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약제 없는 중증질환 약제 급여 고속도로 뚫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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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약제 없는 중증질환 약제 급여 고속도로 뚫린다
  • 최은택 기자
  • 승인 2024.01.02 07: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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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FT 지정약제, 허가·평가·협상 연계에 ICER 탄력 적용까지
만성 중증질환 약제 위험분담제 추가 적용 한 몫
경평생략 대상 확대되면 더 힘 받을 듯

(기획) 4가지 키워드로 본 새해 약가제도 이슈
=①환자 접근성 개선

정부가 올해부터 시행하기로 한 이른바 '신약 혁신가치 반영 약가제도 개선 방안'이 신속등재제도와 만나면 중증질환자의 신약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특히 지금은 시범사업으로 진행되고 있는 허가·평가·협상 연계 대상 약제가 혁신성을 인정받아 ICER를 탄력 적용받게 되면 그야말로 고속도로가 뚫리게 된다. 

또 만성 중증질환 약제 위험분담제(RSA) 추가 적용도 환자 접근성 향상에 도움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다 올해 제도개선 논의가 진행될 경제성평가 자료제출 생략(경평생략) 적용대상 약제가 확대될 경우 제도적인 툴 내에서 신약 환자 접근성 개선 이슈가 상당부분 해소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되는 이슈다.

정리하면 이렇다.

새롭게 시도되는 약제 신속등재제도=정부는 신약 등재기간 단축을 위해 여러 제도들을 운영하고 있다. 약가협상생략, 경평생략, 허가-평가연계 등이 대표적이다. 윤석열 정부 들어서는 경평생략 약제의 급여평가와 협상기간을 각각 30일씩 단축하는 제도가 추가됐고, 허가-평가 연계에 더해 허가-평가-협상 3가지 절차를 동시에 진행하는 시범사업도 진행 중이다. 

특히  '허가신청-급여평가-약가협상 병행 시범사업'은 잘만되면 허가와 동시에 급여등재까지 이뤄질 수 있는 신속등재제도의 '끝판왕'이다. 

현재 시범사업 대상으로 지정된 레코르다티코리아의 신경모세포종치료제 디누툭시맙(콰르지바주)와 입센코리아의 진행성 담즙 정체증 치료제 오데시시바트(빌베이), 2개 약제가 지난해 10월 허가 신청돼 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결과가 이르면 연내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보건복지부 오창현 보험약제과장이 최근 전문기자협의회 간담회에서 "시범사업 2차 대상 약제 지정을 위한 수요조사를 2024년 상반기 중 실시할 계획"이라고 언급한 만큼 대상약제도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혁신성' 인정된 약제 ICER 탄력 적용=정부가 지난해 말 발표한 '신약의 혁신가치 반영' 약가제도에서는 ICER 탄력 적용 요소로 '혁신성' 개념이 새로 추가됐다. 종전에는 질병의 위중도,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 등이 고려됐었다. 사실상 항암제와 희귀질환치료제만을 탄력 적용 대상으로 삼았던 것이다. 이 조차 ICER가 5천만원을 넘긴 사례는 없었다. 

'신약 혁신가치 반영' 약가제도에서는 항암제나 희귀질환치료제가 아니어도 3가지 '혁신성' 인정요건을 모두 만족하면 ICER를 더 높게 적용받을 수 있게 된다. 이와 관련 오 과장은 전문기자협의회 간담회에서 "ICER가 5500만원인 약제가 나올 수도 있다"고 했었다. 

'혁신성' 인정 약제 ICER 탄력 적용은 상대적으로 높은 보험약가로 인해 '제약사 퍼주기' 논란의 대상이 될 수 있지만, 신약 등재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환자 접근성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제도로 볼 수 있다. 오 과장도 환자 접근성 이슈와 관련 "그동안에는 절차 등을 개선해 주로 등재 속도를 단축하는 제도를 도입했다면 이번 제도개선은 처음으로 가격적인 요소를 접근성 이슈에 가미했다는 점에 의미를 둘 수 있다"고 했다.

혁신성 ICER 탄력 적용은 조만간 심사평가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 등을 통해 구체적으로 법령이나 규정에 구현할 방안이 논의될 예정이다.

