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화가 악화를 낳는 손발바닥 농포증', 희귀질환 지정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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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화가 악화를 낳는 손발바닥 농포증', 희귀질환 지정해야" 
  • 문윤희 기자
  • 승인 2024.06.17 06: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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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기 대표, "정책지원 달라 건선 질환 내 환자간 치료격차 생겨"
"평생 걸쳐 치료하는 병, 환자 부담 크지 않다는 지적 납득 어려워"
"환자 간 질병부담 다른데 직접 치료 비용만 보는 정부"

[인터뷰] 김성기 한국건선협회 대표 

"판상형 건선 환자인 내가 손발바닥농포증 환자들의 고통을 이야기 하는 이유는 그들의 아픔을 직접 보고 들어왔기 때문이다. 한 환우는 증상이 너무 심해 내가 직접 등에 들쳐업고 병원에 간 적도 있었다. 건선이라는 질환 내에서도 발현 증상에 따라 지원 여부가 갈리는 것은 혜택을 받는 환자에게 부채의식을 갖게 한다. 정부가 부디 환자들의 고통을 살펴주길 바란다."

김성기 한국건선협회 대표 
김성기 한국건선협회 대표 

뉴스더보이스는 지난해 1월 김성기 한국건선협회 대표 인터뷰를 진행한 바 있다. 판상형 건선 환자인 김성기 대표는 '중증 건선 산정특례 개선방안'이 발표되면서 직접적인 수혜자가 됐다. 생물학적제제를 투여하며 상태가 호전된 그는 정부와 관련 학회에 감사한 마음을 전하면서도 건선의 한 유형인 '농포성 건선'이 여전히 정책 지원의 사각지대에 있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인터뷰를 자처하고 나섰다. 

1년이 지난 지금 여전히 '손발바닥 농포성 건선'은 정책 지원의 사각지대에 있다. 김성기 대표가 다시 한번 뉴스더보이스와 인터뷰에 나선 이유다. 환자들의 상황은 점점 나빠지고 있는데 관련 정책은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아서다. 

김성기 대표는 인터뷰를 하는 내내 손발바닥 농포증을 앓는 환자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토로했다. 판상형건선 등 중증 건선이 산정특례 대상에 포함되면서 약제 접근성이 높아진 반면 손발바닥농포증 환자들은 여전히 정책 지원의 사각지대에서 신음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성기 대표는 중증 건선이 산정특례 대상에 포함돼 환자 삶이 변화된 것처럼 손발바닥농포증 환자들의 삶 역시 개선되길 바라고 있다. 질환이 주는 고통을 단순 비교하기 힘들지만 사회생활을 하지 못할 만큼 극심한 신체적 부담과 경제적 부담을 동시에 떠 안고 살아가는 손발바닥농포증 환자들을 위해서라도 '희귀질환 지정'이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의견이다. 

환우회 추계 국내 환자는 약 1만 명이 있을 것으로 추산되는 손발바닥농포증 환자들을 위해 인터뷰에 나선 김성기 대표는 "정책지원이 달라 건선 질환 내 환자간 치료격차가 생겨서는 안된다"면서 "부모가 자식에게 이런 천형(天刑)을 가지고 태어나게 해서 미안하다는 말을 하지 않을 수 있도록 환경이 개선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김성기 대표의 간절한 마음을 그대로 담기 위해 인터뷰 전문을 게재한다. 

-지난해 이맘때쯤 뉴스더보이스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근황을 정리해 주신다면?

한국건선협회가 25주년을 맞았다. 온라인 카페에 건선 환우들만 1만 8천명이 모여 있는데, 팬데믹 이후 오프라인 모임을 정례화해 나가고 있으며, 2030 모임도 만들어 나가고 있다.

-손발바닥 농포증에 대해 하실 말씀이 있다고 해서 인터뷰 자리를 갖게 됐다. 

