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균형배치 누가 판을 뒤집었나…사라진 "단계적 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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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균형배치 누가 판을 뒤집었나…사라진 "단계적 조정" 
  • 이창진 기자
  • 승인 2023.10.16 0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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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평위 회의록 입수…작년 8월 의대생·전공의 정원 지역 격차 조정 첫 논의
인턴 4년간 219명·레지던트 3년간 270명 조정…"급격한 감축 업무가중 우려"

수련교육 생태계 혼란을 야기하는 전공의 정원 균형배치가 당초 정책 방향을 무시하고 급선회한 것으로 드러났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인턴과 레지던트 정원 5대 5 비율 조정에 따른 수련현장 부담을 감안해   3~4년에 걸친 단계적 조정을 기본 원칙으로 정했던 것이다.

뉴스더보이스가 입수한 보건복지부 수련환경평가위원회 회의록에 따르면, 2022년 8월 병원협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5차 대면회의에서 '의대생-전공의 정원 간 지역별 격차 조정 추진 방안'이 논의됐다.

복지부는 지난해 8월 수련환경평가위원회에서 전공의 정원 균형 조정 방안을 첫 논의했다.
복지부는 지난해 8월 수련환경평가위원회에서 전공의 정원 균형 조정 방안을 첫 논의했다.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보건복지위)의 국정감사 자료 요구로 복지부는 비공개로 진행된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수련환경평가위원회 회의록을 제출했다.

작년 8월 수련환경평가위원회는 제2기 위원들 참석 속에 박중신 위원장(서울의대 산부인과 교수)이 주재했다. 

참석 위원은 박중신 위원장(의학회 부회장)을 비롯해 고려의대 박정율 교수(의학회 부회장), 연세의대 이승구 교수(의학회 수련교육이사), 삼성서울병원 이우용 교수(의협 학술자문위원), 전공의협의회 여한솔 회장(이대목동병원), 전공의협의회 이지후 부회장(서울대병원), 가톨릭중앙의료원 이화성 의무부총장(병협 부회장), 보라매병원 정승용 병원장(병협 수련교육위원장), 공단 일산병원 김성우 병원장(병협 수련평가이사) 및 이승우 군의관과 단국대병원 김유미 교수 그리고 복지부 차전경 의료인력정책과장이다.  

당시 차전경 의료인력과장은 현재 대통령실 사회수석비서관실 선임행정관으로 근무 중이다.  

참고로 복지부는 제2기 위원들 3년 임기 만료에 따라 올해 2월 제3기 수련환경평가위원회 재구성을 통해 지방과 여성 우대에 입각해 대다수 위원을 교체했다.

그날 무슨 논의가 있었던 것일까.

회의록에 따르면, 복지부는 '의대생-전공의 정원 간 지역별 격차 조정 추진방안'을 보고안건으로 상정했다.

복지부는 검토 배경을 통해 비수도권에 의과대학 정원은 70%가 배정되었으나, 전공의 정원은 40%가 배정되어 의대 정원-전공의 정원 간 격차가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지방대육성법 개정에 따라 비수도권 수련 희망자 증가가 예상되는 상황으로 전공의 정원 배정 비율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추진방안으로 전공의 정원을 비수도권 인구 수와 의대 정원을 고려해 조정하되, 급격한 정원 감축으로 인한 수도권 수련병원 업무가중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정원 조정을 추진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복지부, 수도권 수련병원 업무가중 고려 단계적 전공의 정원 조정 방침 정해

세부적으로 2023년 선발한 지역인재전형 입학생이 졸업하는 2029년까지 의대 졸업생이 지역에서 수련을 마칠 수 있도록 전공의 정원을 조정하기로 했다.

단계적 실행방안으로 1단계는 2023년부터 4년간 수도권과 비수도권 인구비례 수준(5:5)으로 조정한 후 2단계 2027년부터 3년간 의대 정원(3:7)을 고려해 추가 조정한다는 입장이었다.

뉴스더보이스가 입수한 작년 8월 수평위 회의록에 담긴 수도권과 지방 전공의 정원 조정 추진방안과 세부 실행방안 내용. 당시 복지부는 수련현장을 감안해 단계적 조정 방침을 세웠다.
뉴스더보이스가 입수한 작년 8월 수평위 회의록에 담긴 수도권과 지방 전공의 정원 조정 추진방안과 세부 실행방안 내용. 당시 복지부는 수련현장을 감안해 단계적 조정 방침을 세웠다.

인턴의 경우, 2023년부터 4년간 219명을 조정해 수도권과 비수도권 현 6대 4 비율을 5대 5로 맞춘다.

레지던트는 2024년부터 3년간 약 270명을 조정해 진료과별 6대 4 비율을 5대 5로 맞춘다. 다만, 육성지원과목은 기피 문제를 고려해 조정 대상에서 제외했다.

추후 전공의협의회와 전문과목 학회, 수련병원 의견을 수렴하고 최종 추진방안에 대해 차기 회의에서 재논의하기로 했다.

참석 위원들은 기대보다 우려를 표명했다.

공공의료 강화와 지역완결 의료체계 구축을 위한 취지에는 공감하나, 전공의 정원 배정 접근보다 근본적인 의료체계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또한 전공의 수련병원 지원 선호도 및 수련병원의 수련역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도 있었다.

특히 세부 지역별 인력수급 문제가 다르므로 단순히 수도권 및 비수도권으로만 구분할 수 없으며, 전공의 총정원 규모에 대한 재검토와 의사 인력 수급 방안도 함께 검토되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와 함께 진료과별 감원 시 현실적으로 많은 정원을 배정받은 병원을 우선적으로 검토할 수밖에 없으므로 결국 수련환경이 상대적으로 좋은 병원의 정원 감소가 우려된다는 의견도 나왔다.

복지부가 현재 내년도 전공의 정원 비율 5대 5 방침을 고수하면서 내과를 비롯한 전문학회에서 제기한 지적과 제언이 고스란히 나온 셈이다.

하지만 9월과 10월 열린 수련환경평가위원회에서 전공의 정원 조정 추가 논의는 없었다.

복지부가 제출한 회의록은 2022년말까지이다.

복지부는 올해 1월 대통령 업무보고 후 필수의료 강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수도권과 비수도권 전공의 5대 5 균형배치를 추가하고 내년도 시행을 고수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대통령 업무보고 준비과정 중 조규홍 장관이 수도권과 비수도권 전공의 정원 불균형을 지적하면서 5대 5 배치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복지부장관 말 한마디에 수련환경평가위원회에서 논의된 단계적 조정이 사라지고 2024년 전면 조정 시행으로 뒤바뀐 웃지 못할 형국인 셈이다.

복지부는 오는 20일 수련환경평가위원회 대면회의를 통해 2024년도 인턴과 레지던트(1년차) 수련병원별 진료과 선발 정원을 상정해 확정할 예정이다.

내과학회를 비롯한 다수의 진료과 전문학회에서 수도권과 비수도권 전공의 정원 비율 5대 5 기준을 맞추지 못해 복지부가 장관 직권으로 조정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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