RSA 적용대상 추가='신약의 혁신가치 반영' 약가제도 개선방안에는 대체약제가 없고 비가역적으로 삶의 질의 현저한 악화를 초래하는 만성 중증질환 약제에도 위험분담제를 확대 적용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복지부는 해당 질환으로 전신농포 건선, 간질성 폐질환, 유전성 혈관부종, 중증 천식 등을 예시하기도 했다. 그동안 약제급여평가위원회가 인정하는 RSA 예외통로에 있던 영역이 RSA 정식 통로로 들어오게 되는 것이다.

위험분담제도가 항암제와 희귀질환치료제 등의 급여 등재에 도움이 됐다는 건 이미 '공인된' 평가인 만큼 이 방안이 시행되면 만성중증질환 약제 환자 접근성을 더욱 향상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경평생략 제도 개선 논의=여러 제도들이 있지만 신약 환자 접근성에 가장 큰 도움을 준 건 역시 경평생략제도다. 특히 경평이 어려운 희귀질환 약제에는 사실상 결정적인 제도다. 정부와 보험당국은 마무리 단계인 경평생략제도 개선방안 모색 연구 결과를 토대로 올해 제도개선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일정기한을 정해 사후평가제도(경평)를 도입하는 게 논의의 핵심이다. 

이와 관련 오 과장은 지난해 말 전문기자협의회 간담회에서 "연구자가 제안한 것을 보면 경평생략 약제들에 대한 평가를 사후적으로 다시 해보자는 내용이다. 우리나라에서 급여결정 당시에는 (경평자료 제출을) 생략했지만 외국에서 경평을 한 약제들도 있다. 어느 시점에서는 경제성을 평가해보는 게 좋겠다는 것이다. 어느 시점에 할 지, 어느정도 수준으로 할 지 등은 내년에 논의를 해봐야 할 것 같다. 일방적으로 정할 수는 없고 제약업계와 논의할 것"이라고 했었다.  

특히 "고시인지 심사평가원 규정 개정 사안인지는 지금 확인이 안되는데, 재평가 형식으로 공고해서 가는 방법도 있다. 가령 복지부장관 직권으로 2~3년 기간을 부여하고, 경평을 생략했던 성분을 정해놓고 몇 년 안에 자료를 제출하라고 권고하는 형태다. 방법은 고민이 필요할 것 같다"고 사후평가 방식에 대해서도 언급했었다.

여기서 고려해야 할 건 사후통제 기전만 도입할 게 아니라 출구도 더 넓혀줄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신약 환자 접근성 이슈에 관심이 많은 더불어민주당 강선우·최혜영 의원, 국민의힘 이종성 의원 등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여야 국회의원들은 국정감사를 통해 삶의 질을 현격히 떨어뜨리는 소아 주적응증 희귀질환 약제에서 성인 적응증 희귀질환 약제까지 경평생략제도 대상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한 목소리를 냈었다.

사후평가 기전 추가와 성인 희귀질환 확대 적용이 동시에 이뤄질 경우 경평생략제도에 대한 일각의 우려와 환자 접근성 개선을 위해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 간의 절충점이 찾아질 것으로 보인다. 

신속등재제도와 '혁신성'이 만났을 때=신속등재제도 '끝판왕'인  '허가신청-급여평가-약가협상 병행 시범사업' 대상 약제는 질환의 중증도, 대체약제 유무, 치료효과 여부, 전문가 의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선정기준)해 선정된다. 다시 말해 대체약제가 없는 항암제나 희귀질환 약제가 대상이 된다는 얘기다. 여기다 식약처 GIFT(우선심사 대상 지정) 제도를 통해 허가가 진행돼야 한다.

이런 요건은 질환범위는 좁지만 '혁신성' 인증요건과도 거의 일치한다. 지금도 '허가신청-급여평가-약가협상 병행 시범사업' 대상은 ICER를 탄력 적용받을 수 있는 약제이지만 앞서 오 과장이 언급했던 것처럼 그동안 ICER가 5천만원이 넘었던 사례는 없었다. 그런데 앞으로 '혁신성' 요소가 추가되면 ICER가 5천만원을 넘기는 약제들이 속속 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속도에 가격까지 더해지면 등재가능성, 그리고 환자 접근성이 획기적으로 향상될 수 있을 것으로 충분히 기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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