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착된 '트레이드-오프'...외국약가비교 재평가 본격 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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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착된 '트레이드-오프'...외국약가비교 재평가 본격 개시
  • 최은택 기자
  • 승인 2024.01.03 0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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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보드로프로피진 등 7개 성분 급여적정성 재평가
최대인하율 상향 PVA제도 위력 더 커질듯
약품비 집행정지 환수·환급제도 본격 시행
제네릭 약가제도 개편?...새로운 복병될수도

(기획)4가지 키워드로 본 새해 약가제도 이슈
=④약품비 지출 합리화

제1차 건강보험종합계획이 수립됐을 때부터 정부는 큰 틀에서 이른바 '트레이드-오프' 기조를 유지해 왔다. 고가의 신약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려면 그만큼 재정부담을 져야 하는데, 이걸 기등재 약제에 대한 사후관리를 통해 일부 충당하는 방식이다. 

고가약제의 급여 사용범위를 확대하는 과정에서 협상 '스킬'로 특정회사 내 제품들 간 '트레이드-오프'가 활용되기도 하는데, 어쨌든 '트레이드-오프'는 정책을 입안하는데 있어서 '필요조건'이 되고 있다.

가령 정부가 지난해 말 발표한 '신약의 혁신 가치 반영 및 보건안보를 위한 약가제도 개선방안'이 시행되는데 따른 예상 추가 재정소요액은 1400억~1500억원으로 추계됐다. 

물론 복지부 오창현 보험약제과장의 설명처럼 가정치이고 변수가 많아서 실제 재정이 얼마나 소요될 지는 제도를 운영해 보고 사후에 평가해야 할 것으로 보이는데, 정부는 새 제도를 발표하면서도 사용량-약가 연동제도 개선을 포함한  '고가약제 합리적 지출 관리를 위한 사후관리 강화'를 함께 추진한다고 언급했다. 

신약 적정가치 반영 등 새 약가제도는 추가 소요재정이 반드시 수반될 수 밖에 없으니 이걸 사후관리제도를 통해 일부라도 충당하겠다는 '트레이드-오프' 시그널인 것이다. 

2024년에도 '트레이드-오프'의 한 축인 약품비 절감을 위한 정책들은 지속적으로, 또 새롭게 추진된다. 

약제 급여적정성 4차 본평가=정부는 매년초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보고를 거친 뒤 다음년도 약제 급여적정성 재평가 대상 성분을 공개하고 있다. 당연히 올해 평가(4차 본평가) 대상도 지난해 이미 공개됐는데, 해당 성분은 티옥트산, 프란루카스트수화물, 이토프리드염산염, 사르포그렐레이트염산염, 레보드로프로피진, 모사프리드, 포르모테롤 푸마르산염수화물 등 7개다.

이들 성분의 3년 평균 청구액은 2022년 기준 총 4065억원 규모였다. 성분 중에서는 레보드로프로피진(레보투스정 등)과 사르포그렐레이트염산염(안플라그정 등)이 각각 1328억원과 1109억원으로 상대적으로 크다. 정부는 재평가를 통해 급여삭제, 급여사용범위 축소, 현행 유지 등의 여부를 직권으로 정하는데 이 과정에서 약가인하가 수반되기도 한다. 복지부가 추정한 약제 급여적정성 재평가를 통한 재정절감액은 2023년 기준 1311억원 규모다.

사용량-약가연동 협상(PVA) 제도 개편=건강보험공단과 제약계는 PVA 제도 개선 협의체를 통해 그동안 개선 방안을 논의해 왔다. 정부와 보험당국는 당초 개선된 제도를 올해 1월부터 시행하는 걸 목표로 삼았는데 다소 지연되고 있다. 개선방향은 관련 연구보고서에서 제시된 데로 최대인하률을 상향 조정하고, 제외대상 기준을 확대하는 내용 등이 골자다.

보건복지부 오창현 보험약제과장은 최근 전문기자협의회 간담회에서 최대 인하율 조정과 관련해 "건보공단 검토안은 여러 가지가 있다. 최대 인하율을 아예 없애자는 안도 있고, 10%를 20% 올리자는 안도 있고, 15%로 하자는 안도 있는데 어느 안으로 정할 건지는 아직 결정 못했다. 여러가지 안을 놓고 같이 검토해 인하율과 감면 수위 등을 맞춰볼 예정"이라고 언급했었다. 

