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의료·전공의 정책 히든카드 입원전담의 사직 행렬 '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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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수의료·전공의 정책 히든카드 입원전담의 사직 행렬 '충격'
  • 이창진 기자
  • 승인 2023.08.28 0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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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 6월말 기준 363명 석달 새 21명 감소…내과 9명·외과 10명 '급감'
소청과 되레 증가, 상종 2곳 운영 포기…"정부·병원, 정책평가 도구로 인식"

필수의료 강화와 전공의 균형배치 히든카드로 여겨진 입원전담전문의 인원이 첫 감소를 기록해 의료계에 충격을 주고 있다.

복지부와 대학병원 모두 입원전담전문의 확대 필요성을 외치면서도 정책적, 재정적 지원 없이 정책과 평가 장애물을 통과하기 위한 수단으로 여긴 방임의 결과라는 지적이다.

뉴스더보이스 취재결과, 6월말 현재 전국 입원전담전문의 운영 병원은 3개월 사이 69개소에서 72개소로 늘어난 반면, 입원전담전문의 인원 수는 384명에서 363명으로 21명 감소했다.

상급종합병원과 의료질평가 필수조건인 입원전담의 인원이 증가세에서 첫 감소해 의료계 충격을 주고 있다.
상급종합병원과 의료질평가 필수조건인 입원전담의 인원이 증가세에서 첫 감소해 의료계 충격을 주고 있다.

이 데이터는 외과계 입원전담전문의연구회(회장 정은주)가 정보공개청구로 보건복지부부터 받은 자료이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입원전담전문의(이하 입원전담의) 운영 기관 72개소는 상급종합병원 43개소와 종합병원 29개소이다. 이는 3월말 상급종합병원 44개소와 종합병원 25개소 운영과 차이를 보였다.

상급종합병원 45개소 중 2개소가 입원전담의를 운영하지 않고 있다는 반증이다. 역으로 상급종합병원 진입을 노리는 종합병원은 늘고 있는 셈이다.

지난 7월말 마감된 상급종합병원 지정 신청서는 총 54개 병원이 제출했다. 이중 기존 45개 상급종합병원 외에 성빈센트병원과 강원대병원, 건양대병원, 고신대복음병원, 용인세브란스병원, 해운대백병원, 제주대병원, 중앙보훈병원 및 창원경상대병원 등 9개 병원이 신규 신청했다.

■증가세 꺾인 입원전담의 인원…상급병원 19명, 종합병원 2명 '감소' 

핵심인 입원전담의 증가세가 처음으로 꺾였다.

2022년 6월말 310명에서 9월말 329명, 12월말 346명, 2023년 3월말 384명 등 지속적인 증가를 보였다. 하지만 올해 6월말 363명으로 입원전담의가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상급종합병원은 290명에서 271명으로, 종합병원은 94명에서 92명으로 각각 19명과 2명 감소했다.

올해 6월 현재 3월말과 비교한 입원전담의 운영 현황 주요 지표.
올해 6월 현재 3월말과 비교한 입원전담의 운영 현황 주요 지표.

지역별로 보면, 서울지역은 197명에서 191명으로, 서울 외 지역은 187명에서 172명으로 줄었다. 전국 대학병원 입원전담의 사직이 이어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입원전담의 감소에 따라 병동 역시 진료유형별 영향을 미쳤다.

주 5일형 주간근무 1형은 202명을 유지했다.

반면, 주 7일형 주간 근무 2형은 89명에서 80명으로, 주 7일형 24시간 근무 3형은 93명에서 81명으로 대거 이탈했다.

복지부가 의료질평가지원금 지표로 신설한 입원전담의 1형 1점, 2형 2점, 3형 3점 등 근무시간과 비례한 유인책이 현장에서 아예 먹히지 않은 것이다.

■내과와 외과 19명 '사직'…의료질평가 유인책 안 먹혀, 24시간 근무 3형 대거 '이탈'

입원전담의 주축인 내과와 외과 의사들의 이탈이 심했다.

내과는 136명에서 127명으로, 외과는 65명에서 55명으로 각 9명과 10명 감소했다.

