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떨고 있니?"...환수환급법 본회의 직행에 난감해진 제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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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떨고 있니?"...환수환급법 본회의 직행에 난감해진 제약
  • 최은택 기자
  • 승인 2023.02.10 08: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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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시행되면 집행정지 '기한의 이익' 못 챙겨

해당 법률안 교섭단체 협의 시 8~9월 중 시행 가능할 듯
소급 안되고 개정이후 제기된 소송·심판부터 적용

무기명투표 중인 국회 보건복지위원들. 이날 보건복지위는 집행정지 환수환급법(건보법개정안), 중대범죄 의료인 면허취소법(의료법개정안), 간호법안, 백신휴가법(감염병예방관리법개정안) 등 7건의 법률안에 대한 본회의 부의안을 처리했다. 간호법안(16명)을 제외하고 나머지 6건의 법률안은 24명의 재적위원 중 17명이 찬성했다.
무기명투표 중인 국회 보건복지위원들. 이날 보건복지위는 집행정지 환수환급법(건보법개정안), 중대범죄 의료인 면허취소법(의료법개정안), 간호법안, 백신휴가법(감염병예방관리법개정안) 등 7건의 법률안에 대한 본회의 부의안을 처리했다. 간호법안(16명)을 제외하고 나머지 6건의 법률안은 24명의 재적위원 중 17명이 찬성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이른바 약제소송 집행정지 환수·환급법(건강보험법개정안) 국회 본회의 부의안 처리를 9일 저녁 강행했다. 초유의 사건이다.

이에 따라 해당 법률안은 법제사법위원회를 제끼고 본회의로 직행하게 됐다. 현행 규정대로라면 국회의장에게 제출돼 교섭단체 대표의원간 협의가 끝나면 곧바로 본회의에 상정돼 처리된다. 2월 임시국회 처리도 가능할 수 있는 것이다. 

설령 교섭단체 대표의원 협의가 원활치 않아도 30일이 경과되면 본회의 회부여부를 본회의에서 투표에 붙일 수 있고, 회부안이 통과되면 다음 회의에서 처리 가능하다. 따라서 더불어민주당이 마음만 먹으면 3월 중에도 국회 절차가 마무리될 수 있다. 

약제소송 집행정지를 통해 그동안 이른바 적지 않은 '기한의 이익'을 얻어왔던 제약사들과 해당 사건을 수임한 대형로펌에게는 좋지 않은 소식이다.

이날 본회의 부의안이 통과된 건보법개정안에는 약제 쟁송 시 손실상당액을 징수·지급하는 규정 신설안이 포함돼 있다.

법원이나 행정심판위원회의 집행정지 결정으로 보험자가 손실이 발생했다면 손실 상당액을 징수하고, 집행정지 결정이 이뤄지지 않아 제약사가 손실을 입었다면 손실 상당액을 지급(환급)해주는 내용이다.

이 조항은 외형상으로는 단지 약품비 환수·환급 근거를 새로 마련하는 것이지만 집행정지 인용 가능성을 실질적으로 차단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법원의 집행정지 인용은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 '긴급한 필요',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 '본안소송 승소가능성' 등을 보고 판단하게 되는데 환급규정이 마련되면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주장하거나 입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 조항은 공포 후 6개월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된다. 또 개정규정 시행 이후 청구 또는 제기되는 행정소송이나 행정심판부터 적용하도록 돼 있다. 따라서 현재 집행정지 중인 약제는 적용 대상이 아니다. 다만 심급단계에서 재인용 여부를 다툴 때 적용 가능여부는 확인이 필요하다. 

어찌됐던 여야 교섭단체 협의가 원만히 이뤄질 경우 8~9월 중, 이게 안되더라도 더불어민주당이 속도를 내면 9~10월 중에는 시행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잘 알려진 것처럼 약제소송과 집행정지는 제네릭 등재연계 오리지널 약가인하, 불법리베이트 연루 약제 약가인하 등의 사건에서 주로 발생하고 있다. 또 기등재약 급여적정성 재평가 등 재평가 제도에 따른 급여조정이나 약가인하 등에서도 불복소송이 이어진다. 콜린알포세레이트 급여기준 축소 집행정지 등이 대표적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이 법률안이 시행되면 집행정지 인용 가능성이 현저히 낮아질 수 있다. 

이런 가운데 국내 15호 신약 카나브정(피마사르탄)의 물질특허가 올해 2월1일 만료돼 제네릭 보험등재가 예견된 상황에서 잔존 특허가 남아있는데도 특허도전을 받고 있는 복합제(듀카브)를 갖고 있는 보령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그동안 선례를 보면 제네릭 등재연계 오리지널 약가인하 소송에서 제약사가 승소한 사례는 거의 없다. 하지만 제약사(주로 다국적제약사)들은 해당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집행정지가 인용돼 길게는 3년 이상 약가인하를 모면해왔고, 그 기한만큼 두둑하게 이익을 챙겨왔다. 

보령도 같은 상황이 되면 채택하고 싶었을 전략이었을 텐데 이번 환수환급법 본회의 부의안 처리는 낭패가 아닐 수 없다. 

그나마 보령 입장에서 다행인 건 듀카브 특허분쟁에서 도전사(제네릭사)들이 고전하고 있다는 점이다. 메디파나뉴스 등 전문언론 보도를 보면, 현재 특허분쟁은 무효확인과 소극적 권리범위 확인, 두 개 트랙으로 진행되고 있다.

다른 한편 이 개정안은 시행되더라도 위헌시비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실제 지난해 1월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박철호 전문위원은 "(개정안은) 법원의 집행정지 결정의 효력을 형형화시킬 수 있으며, 이 법의 적용을 받는 약제 제조회사들과 그 외의 회사 등을 다르게 취급함으로써 평등원칙에 위배되는 등 위헌소지가 있는 만큼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법원행정처와 제약업계의 견해가 있다"고 지적했었다.

국민의힘 전주혜 의원도 제2소위원회 회부를 주장하면서 "소송법 체계를 완전히 무시하는 이런 법안이 어떻게 국회에 올라온 것인 지 그 자체가 참으로 유감스럽다.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를 심각히 저해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위헌적"이라고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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