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병원 업무정지 판결 뒤집은 2심 "복지부 탁상처분 경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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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병원 업무정지 판결 뒤집은 2심 "복지부 탁상처분 경종"
  • 이창진 기자
  • 승인 2024.04.22 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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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법, CRE 감염증 치료병원 중요성 인정 "병원과 입원환자 공익 우선해야"
의료용 산소 실거래가 착오청구 강변…김준래 변호사 "국민 생명권과 건강권 반영" 

요양병원 업무정지 행정처분 정당성을 부여한 1심을 뒤집은 2심 판결이 나와 주목된다.

감염증 치료 요양병원 역할과 중증 고령환자 생명권을 간과한 보건당국의 과도한 행정처분관행에 법원이 경종을 울린 것이다.

뉴스더보이스 취재결과, 서울고등법원 제10행정부(재판장 성수제)는 최근 A 요양병원이 보건복지부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업무정지처분취소 항소심에서 1심 판결을 파기하고 피고(복지부)가 원고(A 요양병원)에게 한 업무정지처분을 모두 취소한다고 주문했다.

이번 사건은 2018년 복지부의 A 요양병원 현지조사에서 시작됐다.

복지부는 2018년 11월 해당 병원을 대상으로 현지조사를 실시하고 국민건강보험법 제98조 제1항 제1호에 근거해 요양기관 업무정지 30일 처분을 했다.

복지부는 현지조사를 통해 2016년 6월부터 2017년 8월까지, 2018년 3월부터 8월까지 진료내역을 조사했다. 

처분 이유는 약제비 실구입가 산정기준 위반 청구였다.

해당 병원은 약제를 평균가격보다 높은 금액으로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해 8511만원의 부당금액을 산출했다.

해당 약제는 '의료용 산소'로 분기 평균가격은 6원인데 청구단가는 10원으로 청구해 2016년 6월부터 2018년 8월까지 부당청구 했다는 것이다.

복지부는 조사대상기간 요양급여비용 총액 대비 부당금액 비율이 0.83%로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 제70조 제1하 업무정지처분 및 과징금 부과 기준을 들어 업무정지기간 30일을 부과했다.

또한 동일 사안을 의료급여법으로 적용해 의료급여기관인 해당 병원에 업무정지 20일 행정처분을 내렸다.

■A 병원 의료용 산소 가격 불일치, 건보법과 의료급여법 업무정지 30일과 20일 '처분' 

A 요양병원은 업무정지 행정처분 부당성을 제기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행정법원 제14부(재판장 이상훈)는 2022년 4월 판결을 통해 원고 청구를 기각하며 복지부 손을 들었다. 

해당병원은 변호사를 교체해 상고했다.

2심 소송은 건강보험공단 선임전문연구위원을 역임하며 공단과 요양기관 간 법적 다툼을 오랜 기간 전담하면서 현지조사 법률전문가로 평가받는 김준래 변호사(김준래 법률사무소 대표, 법학박사)가 맡았다.

김준래 변호사는 행정처분 근거인 관련법과 고시, 심사 행정절차 그리고 해당 병원의 특수성 등을 파고들면서 재판부에 4가지 위법 사유를 제시했다.

우선, 현지조사 절차적 위법이다.

복지부는 현장출입조사서 등을 조사개시 7일 전까지 조사대상자에게 서면으로 통지하도록 한 행정조사기본법 제17조 제1항을 위반했고, 조사도 강압적이고 형식적으로 이뤄져 현지조사는 위법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법령 적용 위법성을 제시했다.

해당 병원 부당금액과 부당비율에 따른 업무정지 기간은 구 건강보험법 시행령으로 2018년 9월 개정 시행령을 적용하면 업무정지기간은 30일이 아닌 25일이고, 의료급여법 역시 개정된 의료급여법 시행령을 적용하면 업무정지기간은 20일이 아닌 15일인 점을 꼬집었다.