가정의학과는 63명에서 58명, 비뇨의학과는 4명에서 2명, 정형외과 9명에서 5명, 응급의학과 3명에서 2명 등 석달 사이 줄어든 양상을 보였다.

소아청소년과의 경우, 62명에서 58명으로 되레 증가하며 추락하는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들의 새로운 탈출구임을 시사했다.

입원전담의 근무시간과 비례한 의료질평가 지표 신설에도 불구하고 2형과 3형 전담의가 대폭 감소했다.
입원전담의 근무시간과 비례한 의료질평가 지표 신설에도 불구하고 2형과 3형 전담의가 대폭 감소했다.

입원전담의 수가 줄어든 이유는 무엇일까.

상급종합병원 지정평가와 의료질평가 필수조건으로 자리매김하면서 입원전담의 몸값은 지방 대학병원을 중심으로 치솟았다.

연봉 3억원(세후)을 제시하며 입원전담의 구하기로 수도권과 지방 대학병원은 몸살을 앓았다.

입원전담의들은 근무 인원 첫 감소를 충격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묵묵히 병실 환자를 지켜온 동료 전담의들 이탈은 암울한 미래를 예고하고 때문이다.

대학병원 외과 입원전담 진료교수는 "내년도 상급종합병원 지정과 의료질평가를 앞두고 입원전담의들이 줄어들 것은 생각하지 못했다. 어떤 이유인지 병원별 상황을 파악해 봐야 할 것 같다"며 "현장에 적응하지 못한 1~2년차 입원전담의 사직은 그나마 이해하나, 제도 초기부터 함께한 입원전담의들 사직은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입원전담의 근무현실을 한 꺼풀 벗겨보면 이미 예고된 사직 행렬이라는 시각이다.

전문학회를 주도하는 대학병원 교수들은 전공의 균형배치 정원 조정과 필수의료 강화 대안으로 입원전담의 확대를 지속적으로 주창해왔다.

주요 진료과 전공의 미달 사태는 전문의 수급에 영향을 미치면서 결국 임상교수가 진료와 수술, 연구 그리고 병동 당직을 반복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대학병원 전임의(펠로우)와 임상교수 사직이 가속화되는 이유이다.

■병원장들, 실속 경영 주판알 튀기기…입원전담의들 "찬밥 신세 취급, 지쳤다"

문제는 입원전담의 채용에 키를 쥐고 있는 병원장과 의료원장이다.

상급종합병원 지정과 의료질평가지원금을 위해 최소 인력만 구비해도 충분하다는 시각이 깔려있다.

입원전담의 핵심 축인 내과와 외과 인원이 3개월 사이 급감했다. 반면 소아청소년과는 증가했다.
입원전담의 핵심 축인 내과와 외과 인원이 3개월 사이 급감했다. 반면 소아청소년과는 증가했다.

병동 환자 진료 외 다른 업무를 할 수 없다는 복지부 경직된 지침과 중증 입원환자 진료와 관리 의료행위 증가의 한계 및 급여 절반 수준에 불과한 입원전담의 진료수가 등을 감안할 때 입원전담의를 늘릴수록 손해를 보는 현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복지부는 입원전담의 본사업 이후 입원환자 퇴원율과 의료비용 등의 임상적, 경제적 효과에도 불구하고 수가 개선 검토만 반복하고 있다.

대학병원 내과 진료교수는 "복지부와 병원 모두 입원전담의에 관심이 없다. 새로운 의료시스템이라고 말로만 외칠 뿐 경영에 도움 안되는 찬밥 신세로 취급하고 있다"며 "시범사업부터 본사업까지 오랜 기간 묵묵히 병동 환자를 책임져온 많은 입원전담의들이 지쳐있다. 연봉을 미끼로 반짝 채용은 일시 효과일 뿐 입원전담의를 위한 정책적, 재정적 제도개선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내과계와 외과계 입원전담의연구회는 신규 입원전담의를 위한 교육사업 신설과 근무환경 개선 등을 추진하고 있으나, 이를 논의할 복지부 전담 부서가 없다는 현실도 입원전담의들을 더욱 비참하게 만들고 있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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