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여 전제 사전심의제도, 재심의 탈락으로 오히려 장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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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여 전제 사전심의제도, 재심의 탈락으로 오히려 장애물"
  • 문윤희 기자
  • 승인 2023.12.11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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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제사전 심의제도, 보험 아닌 기금 적용으로 해결해야”
빈다맥스·가텍스·탁자이로·엔자이모 등 초고가 약제 제도 적용 대기 중 

‘희귀질환약제 사전심의제도’를 통해 환자 접근성을 높여왔던 일부 치료제들이 오히려 제도 운영의 한계로 환자들에게 희망고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의료현장에서는 재심의에서 탈락하는 사례가 많아 오히려 제도 자체가 환자 치료에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제도가 희귀질환치료제 급여화를 위한 방안으로 마련됐기 때문에 심의 과정에서 재정부담으로 인해 대상 환자가 탈락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만큼 별도의 기금 마련을 통해 환자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 의료계의 목소리다.   

초고가 약제들이 이 제도를 적용해 급여권 진입을 희망하고 있다는 점도 재정 운영 방법을 달리 해야 하는 이유로 꼽았다.  

원용균 순천향대학교천안병원 방사선 종양학과 교수
원용균 순천향대학교천안병원 방사선 종양학과 교수

원용균 순천향대학교천안병원 방사선 종양학과 교수는 11일 국회의원회관 제5간담회의실에서 열린 희귀질환 약제사전 심의제도 개선방안 정책 토론회에서 ‘희귀질환 보장성 강화 측면에서의 약제 사전심의 고찰’을 주제로 한 발표를 통해 이 같은 견해를 밝혔다. 

희귀질환약제 사전심의 제도는 2007년부터 시행된 제도로, 위험분담제(RSA), 경제성평가면제제도 등 고가의 약제 심사 제도 중 하나다. 건강보험 급여 약제의 투여 전 개별 환자의 급여 적격 여부를 판단하는 사전 심사와 투약 지속 여부를 결정하는 동시 심사로 나눠 운영되고 있다. 

현재 제도 적용을 받는 약제로는 솔리리스(발작성야간혈색소뇨증(2012년, PNH), 비정형용혈성요독증후군(2018년, aHUS), 스핀라자(척수성근위축증, 2019년 SMA), 울토미리스(발작성야간혈색소뇨증,2021년), 스트렌식주(저인산효소증, 2022년, HPP), 졸겐스마(척수성근위축증, 2022년, SMA) 등이 있다. 
 
원용균 교수는 “희귀질환약제 사전심의제도는 제한된 건강보험 재정의 효율적 활용이 가능하고, 경제성 평가 등 면제로 신속한 급여권 진입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약제별 위원회 운영에 따르는 행정적 부담과 급여 조건에 따라 치료에서 배제되는 환자군이 발생한다는 단점이 있다”면서 “제도를 운영했던 지난 10년간의 기록을 분석한 연구에서 솔리리스의 비정형용혈성요독증후군(aHUS) 최초심사는 대부분 통과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으나 현재 기준으로 재심사 통과 비율은 50%에도 못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원 교수는 “비정형요독성용혈증후군은 심의 배제 후 확진되는 질환의 특성상 급여 조건을 맞추는데 시간이 걸린다”면서 “척수성근위축증은 투약 효과에 대한 효율적인 측정 기준에 대한 논란이 있다”고 심의 과정에 따른 문제를 제기했다. 

이어 “솔리리스의 경우 최초의 승인은 2021년 96%에 달했으나 최근 재심의를 통해 중단되는 사례가 많이 나오고 있다”면서 “이 병은 상급병원 전문 의료진의 제한된 신청에도 불구하고 20%대에 머무는 승인율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질환을 전문으로 보는 의료진의 집단 지성과 의견을 모아서 제시하는 의견은 유연하게 제도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면서 “재신청과 이의신청 때 적어도 눈 앞에서 환자를 보는 의사들에게 빠른 피드백을 줬으면 한다"는 의견을 전했다. 

스핀라자에 대해서는 "투약 효과에 대한 효율적인 측정 기준에 대한 논란으로 재심의에서 탈락한 환자들이 탈락 기준에 대한 불만을 제기하고 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그는 "앞으로 사전심의를 받을 약제로 SMA 에브리스디와 저인산혈증 치료제 크리스비타 등이 있다"면서 "급여 이전 약제로는 에피스클리, 적응증 확대를 계획 중인 솔리리스, 울토미리스, 빈다맥스, 가텍스, 탁자이로, 일라리스, 엔자이모 등이 있다"고 밝혔다. 

원 교수는 제도 운영의 과제로 건보재정 운영의 문제를 언급하면서 "앞으로 바이오시밀러를 포함한 동일 질환 경쟁약제가 출시 대기 중으로 재정부담은 더 커질 것"이라면서 "결국 건강보험이 아닌 별도의 재정으로 기금화 형태로 가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급여 기준과 실제 질환 사이에 놓인 환자들에게 탈락 이유를 의료진들이 설명해야 한다는 것"이라면서 "의사는 약제를 쓰자고 이야기 하는 것도 힘들고 불승인이 됐을 때 환자와 어떻게 소통해야 하는 가도 문제"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위원회에 임상현장 의견이 전달 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과 급여 기준을 보다 신속하고 유연하게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두번째 발제자로 나선 이수아 대전을지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실제 환자 사례를 공유하면서 "오히려 의료현장에서는 사전심의제도가 환자를 치료하는데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면서 "긴급이나 응급한 경우 선 승인 후 심의하는 제도를 운영하는 등 유연하게 제도를 운영할 필요가 있다. 환자와 가족을 생각하는 제도가 됐으면 한다"는 의견을 전했다. 

이날 토론자로 배석한 한 희귀혈액질환 환자는 "치료약이 있다고 해도 죽을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 지금은 산정특례 대상이 돼 재심사 만료까지인 2026년까지 약제를 투여 받을 수 있지만 그 이후는 바로 죽음일 것"이라면서 "치매를 앓고 있는 아버지에게 아침 출근마다 2026년이 되기 전에 먼저 가라고 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전심의 통과 여부에 목숨을 걸고 기다리는 환자들의 마음은 너무 참담하다"면서 "약이 있는데 너무 비싸서 쓰지 못하는 환자들, 심의에 통과됐다가 재심의를 통해 떨어진 환자들에게 치료제는 희망고문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전승인이 통과 되고 가장 먼저 한 것은 사체기증이었다"면서 "제가 받은 만큼 다른 희귀질환자들을 위해서라도 연구에 제 한몸이 쓰여지길 바라는 마음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게 이것 밖에 없어 슬프다"고 전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모든 국민은 보건에 관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고 헌법에 명시돼 있다"면서 "개인적으로 살아 있는 순간까지 사회복지 현장에서 저도 기여하며 살아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현재 희귀질환 약제 사전심의제도 운영으로 약제를 투약 받고 있는 환자는 200여명에 이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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