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련이사들 분노 "차라리 병원별 레지던트 정원 정해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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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련이사들 분노 "차라리 병원별 레지던트 정원 정해 달라"
  • 이창진 기자
  • 승인 2023.09.11 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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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간담회에서 비판 쇄도…"수련병원평가 전문성 무시, 5대5 배치 강압"
내과, 수도권 정원 360명 고수…정부 성과주의 매몰, 직권조정 가능성 '농후'   

"내년도 레지던트 균형배치 정원을 차라리 보건복지부가 정해 달라. 전문학회의 수련병원 평가를 배제하고 무조건 수도권과 비수도권 5대 5 정원을 맞추라는 것은 전문성과 수련현실을 무시한 처사이다."

보건복지부의 전공의 균형배치 정책 강행을 놓고 전문학회들의 우려와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전문학회 수련이사들은 최근 복지부와 간담회에서 전공의 수련배치 강제화를 강도높게 비판했다.
전문학회 수련이사들은 최근 복지부와 간담회에서 전공의 수련배치 강제화를 강도높게 비판했다.

앞서 복지부는 지난달 31일 병원협회 대회의실에서 26개 진료과 전문학회 수련이사와 간담회를 열고 2024년도 전공의 정원 책정 방안을 논의했다.

복지부는 이날 내년도 전공의 정원 균형배치를 사실상 통보했다.

윤정부 필수의료 강화와 지역의료 활성화 차원에서 수도권과 비수도권 6대 4 현 정원 비율을 5대 5로 맞추라는 것이다.

복지부는 수련환경평가위원회를 통해 소아청소년과와 외과, 가정의학과 레지던트 정원 10% 감축 그리고 내과와 신경과, 영상의학과 등 일부 진료과 5% 증원 방침도 전달했다.

예고된 정책이나 학회들의 반발은 거셌다.

정원이 감축된 진료과 학회는 전공의 지원 기피를 가속시키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수도권 수련병원 정원을 줄이면 그나마 지원하는 젊은 의사들이 지방 수련병원을 택할 가능성은 낮다고 보는 것이다.

■정원 감축 진료과, 전공의 기피 가속 경고 "균형배치 실효성 무의미"

피부과와 성형외과 등 일부 전문학회는 지방 수련병원에 개설된 진료과가 얼마 없어 균형배치 실효성이 무의미하다고 지적했다.

진료과 근간인 내과 역시 강한 우려감을 표했다.

내과학회는 600~700명 레지던트 정원 확대를 위해 매년 5~6% 증원을 건의했다. 복지부가 내년도 내과 정원을 5%인 30명 증원한 것은 학회 의견을 일부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243명인 비수도권 내과 정원을 늘리기 위해 수도권 수련병원 정원 360명 중 43명 감축이 불가피하다.

내과학회는 수도권 정원 360명을 고수한 수련병원별 정원 책정 방안을 복지부에 전달한 상황이다.

복지부는 필수의료 강화 일환으로 수도권과 비수도권 전공의 비율을 5대 5로 맞출 것을 전문학회에 요구했다. 
복지부는 필수의료 강화 일환으로 수도권과 비수도권 전공의 비율을 5대 5로 맞출 것을 전문학회에 요구했다. 

학회 임원은 "빅5 병원은 교수도 많고, 전임의와 입원전담의로 충당할 수 있겠지만 수도권 다수의 대학병원은 레지던트 1명만 줄여도 여파가 크다"면서 "지방 수련병원 내과 정원을 늘린다고 모두 정원을 채운다는 보장도 없다"고 피력했다.

그는 "학회에 정원 조정 책임을 떠넘기지 말고 차라리 복지부가 수련병원별 정원을 책정해 달라"고 말했다.

학회들은 전공의 균형배치 정책 강행이 지방 수련병원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수도권 전공의 정원 감축 공백은 업무과중에 따른 전공의 중도 사직과 전문의 채용으로 이어지고, 지방 대학병원 교수들의 이직을 부채질하면서 결국 지방 수련병원 전문인력 공동화 현상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내과학회, 30명 증원 균형배치 역부족…수도권 공백, 의사인력 쏠림 '부채질'

지방 수련병원 반론도 만만치 않다.

그동안 수도권 중심 전공의 정원 배치를 개선하면 지역의료 활성화와 의사 인력 쏠림 개선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인턴과 레지던트 등 전공의 정원 책정은 복지부장관의 권한이다. 그동안 전문학회 의견을 존중해 진료과별 전체 정원과 수련병원별 정원을 반영해왔다.

복지부는 수련환경평가위원회에 이어 전문학회 수련이사 간담회에서 진료과별 내년도 전공의 증감 정원을 통보했다.
복지부는 수련환경평가위원회에 이어 전문학회 수련이사 간담회에서 진료과별 내년도 전공의 증감 정원을 통보했다.

전문학회 대부분 내년도 수련병원별 레지던트 정원을 책정해 복지부에 전달했지만, 수도권과 비수도권 정원 5대 5 비율을 정확히 맞춘 학회는 일부라는 시각이다.

복지부 담당과장은 간담회에서 "학회들의 의견은 충분히 들었다. 복지부 내부에서 논의해 보겠다"고 원론적 답변을 내놨다. 

복지부는 말을 아끼고 있지만 균형배치를 벗어난 진료과별 수련병원 정원을 임의 조정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대한의학회는 중재에 들어갔다.

전문학회들과 매주 합동회의를 열고 의견을 취합해 전공의 균형배치 속도조절을 복지부에 개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의학회 임원은 "복지부가 전문학회 반발을 알면서도 강행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학회들의 우려와 지적에 명확한 답변도 못하면서 보여주기식 성과에 매몰된 것 같다. 전문학회 수련이사들 모두 한숨만 쉬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학회 수련병원 평가에 기반한 전공의 정원 배정 원칙을 무너뜨리는 복지부 강압 정책이 불러올 파장이 눈앞으로 다가오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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