행정기본법 제14조 제3항에 따라 복지부가 개정 이전 처분기준인 구 건강보험법 시행령과 구 의료급여법 시행령 처분기준에 따라 두 차례 행정처분을 했으므로 위법이라고 강변했다.

영업정지 처분의 영업정지 기간이 적정 범위를 초과해 위법한 경우 초과부분 일부만을 취소할 수 없고, 그 전체를 취소하여야 하므로 두 처분 모두 취소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사 법률전문가 김준래 변호사, 관련법과 행정절차 문제점 등 4가지 위법성 '제시' 

처분사유 부존재도 지적했다.

원고는 속임수로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한 것이 아니라고 했다. 

해당 병원은 원무업무 프로그램인 '닥터스'를 사용해 전산으로 공단에 급여비용 청구 업무를 처리했다. 

해당 프로그램에서 의료용 산소 가격이 최대 단가인 10리터당 10원으로 설정되어 있어, 원고는 병원별 시가로 수정해야 함을 알지 못한 채 프로그램에 따라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했다고 설명했다.

다른 의약품과 달리 산소는 액체산소 형태로 구입하는 데 원고는 건강보험공단의 사전조사 전까지 산소 단가를 기체산소가 아니라 액체산소 기준으로 개선해야 함을 알지 못했다. 공단 직원 역시 의료용 프로그램 설정대로 단가를 계산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고, 의료용 산소 가격의 가격 설정에 대해 알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다시 말해, 원고는 단순히 착오로 요양급여비용을 잘못 청구한 것에 불과하고 사익을 위해 고의로 단가 책정을 잘못한 것이 아니라고 역설했다.

심사평가원에서 2017년 발행한 '요양기관 구입약가 사후관리 안내' 책자를 근거로 제시했다.

변호인은 2017년과 2019년, 2020년 발행된 책자에서 공통적으로 구입약가 청구방법 적용대상에서 산소를 제외하고 있다면서 심사평가원 업무포털 사이트 HIRA에서도 '산소'를 조회해도 정보를 찾을 수 없었다고 전했다.

해당 병원 인근 대다수 요양병원에서도 산소에 대한 단가 계산방법을 몰라 산소 단가 착오청구로 벌금형의 행정처분을 받은 점을 들었다.

변호인은 원고의 착오를 사회평균인 입장에서 과실이라고 할 수 없고, 오히려 구입약가 검증시스템을 제대로 구축하지 않은 복지부 과실이자 책임이라고 봐야 한다고 반박했다.

끝으로 재량권 일탈과 남용을 제시했다.

복지부가 업무정지처분을 갈음해 과징금 부과처분을 할 수 있음에도 해당 병원에 업무정지 처분을 두 차례 했다. 해당 병원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행정처분에 재량권 일탈과 남용 위법이 있다고 강조했다.

■재판부, 재량권 일탈과 남용 "감염증 고령환자들 전원 어려움과 과징금 갈음 검토 안했다"

그리고 해당 요양병원이 일반 요양병원과 다른 CRE(카바페넴내성 장내세균속균종) 감염증 치료 거점병원 중요성과 고령인 입원환자 건강상태, 입원환자 전원의 현실적 어려움 등을 증거자료로 제시했다.
 
재판부는 원고 측 논거 일부를 인정했다. 특히 복지부 재량권 일탈과 남용 여부를 주목했다.

2심 승소를 이끈 김준래 변호사.
2심 승소를 이끈 김준래 변호사.

법원은 제출된 증거에 변론 전체 취지를 종합해 법리에 비춰 살펴보면, 복지부가 해당 병원에 각 30일, 20일 업무정지를 명한 두 처분은 재량권을 일탈, 남용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해당병원은 수도권에서 몇 안 되는 CRE 감염증 치료 거점병원으로 대학병원 응급실 수준의 의료장비를 대규모로 갖추고 있다. 병원 입원환자들은 3차 병원에서 전원되어 온 CRE 감염증 환자들로 장기간 입원치료를 요하는 환자들이다.

