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명으로 시작한 입원전담의 8년 만에 국회 문 두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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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명으로 시작한 입원전담의 8년 만에 국회 문 두드린다
  • 이창진 기자
  • 승인 2023.07.03 0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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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입원전담의 태생부터 제도화 그리고 법안 발의까지 '굴곡의 역사'
전공의 5년차 낙인 감내, 임상교수와 대등관계…"수가·제도 개선 시급"

56명으로 시작한 입원전담전문의(이하 입원전담의)들이 사업 시행 8년 만에 법제화를 위한 국회 문을 두드리고 나섰다.

입원전담의들은 전공의 대체인력이라는 낙인을 뛰어넘어 상급종합병원 지정 평가와 종합병원 의료질평가에 영향을 미치는 병원 경영 핵심 인력으로 성장했다.

입원전담의들은 사업 시행 8년 만에 병원 의무배치 법제화에 나섰다.
입원전담의들은 사업 시행 8년 만에 병원 의무배치 법제화에 나섰다.

뉴스더보이스는 입원전담의 태생부터 제도화 과정 그리고 국회 의료법 개정안 발의 등 입원전담의들의 굴곡의 과정을 진단했다.

입원전담의 태생은 2016년으로 시계를 돌려야 한다.

2012년 전공의 주 80시간 공론화와 2017년말 전공의법 시행을 앞두고 대학병원에 비상이 걸렸다.

병동과 수술실, 중환자실 붙박이 인력인 인턴과 레지던트 전공의들의 근무시간이 법으로 규정되며 의료인력 공백이 발생한 셈이다.

■전공의법 시행 의료공백 발생, 2016년 입원전담의 시범사업 '도입'

서울대병원 종양내과 허대석 교수는 미국 사례를 통해 입원환자를 전담하는 '호스피탈리스트'(현 입원전담의) 제도 도입을 주장했다.

당시 복지부 김강립 보건의료정책실장 주도로 세브란스병원과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등 15개 대학병원을 대상으로 의료공백 해소와 환자안전 개선 차원의 입원전담의 시범사업 포문을 열렸다.

내과와 외과를 시작으로 시범사업 첫 입원전담의 수는 56명으로 출발했다.

시범사업 수가는 전문의 수에 따라 1만 5000원부터 4만 3000원 범위(환자 본인부담 1일당 약 2000~6000원)로 적용됐다. 미국의 입원전담의 입원수가는 환자 1인당 200달러(약 20만원) 수준과 비교해 턱없이 낮은 상태.

낮은 수가는 병원 참여를 주저하게 했다.

56명으로 시작한 입원전담의는 2023년 3월말 현재 384명으로 증가했다.
56명으로 시작한 입원전담의는 2023년 3월말 현재 384명으로 증가했다.

허대석 교수는 전문언론과 인터뷰에서 "복지부가 입원전담의 본사업을 원한다면 중증 입원환자를 24시간 전담하는데 필요한 별도의 입원기술료를 책정해야 한다. 대학병원과 중소병원 입장에서 입원전담의는 경영에 도움이 안 된다. 자칫 시범사업에 참여 중인 대학병원 56명의 입원전담의로 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허대석 교수, 초기 경고 유효 "병원 경영 도움 안돼, 수가 개선해야"

시범사업 동안 입원전담의들은 '전공의 5년차'라는 소리를 감내하며 진료교수로 전공의와 임상교수 사이에서 인고의 시간을 보냈다.

시간이 흘러 입원전담의 시범사업은 2021년 본사업으로 전환됐다.

본사업 전환도 수월하지 않았다.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입원전담의 본사업 수가 의결 과정에서 복지부 원안인 지방 병원 가산은 가입자 대표와 공익 위원 반대로 좌절되고, 시범수가와 별반 다름없는 수가로 조정됐다.  

허 교수의 우려가 현실화됐을까. 

상급종합병원 지정평가 예비항목에서 본항목으로 그리고 의료질평가 항목에 추가되면서 입원전담의 수는 급격히 증가했다.

입원전담의 역할과 중요성은 의료계 내부에서 공감하고 있다. 2022년 전공의협의회와 내과계 및 외과계 입원전담의연구회 협약식 모습.
입원전담의 역할과 중요성은 의료계 내부에서 공감하고 있다. 2022년 전공의협의회와 내과계 및 외과계 입원전담의연구회 협약식 모습.

