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제 없는 환자들에게 치료 기회 주는 나라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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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제 없는 환자들에게 치료 기회 주는 나라 돼야"
  • 문윤희 기자
  • 승인 2024.06.10 06: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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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암 앓던 내 딸, 면역항암제 사용 후 호전 경험"
"오프-라벨 투여로 가산 탕진했지만 후회 없어"

[인터뷰] 김태준 면역항암환우회 대표

"희귀암종을 겪었던 딸은 면역항암제 사용 후 암이 70%나 줄어드는 경험을 했다. 결국 재발해 세상을 떠났지만 후회는 없다. 면역항암제가 선물했던 소중한 시간과 생명 연장의 경험을 계속해서 다른 환자들과 나누고자 2023년 면역항암환우회를 설립했다." -김태준 면역항암환우회 대표

김태준 면역항암환우회 대표
김태준 면역항암환우회 대표

IT업계 종사자인 김태준 면역항암제환우회 대표는 2014년 둘째 딸 아이가 희귀암종 횡문근육종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근육세포에 종양이 발생하는 질환으로 소아암에 속한다. 그는 백방으로 치료제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했지만 한국 내 의료현실에서 딸에게 투여 할 수 있는 약제는 없었다. 우여곡절 끝에 딸은 2016년 조혈모세포 이식을 했지만 한 달 만에 재발이라는 결과지를 받아야 했다.

그는 포기하지 않고 다음 수순을 밟았다. 백방으로 치료 가능한 방법을 찾다 면역항암제가 희귀암종에서 치료 가능하다는 소식을 듣게 된 김태준 대표는 희귀의약품센터를 통해 키트루다(성분 펨브롤리주맙)을 딸에게 투여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됐다. 그렇게 딸의 암은 치료 1년 사이 크기가 작아지며 희망을 보이기 시작했고 끝내 관해라는 결실을 얻게 됐다.

이 같은 경험을 그는 다른 항암분야 환우회와 공유하며 면역항암제 전도사가 됐다. 정부 지원이 전무했던 환경에서 그는 경제적 타격을 입게 됐지만 딸과 함께 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에 감사하며 더 많은 환자들에게 면역항암제의 치료 기회를 열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개설된 카페 면역항암제환우회는 2016년 인터넷 커뮤니티로 시작해 2023년 비영리단체로 성장하게 됐다.

김태준 대표는 면역항암제 오프라벨(정부 승인 없는 적응증에 투여되는 약제=허가범위 초과약제) 사용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며 세상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치료 효과를 본 딸의 경험을 공유하며 1년 치료비로 수억원대에 달하는 치료비 부담의 문제를 공론화하는데도 기여했다.

그는 정부를 상대로 다양한 환자 활동을 전개하며 '강성 환우회 대표'라는 낙인도 찍혔지만 두려워하지 않았다. 면역항암제로 치료 기회를 열 수 있는 환자들이 여전히 있었기에 다른 암종에 치료 기회를 열어달라며 환자들의 목소리를 전하는데 주력했다.

그러나 그 사이 딸은 재발을 경험하며 다시 병원에서의 힘든 투병 생활을 이어가야 했고 코로나19가 세상을 덮친 해에 떠나게 됐다. 환우회 활동 역시 코로나 19로 인해 정체기를 맞았지만 김태준 대표의 의지는 여전하다.

2023년 윤슬케어와 협력을 통해 비영리단체로 면역항암환우회를 설립한 데 이어 첫 공식행사로 지난 2월 20일 '면역항암제 도입 10년, 성과와 과제'를 주제로 한 토론회를 개최하게 된 것.

