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병원 최악의 경영환경 직면…또렷한 칼라 없이 생존 불가"
상태바
"요양병원 최악의 경영환경 직면…또렷한 칼라 없이 생존 불가"
  • 이창진 기자
  • 승인 2023.07.24 06: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만성기의료협회 김덕진 회장 "비현실적 규제, 진퇴양난 상황"
의료정책 병원에서 지역사회로 전환…"병원 경영자 큰 흐름 읽어야" 

"요양병원계 현 상황은 한 마디로 '진퇴양난'입니다. 과잉 경쟁과 의료인력 구인난, 의무 인증제, 간병인 구인난 그리고 요양원보다 낮은 수가 등 비현실적 규제와 환경으로 최악의 경영에 직면해 있습니다."

김덕진 회장은 요양병원들이 직면한 경영 악화 상황을 냉철하게 진단했다.
김덕진 회장은 요양병원들이 직면한 경영 악화 상황을 냉철하게 진단했다.

한국만성기의료협회 김덕진 회장은 [뉴스더보이스]와 인터뷰에서 요양병원들이 마주한 현실을 이 같이 진단했다.

김덕진 회장은 국내 첫 요양병원 설립 운영과 경영 위기를 딛고 창원 희연요양병원에 이어 보건복지부 지정 희연재활병원 등 요양재활 정책과 경영 선구자이자 전문가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희연요양병원 이사장을 역임하면서 우리나라 최초 신체구속 폐지 선언과 욕창 제로, 인간 존엄성 확립 등 자타 공인 최고 수준 의료기관으로 성장시켰다.

김 회장은 "지난 10년간 의료수가는 매년 1%대 인상에 그쳤으나 인건비와 최저임금, 물가는 10배 이상 올라 그야말로 요양병원을 둘러싼 최악의 경영환경"이라면서 "코로나 이전과 비교해 요양병원 대부분 마이너스 성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요양병원을 향한 정부의 과도한 규제에 우려감을 표했다.

■요양병원 적정성·인증 중복평가 "현장 외면한 평가 잣대, 사회적 손실 발생"

김 회장은 "대표적 규제는 적정성 평가와 인증 평가라는 유사한 중복 평가이다. 상대평가 방식을 고집하는 적정성 평가는 요양병원 입원환자 질환 특성에 따라 유치 도뇨관 처치와, 향정신성의약품 처방이 필요한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못하고 있다. 요양병원 일각에서 '일단 거짓 서류만 잘 작성하면 된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오고 있다"며 현장과 동떨어진 정책을 꼬집었다.

이어 "의료법에 명시된 4년마다 의무적으로 치뤄야 하는 인증평가는 3주기부터 비용 20%를 병원이 부담해야 한다. 비용 증가는 물론 환자에 집중해야 할 의료인력이 거의 1년을 두 가지 평가 준비를 위해 페이퍼 작업에 매달리고 있어 사회적, 국가적, 환자 서비스 질 관리 측면에서 엄청난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국 1300여개 요양병원의 생존 전략은 무엇일까.

김 회장은 평범하면서도 변하지 않은 병원 경영 노하우를 조언했다.

그는 "경쟁이 치열할수록 병원만의 또렷한 칼라가 없으면 환자로부터 선택받을 수 없다. 일례로, 신체 구속 없는 병원, 욕창 발생 없는 병원, 급성기 병원에서 전원된 욕창환자의 초단기 치료법 도입 등 하나라도 특정분야를 또렷하게 내세우며 인지도를 끌어 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시 말해, 환자로부터 외면 받지 않아야 한다는 의미다.

김 회장은 "여기에는 반드시 선행되어야 할 양질의 의사와 간호사, 치료사 등 전문인력 양성과 확보라는 절대 요소가 있어야 한다. 결론적으로 인적자원 관리에 투자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또렷한 칼러로 환자들 선택받아야 생존 "의료환경, 병원에서 지역 완결형으로 변화"

고령사회에 대비한 보건정책은 의료와 돌봄을 병행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일본 요양재활병원계와 최다 인맥을 자랑하는 김 회장은 "30년 앞서 고령화를 경험한 일본 사레에서 보듯 의료환경 패턴은 병원 완결형에서 지역 완결형으로 변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지금까지 의료는 모든 처치를 병원 안에서 해결해 완벽한 상태로 퇴원시키는 것이 목표였다. 하지만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하나의 질환이 아닌 복수의 연속적인 질환이 이어질 것이며 병원에서 지속 치료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했다.

그는 "치명적인 질환은 병원에서 치료하지만 그 외 질환은 지역사회에 살아가며 치료받고, 제공하는 형태로 변화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또한 "입원기간도 짧아질 것이다. 입원은 지역사회 서비스에 비해 많은 비용을 발생하게 되어 국가에서 가능한 입원을 짧게 그리고 지역사회에서 케어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으로 변화시키려 할 것"이라며 "비대면진료와 재택의료, 방문진료 등 현재 진행 중인 정책이 같은 맥락에서 시도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요양재활 의료 최고 전문가로 평가받는 김덕진 회장은 또렷한 병원 칼라를 창출해야 환자들로부터 선택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요양재활 의료 최고 전문가로 평가받는 김덕진 회장은 또렷한 병원 칼라를 창출해야 환자들로부터 선택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요양병원과 재활의료기관이 공존하는 상황에서 의료진 채용과 입원환자를 놓고 출혈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김덕진 회장은 "병원 경영자는 큰 흐름을 읽어야 한다. 단순히 생각해봐도 초고령 사회 의료 기본 패턴을 고려할 때 급성기와 회복기, 만성기로 나눠진다. 급성질환은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에서 약물이나 수술을, 재활치료가 요구되는 경우 재활의료기관에서, 나머지 의료적 욕구가 필요한 경우 요양병원에서 그리고 만성질환 관리는 지역사회로 흐름을 막을 수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앞으로 요양병원에서 재활치료 양은 점점 줄일 수밖에 없다. 결론은 이미 보인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했지만 요양병원은 자기 병원만의 또렷한 칼라가 없다면 생존을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며 "제가 보기에 초고령사회에서 효율성과 지속가능한 재정 정책 골자는 병원에 머무는 시간 최소화와 지역사회 의료라는 관점에서 다뤄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부 고령사회 재정 투입 최소화 "재활연구회 개설, 회원병원 경영개선 유도" 

만성기의료협회는 법인화 이후 내실과 외연 확장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김 회장은 "단체의 존재 이유는 회원 병원 이익 창출을 돕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매월 개별 요양병원 수가구조를 비교해 취약한 부분을 보완해주는 수가연구회를 운영하고 있다"며 "일본 내과의사가 개발한 최단기 욕창 완치법인 OPWT 치료법 강좌를 격월로 개최하며 환자의 고통 기간을 단축하는 전문가 양성과정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만성기의료협회 회원 병원은 엄격한 기준에 입각해 요양병원과 재활의료기관 등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김덕진 회장은 "갑작스런 장애로 일상이 자유롭지 못한 분들을 위해 재활연구회를 조만간 개설해 환자의 삶의 질 향상을 돕는 방안을 강구할 계획"이라면서 "내년 6월에는 일본과 중국, 한국 3개국이 설립한 아시아만성기의료협회와 공동으로 아시아 6개국 800여명이 의료 전문가들이 참가하는 제6회 아시아만성의료학회 부산 유치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내년도 국제학회는 만성기 의료와 재활에 대한 최신지견이 발표될 것으로 예상되어 우리나라 요양병원과 재활병원 수준을 한 단계 끌어 올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여 기대가 크다"며 의료계 관심과 협조를 당부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