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리베이트 약제 과징금 전환이 합리적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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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리베이트 약제 과징금 전환이 합리적인 이유
  • 최은택 기자
  • 승인 2023.01.3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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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급여에 관한 사항을 정하고 있는 현행 국민건강보험법은 궁극적으로는 국민보건 향상과 사회보장 증진에 이바지할 것을 목적으로 하는 법률이다.

이에 맞지 않게 부정한 방법으로 요양급여비용을 편취하거나 개인정보를 누설한 자에 대한 처벌규정도 담고 있다. 법이 지향하는 목표를 이뤄가면서 동시에 건강보험제도의 지속가능성과 재정관리의 안정성을 담보하기 위한 조치들을 법률을 통해 규율하고 있는 것이다.

당연히 부당하게 요양급여비용을 편취한 자에게는 우선적으로 부당금액 환수조치가 이뤄진다. 불법리베이트 약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불법리베이트는 불필요한 약제 사용을 조장해 건강보험 재정 누수를 초래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통한 합리적인 사용으로 건강보험재정을 절감할 수 있는 가능성을 차단하는 보건의약계의 대표적인 '적폐'다.

그래서 현행 건강보험법령은 적발횟수에 따라 약가인하나 급여정지제도를 두고 있으면서도 최근 2년간 건강보험 청구실적이 있는 약제에 대해서는 과징금을 우선 부과할 수 있도록 해 '부당한 경제적 이익'을 환수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특히 징벌적 차원에서 과징금을 '부당이득'보다 더 많이 징수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해 뒀다. 

하지만 실제 제재는 보여지는 것과 달리 적용된다. 급여정지제도가 신설됐다가 두번의 '반성적 입법'으로 사문화됐던 '입법히스토리'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행정당국이 '행위시 법률' 적용원칙을 구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급여정지제도가 존재했던 2014년 7월부터 2021년 12월8일까지 제공된 불법리베이트 약제에 대해서는 '행위시 법률'에 따라 여전히 급여정지처분이 이어지고 있다.

뉴스더보이스가 앞서 수 차례 지적했던 것처럼 이는 불법리베이트를 주고받은 당사자가 아닌 환자와 다른 의약사 등 제3자에게 가해지는 '부당한 피해'를 없애려는 국회의 '반성적 입법'을 무시하는 불합리한 행정이다. 물론 보건복지부의 고충도 이해할만하다. 소급적용을 배제하는 법리와 과거 판례의 태도 등이 복지부의 전향적인 고민을 확장시키지 못한 측면도 있다.   

그렇다고 3자 피해가 계속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을 두고봐야 할까. 다행히 국회가 다시 팔을 걷어붙혔다. 신법을 소급 적용하도록 부칙에 근거를 마련하려고 했던 입법을 제외하면 세번째 '반성적 입법'으로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의원이 선봉에 섰고, 정춘숙 보건복지위원장 등 같은 당 의원 7명과 국민의힘 김희곤 의원,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이 뒤를 받쳐줬다.

개정안은 약가인하와 급여정지 관련 규정을 아예 삭제하고 과징금만을 부과하도록 변경하는 내용이 골자다.

김 의원은 입법안을 제안하면서 재제처분의 예측 가능성 제고와 실효성 있는 제재, 환자의 의약품 선택권과 접근성 침해 등 문제점 해결을 이유로 들었다.

특히 개정안 시행 전에 이를 위반해 법 시행 당시 약가인하 또는 급여정지 처분절차(소송 등의 불복절차 포함)가 진행 중인 약제도 개정규정에 따라 제재처분이 가벼워진 경우에는 개정규정을 적용하도록 근거도 마련했다.

2021년 3월 제정된 행정기본법에 근거해 복지부에 가이드라인을 명시적으로 제공하는 규정(부칙단서)이다. 

현행 의료법과 약사법은 불법리베이트를 주고받은 당사자만을 처벌하도록 정하고 있다. 이와 달리 불법행위와 무관한 제3자에게 피해를 야기할 수 있는 과거 건강보험법령을 여전히 고수하려는 복지부의 태도는 문제가 있다. 

건강보험재정 운용 측면에서 봐도 약가인하나 급여정지보다는 과징금을 통해 '부당한 경제적 이익'을 환수하는 조치가 우선적으로 이뤄지는 게 더 합당하다. 특히 급여정지의 경우 더 비싼 약으로 대체될 경우 재정부담을 더 가중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과징금은 더 합리적인 제재수단이자 재정누수 방지책이라고 할 수 있다.

과거 소급적용 입법이 시도됐다가 좌초됐던 건 '특정제약사 구하기'로 비춰질 것을 우려했던 영향이 컸다. 하지만 '행위시 법' 적용은 '특정제약사'에만 국한되는 사안이 아니다. 국회가 이런 '기우'를 앞세워 김 의원의 세번째 '반성적 입법'에 기권하지 않기를 바란다. 복지부도 이런 노력이 입법으로 이뤄져 '제3자 피해 방치'라는 비판에서 하루빨리 벗어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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