그는 뉴스더보이스와 인터뷰를 진행하며 "2016년 다양한 암종에서 비급여 됐던 면역항암제가 이제는 급여권에 상당히 진입한 상태"라면서 "그러나 여전히 오프라벨로 사용해야 하는 다른 암종의 환자들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내 딸 역시 오프라벨로 면역항암제를 한번 투여 때 마다 700~800만원을 부담하며 치료해야 했다"면서 "약제들이 다양한 암종에 진입하며 지금은 치료비가 많이 낮아졌지만 여전히 투여 비용은 400~500만원 선으로 환자 부담은 여전히 높은 상태"라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환자들이 치료제의 가격인하를 이야기 한다고 내려가지 않는다는 걸 잘 알지만 환자가 접근할 수 있도록 문이 더 열려져야 한다"면서 "정부도 급여화 되지 못한 영역에 치료 기회를 열 수 있도록 속도를 내줬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긴급사용 승인 등 희귀질환자들에게 치료 기회를 열 수 있는 문은 있지만 정부는 여전히 묵묵부답이다"면서 "재정만 생각해서 결론을 내리기보다 환자를 생각해 기회를 줄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딸아이가 횡문근육종으로 투병하던 당시 아내 역시 유방암 진단으로 가족 4명 중 2명이 암투병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었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가산을 딸아이의 투병비로 사용해야 했지만 후회는 없다고 말했다. 일반이이라면 지기 힘든 고난의 시간을 그는 여전히 이겨내고 있는 중이다.

그는 투병비로 가산을 탕진한 상황에서도 "내가 IT업계에서 30년간 종사하며 이제는 IT컨설팅을 통해 생업을 이어가고 있다"면서 "정부의 지원이 없이 아이의 치료비로 모든 재산을 썼지만 후회는 없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딸의 기적적인 회복을 경험하고 그 경험을 다른 환자들과 공유하기 위해 온라인 커뮤니티를 시작해 오프라벨 문제로 인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과 대립하며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면서 "그 사이 환우회 활동을 하며 많은 위기와 어려움이 있었지만 여전히 활동하는 건 면역항암제가 선물했던 딸과의 소중한 시간과 생명 연장의 경험을 공유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그는 여전히 환우회 활동을 지속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환우회를 비영리단체로 만든 이유도 연속성을 위해서다. 그는 "회원들의 후원금으로 면역항암제의 접근성 확대를 위한 인식개선 캠페인, 건강 프로그램, 의학세미나 등을 운영하고 있다"면서 "희귀질환자들에게 혜택을 더 주는 의료환경을 만드는데도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준 대표는 의정 갈등에 따른 의료 파업에 대해서도 쓴 소리를 냈다. 사회적으로 필수적인 구성은 파업을 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는 "IT쪽에 종사하는 사람으로 말씀을 드리자면, 과거 IT업계도 파업을 진행한 바 있었다. 그 당시 전산이 파업해 사회적 문제가 야기됐다. 그 이후로 파업을 못하게 정부도 업계도 쐐기를 박았다. 의료 역시 그래야 한다. 환자의 생명을 두고 파업하는 것은 자기 역할을 그만 두겠다는 선언과 같다.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환자 피해를 줄 바엔 차리라 그만 두는 것이 맞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지금 의료계와 정부에겐 환자가 보이지 않는 것 같다.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에 죽어나가는 것은 환자"라면서 "정부도 무책임하게 대응 방안없이 나가는 것은 아니다. 결국 이 모든 것은 환자를 제대로 치료하기 위한 것인데 환자의 의견을 그 누구도 물어보지 않는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 대표는 "이제라도 정부와 의료계가 대화할 수 있는 창구를 만들어 환자를 위해 어떤 환경을 만들어야 하는지 논의를 해야 한다"면서 "사람의 생명에 대한 고귀함을 안다면 대화의 장으로 나와 문제 해결에 나서라"고 일침했다.

김태준 대표는 인터뷰 말미에 환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이렇게 밝혔다.

"대체의학에 빠지지 말고 임상을 통해 증명된 치료방법을 찾아야 한다. 환자들이 주체성을 가지고 적극적인 치료에 임했으면 한다. 의학적인 부분에 문의가 있다면 환우단체가 있으니 언제라도 문을 두드려라. 환우회 역시 환자들의 어려운 부분을 긁어주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할 것이다."     

김태준 면역항암환우회 대표와 정승훈 면역항암환우회 홍보이사(윤슬케어 대표).  
김태준 면역항암환우회 대표와 정승훈 면역항암환우회 홍보이사(윤슬케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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