손발바닥농포증에 대한 희귀질환 지정이 되지 않아 답답한 마음에 인터뷰를 요청했다. 손발바닥농포증 환자들은 일반적으로 알려진 판상건선이나 물방울건선(전체 건선 환자의 약 95%) 환자 보다 외톨이로 숨어 지내는 분들의 비중이 높다. 병변이 손과 발 등 드러나는 부위에 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발병 초기엔 주로 손발에 물집이 올라오니 습진(특히 주부들의 경우 주부습진)인 줄 알고 주로 민간요법이나 단순 연고치료를 받는다. 어느 순간 피부가 들뜨고 벗겨지기 시작하는데, 이때 상처가 한번 생기면 쉽게 아물지 않아 생활에 제약이 생긴다. 중증 수준으로 발전한 후 에야 조직검사를 통해 제대로 진단받는 경우가 많다.

손발바닥 농포증 환자들은 정확한 진단을 받기까지 상당한 시간적 낭비, 누적된 치료비 부담을 겪고 있다. 대표적 건선인 판상건선에 비해 유병률도 약 1만명 수준으로 희귀한데다, 치료 과정에서도 방황하게 되어 소외감을 느끼고 쉽게 지치게 된다.

-손발바닥 농포증이 중증으로 발전하면, 환자들은 어떤 부담을 겪게 되는가? 환자들의 불편과 고통을 함축적으로 표현한다면?

‘불에 데인 것 같이 뜨겁고 아프다’, ‘종이 한 장 만지는 것도 힘들다’, ‘발바닥으로 땅을 디딜 수가 없다’ 등으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손발바닥 농포증이 유전질환은 아니나 부모로부터 ‘이런 천형(天刑)을 가지고 태어나게 해서 미안하다’는 이야기를 듣는 경우도 있다.

중증으로 발전할수록 피부에 난 상처들의 회복속도가 더디고, 욱신거리고 쓰라리는 것을 넘어 화상을 입은 듯 화끈거리는 듯한 통증이 심화되면서 사회생활은 물론 일상생활에 큰 위협을 겪는다. 실제로, 직장에서도 문서작성을 위한 타이핑 작업이 불가능 해져 차별당하고, 결국 보직이 변경되었다는 환자가 있다. 해당 환자는 본인 스스로 수십년간 뼈를 깎는 노력을 통해 결국 이동한 보직에서 잘 적응하여 지내고 계시지만, 모든 환자가 이런 경험을 하고 있진 못하다.

손발바닥 농포증 환자들 중 외톨이가 많은데, 특히 고령의 환자 중에는 가족에게까지 증상을 숨기는 경우도 있다. 아직 원인이 명확히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면역질환이기에 혹시라도 자녀들에게 나타날 가능성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장애인 개발원에서 중증 피부질환도 장애 스펙트럼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연구를 한 적이 있는데, 여기서 중증 피부질환으로 꼽힌 것이 손발바닥 농포증이 속한 건선과 후천성 수포성 표피박리증이다.

-손발바닥 농포증 치료 과정에서 환자분들이 겪는 부담이 크다면 치료 과정도 원활하지 않을 것 같다.

물방울형 또는 판상형 건선은 스테로이드 제제 연고를 3일에서 일주일 가량 상처 부위에 도포하고 잘 관리해주면 빠르게 재생된다. 하지만 손발바닥 농포증은 여러가지 방법, 특히 강력하기로 소문난 스테로이드 제제를 써도 호전되기가 힘든 난치 질환이다.

열심히 치료해도 호전되기 힘드니, 사회생활이 어려워지는 것은 당연하다. 손발바닥 농포증 환자 중 제대로 된 직업을 가진 경우가 드물고, 경제적 취약성 때문에 치료를 지속하거나 더 나은 치료법을 선택하지 못하고, 정보에 대한 접근성도 부족하여 악화가 악화를 낳는다. 정신적으로도 고통을 받아 외톨이인 경우도 많으며, 치료를 포기하고 살아가는 환우도 있다.

