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HUS, 치료 약제 있지만 쓸 수 없는 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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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HUS, 치료 약제 있지만 쓸 수 없는 시스템"
  • 문윤희 기자
  • 승인 2022.06.14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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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가 약제 '솔리리스'의 그림자…무용지물이 된 급여기준
까다로운 심의 기준·14일 걸리는 심의 절차에 '한숨'만
양철우 교수(카톨릭의대 서울성모병원 신장내과, 前대한신장학회 이사장)
양철우 교수(카톨릭의대 서울성모병원 신장내과, 前대한신장학회 이사장)

"한국이 선진국이 맞는가? 선진국인데 왜 환자는 있는 약도 못쓰는가. 정책을 결정하는 이들이 부끄럽게 생각해야 할 부분이다."

지난 9일 서울성모병원 별관 회의실에서 만난 양철우 교수(카톨릭의대 서울성모병원 신장내과, 前대한신장학회 이사장)는 희귀질환인 '비정형 용혈성 요독 증후군(이하 aHUS)'을 취재하는 기자에게 선문답으로 대화를 시작하며 '약제가 있어도 쓰지 못하는 현실'의 답답함을 먼저 꺼냈다.

그는 초고가약제 중 하나인 솔리리스(성분 에쿨리주맙)를 투여해 본 국내 몇 안 되는 의료진 중 한명이며 신장이식 수술의 대가다.

솔리리스는 1년 투여 비용이 3억원에 달한다. 현재 두 가지 적응증을 보유하고 있는데 하나는 발작성 야간 혈색소뇨증(PNH, Paroxysmal Nocturnal Hemoglobinuria), 또 하나는 비정형 용혈성 요독 증후군(aHUS, atypical Hemolytic Uremic Syndrome)이다. 두 가지 적응증의 선자는 혈관내과에서, 후자는 신장내과에서 주로 다루고 있다.

문제는 후자의 영역에서 발생하고 있다. 급여기준이 의료현장의 요구와는 다르게 까다롭게 설정됐다는 점이다. 여기에 사전승인제도라는 허들까지 하나 더 갖춰 약제가 환자에게 투여되기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솔리리스의 등장, 치료 동기 부여 

희귀병은 특징이 있다. 희귀해서 검진을 통해 찾을 수 있는 케이스가 드물고, 찾더라도 보통의 경우 약제가 없다.

양철우 교수는 "의학의 발전은 진단도 중요하지만 치료제가 개발되는 것이 중요하다. aHUS는 혈액 내 보체가 과활성화되서 생기는데, 다행히 보체 활성화를 억제하는 치료제가 개발됐다. 과거 치료가 안됐던 질환에 대한 치료 동기가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aHUS는 다행히 솔리리스라는 약제로 치료가 가능하지만 초고가약제의 급여 환경은 만만치 않다 환자에게 투여되기까지 과정과 절차가 너무 험난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까닭이다.

양철우 교수도 인터뷰에서 이 부분을 지적했다.

양 교수는 "촌각을 다투는 aHUS 환자를 만나면 의사는 애간장이 탄다. 진단이 빨리 됐다고 해도 현재 시스템 내에서는 바로 치료를 받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라면서 "종합병원 전문의가 진단을 해도 치료제를 쓰기 위해서는 심평원의 사전심의제도를 통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 aHUS 치료제는 솔리리스 단 하나뿐인데, 고가이다 보니 보험 적용이 되지 않으면 환자 비용으로 치료제를 쓰기 어렵다. 문제는 사전심의가 14일이나 걸리고 기준이 높아 100% 충족시키지 못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초고가 약제 중 심평원이 약의 사용 여부를 결정하는 사전심의 대상 약제는 솔리리스, 스핀라자, 스트렌식, 울토미리스 등 4개다.

