체가 직접 연구 지원에 참여하는 주체로서 역할을 강조하기도 했다. 글로벌 신약 개발을 위해 국내 연구 지원과 국산 신약 개발을 위한 토대 마련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의견을 전했다.  
최정남 한국RP협회 회장은 환자단체가 직접 연구 지원에 참여하는 주체로서 역할을 강조하기도 했다. 글로벌 신약 개발을 위해 국내 연구 지원과 국산 신약 개발을 위한 토대 마련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의견을 전했다.  

-먼저 망막색소변성증에 대한 설명을 부탁드린다.

망막색소변성증(RP, Retinitis Pigmentosa)은 유전성 망막질환에서 가장 흔한 질병으로 유병율은 3000~5000명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 환자는 약 1만 2000명에서 1만 5000명이 존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여러 가지 유전자의 변이로 RP증상이 나타나지만 변이 유전자에 따라 임상 양상은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동일한 유전자의 변이라면 비슷한 양상으로 진행되리라 추정되고 있지만 같은 가족 중에서도 차이가 나기 때문에 확실하게 단정할 수 없다.

RP질환을 일으키는 변이유전자는 100개 이상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2019년 현재 71개의 유전자가 규명됐다. 적어도 10년 안에는 대부분의 망막 관련 유전자들이 규명될 것으로 과학자들은 보고 있다.

변이유전자들을 찾아내는 일과 동시에 밝혀진 변이 유전자 표적을 찾아내고 있어 앞으로 망막색소변성증은 '원인을 알 수 없는 실명 질환'에서 '유전자 진단'을 통해 치료 가능한 정밀 의학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망막색소증을 앓게 되면 어떤 증상을 겪게 되나?

RP관련 증상들은 초기에 광수용체 세포 중에서 막대세포가 먼저 죽어 가느냐 혹은 원뿔세포가 먼저 죽어 가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데 이 부분은 어려우니 다음에 만나게 되면 설명해 주겠다. 대부분 RP질환의 경우 막대세포가 먼저 죽어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막대세포는 망막의 바깥 부분에 밀집돼 있다. 명암에 따라 빛을 감지하는 세포로 막대세포가 먼저 죽어가는 PR유형은 주변 시력이 손상되고, 밤에 야맹증이 나타난다. 원뿔세포가 죽어 가면 색상이 희미해지고 중심시야부터 사라진다.

두 번째 증상은 시야협착이다. 일반적으로 증상의 진행 속도가 느리고 가족 내에서는 비슷한 양상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 번째 증상은 중심시력 저하다. 중심 시력은 질환의 후기까지 유지되는 경우도 있지만 반대로 주변 시야가 많이 남아있는 RP 환자에서도 감소하는 경우가 있다. 특히 CNGB1 변이유전자를 가진 환자의 경우는 65세 이상까지도 중심시력을 보존하고 있다는 보고도 있어서 변이 유전자 별로 진행 정도가 다를 수 있다.

-질환 설명을 학자 수준으로 하신다. 공부를 정말 많이 하신 것 같다.

처음 진단 받았을 때 이 병에 대해 의사들도 희귀질환이라고 하면서 설명을 자세히 못하더라. 그래서 해외 논문을 일일이 찾아서 공부했다. 국내에 안과 의사들도 모르는 정보를 내가 찾아서 전달한 경우도 많았다. 안 질환은 영역이 넓어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한 분야다. 그래서 환우회가 연구 지원에도 나서고 있는 것이다.

-환우회가 관련 질환에 대한 연구 지원에 나서는 것은 드문 사례다.

안 질환은 정말 광범위한 분야다. 아직도 규명되지 않은 부분이 있다. 때문에 실명 질환을 치료하고 예방하는 국내 연구를 독려하고 있다. 이미 줄기세포 분야에서는 치료제가 개발되어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환우들이 기금을 조성해 임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지원한 바 있다.

유전자분석이 필요한 이유를 묻는다면 이렇게 설명 드리고 싶다. 과거 국내의 많은 의사들이 “RP는 유전병이라서 자녀들에게 유전된다”는 잘못된 정보를 제공해 왔다. 이렇게 부정확한 정보는 가족 내 질환의 대물림과 출산에 대한 두려움을 갖게 한다. 때문에 정확한 유전 상담을 위해서는 사전에 정밀한 유전자(DNA) 분석이 선행돼야 한다.