올해 3월말 기준, 전국 68개 의료기관(상급종합병원 43곳, 종합병원 25곳) 입원전담의 수는 384명이다. 시범사업 초기 56명에 비해 6배 증가한 수치다.

하지만 한계는 현재 진행형.

입원전담의를 운영 중인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 모두 복지부 규제에 끌려가는 모양새이다.

상급종합병원 간판을 유지하기 위해, 의료질평가 지원금을 좀 더 받기 위해 입원전담의를 배치 운영 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복지부 사실상 강제화 조치에 맞는 수가개선이 뒤따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입원전담의들이 병동에서 중증 입원환자를 전담해도 수가는 인건비에도 못 미치고 있다.

상급종합병원을 유지하기 위해 수도권과 지방 대학병원은 입원전담의 유치에 혈안이 되면서, 입원전담의 몸값은 고공 행진했다.

일부 병원은 3억원 연봉을, 다른 병원은 4억원 연봉을 제시해 간신해 채용했다는 소리가 들린다. 수도권과 지방 병원별 입원전담의 채용 양극화도 심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상급병원·의료질평가, 채용 경쟁 심화…임상교수와 전공의 '존중' 인식 개선 

달라진 점은 입원전담의 위상이다.

전공의들도, 임상교수들도 입원전담 진료교수 역할과 중요성을 인정하며 존중하는 수평적 관계로 인식이 바뀐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병원과 계약관계인 봉직의 신분이다. 입원전담의들 학술모임도 내과학회와 외과학회 산하 연구회 수준에 불과하다.

교육부 발령 임상교수 트랙도, 전문학회도 아닌 모호한 상황.

입원전담의들이 꺼내든 히든카드가 법제화이다.

국민의힘 이종성 의원(보건복지위)은 지난 5월 입원전담의 정부 및 지자체 지원과 국공립병원 의무 배치를 골자로 한 의료법 개정안을 대표했다.

개정안은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병원급 입원전담의 의무배치를 골자로 한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소위에 계류 중인 상황이다.
병원급 입원전담의 의무배치를 골자로 한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소위에 계류 중인 상황이다.

아쉽게도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할 가능성은 낮다.

개정안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병원협회는 '반대' 입장을 보건복지부와 행정안전부는 '신중 검토' 입장을 피력했다.

병원협회는 "입원전담의 배치로 입원서비스 안정성 및 질 향상에 긍정적 효과가 확인되고 있다"고 법안 취지에 공감하면서 "중증의료 등 의사인력 확충 논의가 급박한 실정이고, 입원전담의 확보 경쟁 및 연봉 인상 등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입원전담의 의무배치 법제화는 시기상조"라고 반대 이유를 밝혔다.

■의무배치 법안 병협 반대, 복지부 신중검토…입원전담의들 "이제 시작이다"

복지부와 행안부는 "전문의 수급과 병원 인력관리 역량, 국가 재정 부담 규모 등을 고려해 검토할 필요가 있다. 입원전담의 민관협의체 설치 시 지자체 유사 위원회 통폐합과 대체 가능성 검토가 필요하다"며 사실상 재정 부담을 우려했다.

이와 달리 환자단체연합회는 "입원전담의 의료기관 배치 의무, 근무환경과 처우 개선 근거 마련를 마련하고 국가와 지자체 지원 사항을 규정하는 개정안에 찬성한다"고 개정안에 동의했다.

입원전담의를 채용 운영하는 병원계 반대 속에 복지부와 국회 모두 개정안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관측이다.

입원전담의들도 병원협회 반대 기조를 인지하고 있었다.

수가 개선 없이 입원전담의 배치를 의무화할 경우, 전문의 인건비를 병원에서 부담하고 채용난이 심화되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학병원 입원전담 진료교수는 "한 번의 의료법 개정안으로 법제화가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법안심의 과정에서 수정될 수도, 폐기될 수도 있다"며 "입원전담의 필요성과 중요성은 의료계 모든 직역에서 공감하고 있다. 이제 시작이다. 입원전담의들의 노력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입원전담의 사업 성패 키는 결국 복지부가 쥐고 있다. 강제화 채찍과 함께 수가와 제도 개선 등 과감한 결단이 없는 한 입원전담의 사업의 불안정성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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