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딸아이의 마음에 아빠에게 사랑을 표현할 수 있는 최상의 문장이 바로 “오늘은 아빠딸”이라는 표현인 듯싶다. 아이는 아침에 일어나 기분이 좋을 때면 저렇게 선언을 하고는 평소에는 하지 않는 애정표현을 아빠에게 쏟아 붓는다.
“그럼 엄마는, 엄마는~~"하고 질투가 난다는 표정으로 물어보면 아이는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아이, 오늘은 아빠 딸이라니깐”하며 더 깊은 스킨십을 아빠에게 선물한다.
간만에 아이에게 애정공세를 받는 남편은 잠결에도 행복에 겨워 "아이 좋네. 아빠도 우리 딸 너무 사랑해~"하며 아이를 품에 안고는 행복한 표정을 짓는다.
싱크로율 100%를 자랑하는 둘이 좋아죽는 그 잠깐에 “이런 게 행복이지 별개 있나”하는 생각이 든다.
이내 삐진 척을 하며 남편에게 "아빠, 오늘 계 탔네"라 하면 아이는 또 그 말을 놓치지 않고 "아빠 계 탔지?"하고는 생글생글 웃는 얼굴을 한다.
찰나의 순간이지만 나이차가 40년이 넘게 나는 둘의 얼굴이 너무 닮아 새삼 유전자의 힘을 깨닫는다.
유진이는 이렇게 가끔이지만 기분 좋게 일어난 아침의 느낌을 아빠에게 선물한다. 조금은 아이에게 엄하고 강제적인 아빠에게 평소에는 짜증이나 울음으로 응답하던 아이가 자신이 컨디션 좋은 날이면 아빠에게 먼저 좋은 기분을 선물하는 것이다.
평소 아이는 아빠가 하지 말라는 것을 하다 꾸중을 들으면 "유진이는 엄마를 제일 사랑해"하며 약 올리듯 엄마에게 달려든다. 그 모습에 아빠는 "둘이 참 닮았다"라며 짧은 한숨을 쏟아내는데, 겉모습은 아빠, 속은 엄마를 닮은 유진이를 두고 이렇게 우리 부부는 서로 닮았다며 '몸서리'를 치기도 한다.
아무튼 아침에 '계'를 탄 아빠는 간만에 기분이 좋아 아이가 부리는 아침 난장(장난감 어질러 놓고 어린이집 등원하기)에도 "허허허"하며 작은 미니미에게 뽀뽀를 해댄다. 아직은 기분이 좋은 유진이도 답례 뽀뽀를 하고는 기분 좋게 집을 나선다.
아이는 엄마의 손을 잡고 등원하는 길에 이런 질문을 한다.
"아빠는 유진이를 좋아하지?"
"그럼"
"많이 사랑하지?"
"당연하지"
"내가 너무 이쁜거지!"
매일 아침이 이렇게 들뜬 기분으로 맞이하는 하루라면 좋으련만 아이는 사실 아침에 신경질이 최고조를 찍는 타입이라 엄마는 하루를 시작하기도 전에 진이 빠지기 일쑤다.
대부분의 아침을 "해님이 떴네. 일어나자. 유진아"하는 엄마의 목소리에 깨는 유진이는 자신이 먼저 일어나지 못했다는 것으로 짜증을 내기 시작해서 '손 씻고 오라'는 요구가 또 싫어서 한참 짜증을 부려댄다.
우는 듯 마는 듯 짜증을 얼추 내다 식탁의자에 앉는데, 그날 메뉴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온갖 투정을 다 쏟아낸다.
아침부터 에너지를 쓰고 싶지 않은 엄마 역시 평소보다 조금 단호해지는데, 유진이는 자신에게 질 생각이 없는 엄마를 보면 더 서운한지 이내 울음을 터트린다. 그러면 그날 아침은 정말이지 어린이집 등원까지 엄마에게는 '헬'인 하루가 시작된다.
아이를 달랠 시간조차 없는 바쁜 아침일 경우에는 신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아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진이와 하루는 너무 행복해서 감사하다. 아이의 컨디션은 아침 기분에 따라 좌우되지만, 어린이집에 있었던 시간 동안 떨어져 있던 엄마를 만나 반가운 유진이는 저녁 컨디션은 좋은 편이기에 엄마는 그것만으로도 감사하고 행복하다.
오늘도 유진이는 아빠 딸을 자처하고 나섰다. 아침부터 아빠와 엄마에게 웃음을 한바구니 안겨준 딸은 등원하면서도 기분 좋은 에너지를 엄마에게 한껏 안겨준다. 덕분에 엄마의 에너지는 100%가 됐다. 아이가 준 선물 덕에 엄마도 인상쓰며 할 일을 웃는 얼굴로 할 수 있다. 역시 그 엄마의 그 딸인 우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