재판부는 "복지부 두 처분이 적법하다는 판단이 확정된다면 해당 병원에 입원한 137명의 CRE 감염증 환자 모두 대학병원이나 다른 요양병원으로 전원되어야 한다. 그런데 CRE 감염증은 접촉에 의해 감염되기에 확산 방지를 위해 위생적 환경을 유지해야 하므로 격리되어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서울 내 요양병원 중 격리병실을 갖춘 요양병원은 극소수이므로 CRE 감염증 환자들을 다른 요양병원으로 전원 시키는 데 어려움이 클 것으로 보인다. 입원 중인 환자 중 52명은 혼수상태에 있어 고압산소장비 등에 호흡을 의존한 채로 치료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만일 두 처분으로 해당병원 업무가 정지되어 환자들을 다른 병원으로 전원 시키는 경우 이들 혼수상태 환자들에게 불가피하게 산소공급을 비롯한 치료 공백이 생길 수 있고 이로 인해 이들의 생명과 신체 안전에 급박한 위험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봤다.

법원은 국민건강보험법과 의료급여법에 명시된 업무정지 처분이 해당 요양기관을 이용하는 사람에게 심한 불편을 주거나 특별한 사유가 있는 경우 업무정지 처분을 갈음해 과징금을 부과 징수할 수 있다는 규정을 주시했다.

재판부는 "원고가 감경 또는 유예 의견을 제출했음에도 피고가 원고에게 업무정지 처분에 갈음해 과징금을 부과할지 여부를 내부적으로 검토하는 과정을 거쳤다고 볼 자료가 없다. 원고가 현지조사 단계에서 약제를 분기 가중평가가격보다 높게 청구했음을 인정하면서 조사에 협조적인 태도를 보였음에도 피고는 단순히 처분 사유와 같은 사실관계가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업무정지 처분을 했다"고 지적했다.

■처분 확정 시 감염증 환자들 생명 위험 초래…자존심 상한 복지부, 대법원 '상고' 

또한 "부당청구 자에 대한 업무정지 처분 취지는 공적 재원으로 운용되는 요양급여와 의료급여 재정 건전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공익이기도 하다. 그런데 처분으로 인해 원고가 운영하는 병원 명예가 실추되고 환자와 고객의 신뢰가 손상됨으로써 원고의 사익 침해 뿐 아니라 입원 중인 다수의 CRE 감염증 환자들이 전원 할 마땅한 병원이 없는 상황에서 처분이 확정되고 후속 행정작용까지 이뤄진다면 감염증 환자들의 생명과 신체 안전에 중대한 위험이 초래된다"고 우려했다.

서울고등법원  제10행정부는 "이는 원고의 사익이라기보다 공익의 침해라고 볼 수 있다. 처분으로 인해 달성하려는 공익에 비해 초래될 원고의 사익 침해와 공익 침해 정도가 더 중하다고 봄이 타당하다"면서 "제1심 판결을 취소하고 두 처분을 모두 취소한다. 소송 총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고 판시했다.

복지부 상대 행정처분 소송에서 1심 패소 이후 2심 승소는 힘들다는 점에서 이번 판결은 의미가 크다.

승소 판결을 이끈 김준래 변호사는 "헌법에 기본권으로 생명권이 있고, 국가는 국민의 건강을 보호해야 할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건강보험법에는 환자의 불편이 있을 경우 과징금으로 대체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준래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환자의 불편을 넘어 환자의 생명까지 앗아갈 수 있는 중차대한 상황임에도 무조건 업무정지만을 집행하는 복지부의 잘못된 관행에 경종을 울린 것"이라고 판결 의미를 설명했다.

현재 복지부는 2심에 불복해 대법원 상고를 한 상황이다.

김 변호사는 "복지부는 반드시 업무정지를 관철시켜야 한다는 잘못된 인식을 지니고 있다.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해야 할 주무 부처의 올바른 행정이라고 할 수 없다"고 일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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