-지난해 협회에서 손발바닥 농포증 희귀질환 지정 신청서를 접수한 것으로 알고 있다. 미지정 사유는 무엇이었고 건선협회의 의견은 어떠한가?

지난해 한국건선협회 뿐 아니라 대한건선학회에서도 손발바닥 농포증 환자들의 치료환경 개선을 위해 희귀질환 지정 신청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고 있다.

희귀질환으로 지정되지 않은 사유는 ‘진단 및 치료 등에 대한 본인부담금이 상대적으로 낮은 질환’ 이었는데, 미지정 사유를 들은 환자들은 ‘자식을 키워 독립시킬 때까지 평생에 걸쳐 손발바닥 농포증을 견뎌왔는데, 환자부담이 크지 않다는 말은 납득이 가질 않는다. 나 뿐만 아니라 젊은 세대 환자들의 삶을 위해서라도 빨리 희귀질환으로 지정되어야 한다’고 깊이 아쉬워했다.

관련해 대한건선학회에서 재심의를 요청하신 것으로 알고 있다. 의료진들께서 손발바닥 농포증 환자들을 둘러싼 치료환경의 변화에 적극 나서 주신 점에 대해 환우회의 대표이자, 한 사람의 건선 환우로서 매우 깊이 감사를 드린다.

-본인부담금이 낮다는 평가가 내려진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중증 손발바닥 농포증 환자의 경우 기존에 주로 사용되는 치료제의 효과가 충분하지 않거나 장기간 사용시 부작용 등으로 치료를 지속하기 힘든 경우가 많지만 최근 생물학적제제를 사용하면 완치에 가까운 수준의 관해가 나타나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해 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적으로 사각지대에 놓인 중증 환자들은 생물학적제제로 치료를 지속하거나 혹은 시도조차 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고, 증상이 심한 환자들과 심하지 않은 환자들이 겪는 질병 부담 및 치료제 접근성이 모두 다른데 이러한 상황들이 충분히 고려되지 않은 것 같다. 

게다가 손발바닥 농포증과 같은 난치성 피부 면역질환 환자들은 관절염, 우울증 등 동반질환이 나타날 수 있는데 보건당국에서 집계한 비용에는 해당 질환에 대한 직접적인 치료 비용만 집계된 상황이다. 

-손발바닥 농포증 환자분들의 치료 환경 개선을 위해 건선협회에서 계획하고 있는 활동이 있다면 소개해 달라.

비록 저는 판상형 건선 환자이지만, 25년간 환우회에 몸을 담으며 희귀질환이자 중증난치성 건선인 손발바닥 농포증 환자들의 아픔들을 직접 보고 들어왔기 때문에, 직간접적으로 그들의 고통이 이루 말할 수 없는 지경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건선협회 대표임에도 판상형 건선 외에는 무지했던 점이 부끄럽고, 손발바닥 농포증 환자들의 치료환경 개선과 관련해 마음 한구석에 부채의식을 가지고 있다. 소외되어 온 손발바닥 농포증도 희귀질환으로 지정되어, 환자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숨어 지내며 아픔을 견뎌내야만 했던 시기가 끝나고 치료의 접근성이 개선되어 치료 효과를 보고 삶을 되찾을 수 있는 세상이 서둘러 왔으면 좋겠다.

또한, 자가면역질환의 치료 과정에서 여전히 불합리한 상황에 놓인 경우들이 있다. 전신농포건선이 희귀질환으로 지정되었지만 손발바닥 농포증은 지정되지 않고, 건선에서 교차치료가 적용되는데 중증 아토피에서는 안 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런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한국건선협회 뿐 아니라 UC사랑회(궤양성대장염 환우회), 류마티스를 이기는 사람들, 중증아토피연합회, 크론가족사랑회, 한국강직성척추염환우회 등 유관 단체들이 연대해 한국자가면역질환연합회 결성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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