이 중 솔리리스는 사전 심의 통과율이 매우 낮은 약제로 꼽히고 있다. 지난해 47건의 사전심의 신청이 있었지만 단 3건만 통과됐다. 올해 5월에는 8건의 신청 중 1건만 통과됐다. 8명이 약제를 맞아야 했지만 1명만 맞았다는 의미다.

양철우 교수는 "요양급여 인정 기준 중 혈액 관련 기준만 봐도 한국은 혈소판수, 분열적혈구수, 헤모글로빈, LDH 등 4가지 기준을 모두 만족해야 한다. 호주나 캐나다, 스위스는 이 중 2개나 3개만 만족해도 승인이 된다"면서 "기준치조차도 매우 까다롭다. 해외의 경우 기준치보다 높거나 낮으면 되지만 국내 기준은 정상치 대비 1.5배 이상 차이가 나야만 충족되는 항목도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약이 있어도 효과를 볼 수 없게 만드는 시스템"

현재까지 양철우 교수는 2명의 환자를 솔리리스로 치료했다. 첫 환자는 검사와 승인을 받는 사이 상태가 나빠져 개인 비용으로 약제를 급하게 쓰게 됐지만 결국 기대한 결과를 얻지 못했다. 두 번째 환자도 승인을 받는 과정에서 치료가 늦어지며 결국 신장을 잃게 됐다.

양철우 교수는 "aHUS 환자들은 응급한 사례들이 많기 때문에 빨리 치료하지 않으면 환자의 생명이 위협 받을 수 있고 치료 효과가 떨어지게 된다"면서 "약은 조기투여로 효과를 볼 수 있지만 aHUS 영역에서는 그럴 수가 없다. 약이 있어도 제대로 효과를 볼 수 없는 시스템을 만들어 놓은 셈"이라고 지적했다.

양 교수는 "때문에 aHUS 환자들을 한 명이라도 더 살리기 위해서는 국내 aHUS 보험급여 기준이 실효성 있게 변경해야 한다"면서 "사전승인제도를 시행하는 국가 중 호주처럼 투여 시작 조건에 대한 해석을 완화해 우선 환자들이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이후에 심의를 통해 유지 여부를 결정하도록 하는 방안 도입을 생각해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책적 지원만이 aHUS 치료제 접근성을 낮추는 길일까. 양철우 교수는 더 넓은 차원에서 치료제 접근성을 봤다. 국가차원의 지원과 전문가들의 의견 존중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양 교수는 "현장의 노력뿐 아니라 국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도 중요하다"면서 "브라질의 경우는 국가가 희귀질환 환자를 치료해야 한다는 마인드를 갖고 있다. 국가차원의 지원이 적극적이니까 희귀환자들의 치료가 문제없이 이뤄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aHUS는 시스템으로 접근해야지 지금처럼 환자가 생길 때마다 질환에 대해 평가하고 치료를 허락 받는 형태로 가서는 안 된다"면서 "전문가들의 충분한 검사를 통해 aHUS로 진단하면, 그 의견을 존중하고 환자가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신장내과학회, 희귀질환을 연구하다

이날 양철우 교수는 희귀질환을 바라보는 신장내과학회의 움직임을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aHUS를 치료하는 약제가 나오면서 신장을 보는 의료진들이 이 치료제에 대한 관심이 높다"며 "학회 내 19개의 연구회가 유전질환연구회에 들어가 있는데 aHUS는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어 이후 독립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열린 대한신장학회에서도 aHUS로 1세션이 꾸려졌고 7개의 발표가 있었다. 학회차원에서 좀 더 많은 환자들이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심평원에 심의위원 중 신장내과 비중을 높여달라는 의견서를 제출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인터뷰 말미에 신장내과 전문의와 학회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신장을 보는 의료진들이 aHUS 환자가 한 명 이라도 더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환자편에 서서 심평원에 적극적으로 요구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 aHUS 진단과 치료가 발전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학회에서는 열린 마음으로 다양한 협업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병원들은 이 질환에 접근방법을 달리하는 상황에서 벗어나 환자가 빠르게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 체계적인 협력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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