혁신형 제약기업 약제에 대한 인하율 보정(감면) 등의 조치가 함께 추진되지만 어찌됐던 최대 인하율 상한이 높아진다는 건 제약업계에는 큰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사용량-약가 연동 협상에 따른 2023년도 재정절감액 추정치는 446억원 규모다.

외국약가 비교 재평가 시동=올해부터 연차적으로 새로 시행 예정인 제도다. 한국이 약가를 참조하는 해외 8개국가(A8)의 약가와 국내 약가를 비교해 보험의약품의 상한금액을 조정하는 평가인데, 정부는 올해 2월까지 실무협의를 진행해 재평가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기로 했다. 

재평가 대상은 약제급여목록표에 등재된 약제 중 특허만료된 전 성분이다. 비교가격은 A8개국 국가별 최고가와 국내 최고가인데, 조정가격(조정평균가, 중간값, 최대·최저가를 뺀 조정평균가, 최저가)을 어떻게 정할 지가 최대 관심사다. 

약제소송 집행정지 환수·환급제 본격 시행=약품비를 직접적으로 절감하는 장치는 아니지만 법원의 집행정지 인용으로 인한 건강보험 약품비 누수를 줄이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건보공단은 제도 운영을 위해 지난해 하반기 '약제에 대한 쟁송 시 손실상당액 등 징수 및 지급 등에 관한 지침'을 제정했다. 이를 통해 약제소송 집행정지 인용여부에 따른 징수 또는 지급을 위한 준비는 모두 끝났다. 눈여겨 볼 건 이른바 환수·환급제가 관련 소송 제기나 법원의 집행정지 인용을 얼마나 억지할 수 있을 지 여부다. 물론 종전처럼 대부분 인용된다고 해도 과거와 달리 징수(환수)를 통해 약품비 누수는 어느정도 줄일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큰 변화다. 

흥미로운 부분도 있다. '징수'는 관련 법률이 시행된 2023년 11월20일 이후에 제기된 소송 등부터 적용되는데, '지급'은 최종 확정판결일이 2023년 11월 20일 이후인 경우로 달리 정했다.

이에 대해 건보공단 최남선 제도개선부장은 "개정 건강보험법 부칙에는 징수와 관련해 시행일 이후 제기된 건부터 적용한다는 언급이 있는데, 지급에 대해서는 별도로 정하지 않았다. 징수는 국민의 재산권을 일정 부분 제한하는 것이므로 적용시점을 최대한 보수적으로 설정한 것이고, 지급은 재산권 보호의 성격이므로 즉시 적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법 시행 전에 소제기 된 대부분의 소송에서 집행정지가 인용돼 '지급'이 적용될 수 있는 약제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제네릭 약가제도 또 개편?=제약업계 입장에서는 또다른 복병도 있다. 제네릭 약가제도 개편 가능성이 그것이다. 일정대로라면 복지부가 발주한 '제네릭 의약품 약가제도 개선방안' 연구가 지난해 연말 마무리됐을 것으로 보인다. 심사평가원 출신인 공주대 김동숙 보건행정학과 교수가 연구책임자다. 정부는 부인하거나 외면하고 있지만 이 연구용역 결과는 제네릭 약가제도 개편을 추동하는 밑거름이 될 가능성이 크다. 복지부는 연구용역 제안서에서 "이번 연구가 제네릭 난립을 방지하고 신약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을 유도하는 제네릭 약가제도를 마련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었다. 당장 올해 추진할지 여부는 알 수 없지만 제네릭 약가제도 개선 논의가 머지 않은 미래에 시작될 수 있는 것이다.

한편 올해 초에는 실거래가 조사와 상한금액(기준요건) 2차 재평가 결과가 반영된 기등재약 수천 품목의 약가인하도 기다리고 있다. 복지부는 상한금액(기준요건) 재평가를 통해 2023년 기준 2978억원의 건강보험 재정이 절감될 것으로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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