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둘이’ 잠든 사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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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둘이’ 잠든 사이에
  • 문윤희 기자
  • 승인 2021.10.12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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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생기면서 일상에 변화가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기 마련인데 내게 가장 큰 타격을 준 것은 ‘수면’이었다.

초등학생이 된 이후로도 하루에 한번 낮잠을 꼭 자는 나를 보고 엄마는 ‘잠보’라는 별명을 붙여주었는데, 성인이 되어서도 ‘낮잠’을 자는 습관을 버리지 못해 주말 중 하루는 꼭 대낮에 서너 시간을 자야만 직성이 풀리곤 했다.

그렇다고 밤잠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직업이 기자다 보니 취재원을 만나 뒤늦게 기사를 쓰는 것이 일상이 되었어도 새벽 1시 전에는 잠을 자려 했고, 전략적으로 회사는 집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는 곳을 골라 다녔기 때문에 보통 하루 6~7시간 정도는 잠을 잘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 두곤 했다.

일을 한다는 이유로 수면 시간이 점점 줄어드는 기간에는 토요일이나 일요일 중 날을 잡아 하루를 통으로 자는 식으로 피로를 풀었기에 나에게 있어서 ‘잠’은 인생의 기쁨이자 스트레스 탈출구이기도 했다.

고된 하루 뒤에 잠을 푹 잘 수 있는 ‘저녁’이 있다는 것은 정말이지 너무나 큰 축복이지만 이 모든 것은 ‘아이’가 생기면 누릴 수 없는 환경이 되고 만다. 아이가 생기면서 나에게 잠은 남편에게 양해를 구하거나 친정 식구들이 있을 때나 가능한 ‘기회’가 돼 버렸다.

아이가 태어난 첫 달은 두 시간 간격으로 젓을 물리고 소화를 시키고 기저귀를 갈고, 뉘여서 재우고 하는 작업이 쳇바퀴 돌 듯 돌아가서 좀처럼 잘 수 있는 시간을 만들지 못했다. 남편이나 도우미 아주머니가 아이를 돌보는 시간에만 쪽잠을 자는 것이 전부였다.

아이가 8시간 이상 ‘통잠’을 자주는 4~5개월 전후가 되어서야 수면 부족을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었는데 돌이 되면서는 11시간 이상을 내리 자주는 딸내미 덕에 나 역시 ‘밤잠’을 잘 수 있는 기회가 점점 늘어갔다.

두 돌을 맞이하면서 아이는 밤에 깨는 횟수가 획기적으로 줄었고 여전히 통잠을 자주고 있었기 때문에 나는 ‘인간다운 수면’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점점 늘어갔다.

그런데 누구 말마따나 ‘제 발등을 제가 찍는 재주’는 탁월해서 가장 안정적인 수면생활을 할 수 있는 시기에 나는 이직이라는 선택을 해버림으로써 스스로 ‘평안히 잘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해 버렸다.

물론 이직을 하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하고, 회사에 맞는 일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 이전 직장보다 에너지가 더 소요된다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지만, 이 몹쓸 ‘일을 알아서 만드는 능력’으로 인해 나는 스스로를 더 ‘잘 수 없는 상황’으로 몰아가고 있다.

“그냥 자, 아무도 뭐라고 안 해”

덩달아 아이도 '자기 싫어하는 시기'에 직면했다. 잠자리에 들면 보통 30분은 뒤척이면서 엄마가 옆에 있는 지 여러번 확인을 해봐야 잠이 드는 통에 나는 내 수면을 양보하고 아이의 수면을 확보하고 있다.  

아이의 수면시간이 슬슬 뒤로 밀리기 시작하면서 나 역시 일하는 시간과 수면시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아이를 재우다 함께 자버리는 경우도 많아서 남편은 혹시 일을 마무리 하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에 나를 깨운다. 나는 쪽잠을 자다 깨서 다시 일을 시작하는데 시계를 보면 고작 30분에서 1시간 가량을 잔 것이 전부다.

하품을 늘어지게 하며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는 나에게 남편은 “피곤하면 그냥 자. 아무도 뭐라고 안해”라며 퉁명스레 핀잔을 준다. 그럼 나는 “그래, 아무도 뭐라고 안하지. 근데 내가 찔려서 안돼”라며 받아친다.

가끔 새벽녘까지 일을 할 때면 잠을 자는 남편과 아이의 모습을 관찰하게 되는데 둘은 자는 포즈며 잠꼬대하는 패턴까지 닮아 있다. 한번은 아빠가 잠꼬대로 뭐라고 하는데 그 소리를 꿈에서 들었는지 딸내미가 대꾸하듯 “아빠 아빠~”하면서 호응을 한 적도 있다. 혼자서 그 현장을 보며 낄낄대고 한참을 웃었다.

“그래 닮은 꼴 너희 둘이 잘 자니 그것으로 됐다.”

아침이 오는 소리에 정신이 들어 아이를 깨우러 가면서 나는 생각한다. 내 삶에 있어 가장 중요한 둘이 있어 고된 일이라도 즐겁게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지금 하는 이 수고가 나중에는 반드시 갚진 결과물이 될 것 이라고.

지금은 부족한 나의 수면은 아이가 크면 보상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헛된' 상상을 하면서 나는 오늘도 딸내미를 재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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