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얀센의 전립선암치료제 얼리다정(아팔루타마이드)이 4월1일부터 건강보험을 적용받는다. 호르몬 반응성 전이성 전립선암(mHSPC) 환자 치료에 안드로겐 차단요법(ADT)과 병용해서 1차로 쓰는데, 환자들에게는 기존 약제(엔잘루타마이드, 아비라테론)에 치료 옵션이 추가돼 희소식이다. 더구나 얼리다는 기존약제보다 약값도 더 저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생겼다. 고위험군에 투여하는 아리바테론(자이티가)과 달리 적용 대상환자가 동일한 엔잘루타마이드(엑스탄디)는 환자가 약값의 30%를 부담하는 선별급여 대상인 반면, 이번에 새로 등재되는 얼리다는 5% 본인부담 산정특례를 적용받는 일반급여 대상이다. 치료효과가 유사한 약제를 쓰면서 환자가 내는 약값 부담율이 25%나 차이가 난다. 약제를 새로 투여받는 환자의 경우 싼 약을 선택하면 되겠지만 기존에 엑스탄디를 써온 환자들은 교체투여가 매우 제한적이기 때문에 터무니 없는 약값을 계속 부담해야 하는 것이다.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 히스토리를 정리하면 이렇다.
약제간 다른 전략의 급여과정=mHSPC 병용요법은 두 약제 모두 작년 2월23일 심사평가원 암질환심의위원회를 통과했다. 국내 사용허가는 얼리다가 2020년 12월20일, 엑스탄디가 2021년 9월14일로 얼리다가 더 빨랐다. 하지만 급여는 엑스탄디는 작년 8월, 얼리다는 올해 4월로 엑스탄디가 8개월이나 더 일렀다. 이는 신규 등재 약제인 얼리다는 경제성평가를 통해 일반 급여 절차를 밟아 상대적으로 시간이 더 경과된 반면, 기등재 상태에서 선별급여 트랙을 탄 엑스탄디는 비용효과성 분석을 하지 않은 결과다. 환자입장에서는 30% 본인부담 약제(엑스탄디)가 작년 8월에 조기에 진입한 건 좋은 일이었는데, 4월에 5% 부담약제(얼리다)가 등장하면서 황당해졌다.
실제 환자부담금 차이는 적지 않다. 표시가 기준으로 보면 엑스탄디(40mg캡슐당 2만882원)는 월평균 약 75만원, 얼리다(정당 2만45원)는 월평균 약 12만을 부담한다. 환자부담액이 63만원이나 차이가 나는 것이다. 실제 환자 부담액은 환급형 위험분담으로 이 보다는 적은데, 얼리다의 가격이 더 저렴하다는 점에서 두 약제 간 부담액 차이는 더 클 것으로 보인다.
두 약제 간 임상적 유용성 차이는 있나=얼리다와 안드로겐 차단요법(ADT)은 ADT 단독요법과 비교해 전체생존기간(OS)과 무진행생존기간(PFS) 개선 등 임상적 유용성을 입증했다.
엑스탄디와 ADT 병용요법 역시 ADT 단독요법과 비교해 OS와 PFS를 유의하게 연장시켰다. 직접 비교 임상결과가 없어서 두 약제 간 효과 차이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ADT 단독요법과 비교하면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대체약제와 비용효과 분석=경제성평가는 얼리다만 수행했다. 경평은 ADT 단독요법과 비교해 실시됐다.
이와 관련 심사평가원의 설명을 보면, 의아한 대목이 등장한다. 먼저 얼리다 급여평가와 관련 약제급여평가위원회는 "신청품(얼리다)의 소요비용이 고가이고, 신청품 등재 후 예상 환자수 및 사용량 증가로 재정 영향의 변동 가능성이 높으므로 안드로겐 수용체 표적치료제(엑스탄디, 자이티가) 수준 이하로 약가 인하 시 급여 적정성이 있다"고 했다.
또 "식약처 허가사항, 임상진료지침, 약리기전 등을 고려할 때 엑스탄디와 자이티가는 임상적으로 대체가능 약제로 판단되나, 해당 약제들은 동 적응증에서 선별급여(본인부담률 30%) 대상이므로 본인부담률의 차이로 인해 해당 약제와 신청품(얼리다) 간의 비용효과성이 평가되지 않았다"고 했다.
앞서 심사평가원은 엑스탄디 병용요법을 급여화하면서 "임상적 유용성이 비슷한 아비라테론 병용요법이 본인부담률 100분의 30으로 선별급여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엔잘루타미드 병용요법 또한 본인부담률 100분의 30으로 선별급여한다"고 했다.
팩트를 정리하면, 임상적으로 얼리다를 대체할 수 있는 약제는 엑스탄디와 자이티가가 있지만, 두 약제는 선별급여 대상이어서 얼리다와 두 약제를 비교하는 비용효과성 평가는 실시되지 않았다. 또 엑스탄디는 대체약제인 자이티가가 선별급여 대상이어서 이것저것 따질 것 없이 선별급여를 적용했다. 그런데 얼리다는 대체약제 2개가 선별급여 대상이지만 일반급여 대상으로 평가가 이뤄진 것이다.
환자 부담 차이 합당한가=보건복지부는 얼리다 협상과 관련 "기존 대체치료제 가격보다 낮은 수준에서 위험분담(환급) 계약이 이뤄졌다"고 했다. 기대효과는 유사하면서 더 싼 약이 등장한 건 분명 좋은 일이다.
하지만 심사평가원이 급여평가에서 언급한 말을 그대로 해석하면 얼리다와 엑스탄디·자이티가 간 본인부담률 차이를 현재처럼 유지하는 게 합당해 보이지 않는다. 더 싼 약으로 교체투여가 매우 제한적인 상황에서 환자 부담을 고려해 엑스탄디와 자이티가 일반급여 전환을 함께 검토하는 게 적절하지 않았을까?
엑스탄디 선별급여 근거가 된 자이티가 선별급여는 대체약제 대비 고가라는 게 이유였다. 위험분담계약을 변경해 환급률을 조금만 조정하거나 약가를 낮추면 일반급여 전환에 하등 문제가 없다.
정부와 보험당국은 환자부담을 감안해 약제 간 이런 부당한 본인부담률 간 차이를 개선하기 위해 신속히 조치를 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