또 RP 질환은 임상적 검사와 동시에 이 같은 분자학적 진단을 병행해 본인에게 가장 적합한 치료 옵션을 선택할 수 있고, 훗날 유전자 치료의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유전자 분석은 이제 필수 사항이 됐다.

또 럭스터나는 변이유전자 RPE-65를 대상으로 한 유전자 치료제다. 2017년 12월 상용화가 됐고 이후 나머지 유전자들도 치료제 개발을 위해 임상에 돌입했다.

-환우회가 직접 연구 지원에 나서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우리 협회는 미국 실명퇴치재단과 같이 국내 연구를 활성화하고 선진국의 첨단 기술을 도입하는데 길을 터주는 역할을 하고 싶고, 그렇게 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국내 퇴행성 망막 질환자는 25만명으로 추정된다. 망막색소변성증 환자는 그 중 1만 8000명 수준인데 협회 가입자 수는 8000명에 불과하다. 이 말은 뒤집어 보면 안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 중 정확하게 퇴행성 막망이나 망막색소변성증으로 진단 받은 환자들이 그만큼 적다는 이야기가 될 수 있다. 그저 시력이 나빠질 수 있다는 생각을 갖거나 명확한 진단을 하기 힘든 경우도 더러 있을 수 있다.

나 역시 망막색소변성증으로 진단 받으며 "곧 실명한다"는 의사의 진단을 받았다. 시력은 점차 잃어가고 있지만 진단을 받은 2004년 이후 현재까지 완전히 실명되진 않았다. 망막색소변성증을 비롯한 많은 유전성 망막질환은 다양하게 나타난다. 지금도 연구가 되지 않은 분야가 많다. 망막질환에 대한 연구 지원에 나서야 하는 이유다.

-유전체 분석과 줄기세포 연구를 자주 거론하고 있다.

국내에서 환우회 회원을 대상으로 유전체 분석 지원에 나서는 환우회는 우리가 처음일 것이다. 망막색소변성증을 포함한 유전성 망막질환은 유전체 분석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그래서 유전체 분석 진단 체계를 만드는 것과 유전자 치료 연구 지원에 나서는 것이다.

줄기세포는 2005년 당시 가장 주목되는 분야였다. 줄기세포를 통해 안과 질환 치료제를 만들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었다. 회원들과 뜻을 모아 최광주 조선대병원 안과 교수의 제대혈 줄기세포 연구 지원에 나섰다. 결과적으로 실패했지만 실명 극복을 위해 환우회가 직접 발로 뛰어야 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후 RP유전제 역학조사 세미나와 RP예방 대책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열어 치료제 개발에 대한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노력들이 결과적으로 2006년 실명퇴치운동본부 설립에 밑거름이 됐고, 유전망막질환연구회 설립이라는 결과물을 낳았다.

-마지막 질문이다. 한국PR(망막색소변성증)협회에서 생각하는 최대 해결과제는 무엇인가?

현재 마땅한 치료제가 없지만 해외에서 일부 치료제들이 임상에 돌입해 좋은 성과를 나타내고 있는 중이다. 임상이 끝나고 FDA로부터 상용화 승인을 받은 약은 하루라도 빨리 국내 도입이 되었으면 한다. 허가와 급여의 신속한 절차로 환자의 치료제 접근성을 높이는 일에 모두가 나서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여기서 더 중요한 것은 해외에서 개발된 치료제들이 고가라는 점이다. 때문에 국내에서 치료제 개발을 서둘러서 값싸고 질 좋은 약제가 국내에서도 공급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환자의 치료 기회를 높이기 위해서도, 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도 신약 개발에 지원이 필요하다.

더불어 럭스터나와 같은 신약의 신속 도입이 필요하다. 럭스터나는 시세포들이 살아 있을 때 투여가 가능한 약인데 연구를 진행한다고 소식을 들은 게 벌써 15년 전이다. FDA 승인 이후 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급여는 아직도 안 되고 있다.

그 시간 동안 환자들은 실명이라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9억이 넘는 치료비용으로 인해 골든타임을 놓치면 그 사람은 사회에서 복지 지원을 받아야 하는 시각장애인이 된다. 사회적 소요 비용이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 서둘러 한 명이라도 시력을 잃어가는 이가 없도록 치료제 도입을 하루라도 빨리 서둘러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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