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 수용 곤란한 '조건부 승인' 내건 정부...절망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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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사 수용 곤란한 '조건부 승인' 내건 정부...절망스럽다"
  • 문윤희 기자
  • 승인 2024.04.01 06: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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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아 부모, "노바티스·심평원, 제발 환자 입장 생각해 달라" 호소
"일본, 10년 전 일라리스 급여"…"매일 주사맞는 고통, 쉽게 보지말아야"
"키너렛 반감기 4~6시간 불과, 아이 성장 따라 적정량 투여에 애로"

"제약사가 맞출 수 없는 조건을 내걸어 (조건부)승인을 내준 것은 일라리스의 급여를 하지 않겠다는 이야기 아닌가. 절망스럽다. 그 조건이 무엇인지 환자들에게도 알려 달라."

유전성 재발열 증후군을 앓고 있는 환아의 아버지가 뉴스더보이스와 인터뷰에 나섰다. 아버님의 요청으로 얼굴과 이름은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유전성 재발열 증후군을 앓고 있는 환아의 아버지가 뉴스더보이스와 인터뷰에 나섰다. 아버님의 요청으로 얼굴과 이름은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일라리스(성분 카나키누맙). 유전성 재발열 증후군 치료제로 2015년 12월 국내 허가를 받은 극희귀질환치료제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 10년 전 급여 시장에 진입해 100여 명에 달하는 환자들이 급여 환경에서 일라리스를 투여 받고 있다. 글로벌에 공급된 국가는 30여 개국으로 모두 보험권 내에서 환자 치료에 사용되고 있다.

국내에서 일라리스를 직접 투여 받아야 하는 환자 대상군은 10여명(환우회 기준) 안팎이다. 근 9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국내 환자들은 대체 약제인 키너렛(성분 아나킨라)으로 질환을 다스리고 있다.

일라리스와 키너렛의 차이점은 명확하다. 8주 1회 주사제와 1일 1회 또는 2회 주사제라는 점. 그리고 유전성 재발열 증후군을 일으키는 IL-1β(염증성 사이토카인)만을 직접 저해하는 약제라는 점과 IL-1β 외에도 면역반응에 작용하는 IL-1까지 타겟한다는 점이 다르다.

때문에 키너렛을 투여하는 환아들은 복통과 두통, 메스꺼움 등의 부작용을 삶의 한 조각처럼 지고 있다. 유소아에 발현되는 극희귀질환이기에 투여 대상도 대부분은 아이들이다. 매일 주사를 맞아야 하는 아이들과 고통에 울부짓는 아이들을 달래가며 주사를 놓는 부모들은 순간마다 전쟁 속에 놓여 하루를 보낸다.

그러던 이들에게 지난해 희소식이 전달됐다. 9월 열린 보건복지위 국정감사에서 강중구 심평원장이 "일라리스 급여 진행 절차를 빠른 시일 내에 진행되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 그러나 해를 넘겨도 일라리스 급여는 요원했고, 환자가 직접 국민동의청원을 올려 성원을 채웠지만 2월 약제급여평가위원회에서 근거 자료 등을 제출하도록 하는 '조건부' 통과를 시키면서 환자들의 기다림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에 머물러 있다.

일라리스 투여를 간절하게 기다리는 한 환아의 아버지는 뉴스더보이스와 인터뷰에 직접 나섰다. 그는 "왜 한국에서만 일라리스 보험적용에 이렇게 많은 시간과 힘이 드는지 도통 이해할 수가 없다"면서 "2월 약평위에서 조건부 승인이 났지만 그 조건이 무엇인지? 왜 조건 해결이 어려운지 제약회사도 심평원도 답을 할 수 없다고 한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는 "심평원은 매일 주사(키너렛)를 맞으면 증상이 다 치료 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현실은 키너렛의 부작용으로 여러 가지 크고 작은 질병을 달고 살고 있다. 키너렛은 상태가 심화되는 것을 막아주는 정도"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라리스가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라 생각하지는 않지만 매일 주사를 맞아야 하는 고통 속에 있는 아이들을 생각해 봐 달라"면서 "초등학생인 아들은 조만간 체중이 늘어 이제 하루 한 번 맞았던 주사를 두 번으로 늘려야 한다. 주사제 자체가 점도가 높은 것이라 통증도 심하다. 제발 아이들의 고통을 생각해 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또 "키너렛은 반감기가 4~6시간 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증상의 관리에 있어서 한계가 많고, 성장(체중)에 따라서 투입량을 계속 늘려야 하는데 적정량을 투여하는 부분에 애로가 많다"면서 "아이가 아침에 일어나면 항상 조마조마 하다. 혹시 복통, 두통, 메스꺼움, 근육통이 있지 않을까 아침마다 항상 긴장이 된다"고 말했다.

이날 인터뷰 역시 환아 부모가 참석하려 했지만 갑작스런 아이의 복통 호소로 인터뷰에 아버지만 참석했다.

그는 "(심평원이)키너렛과 일라리스를 단순하게 약값으로 비교하고, 키너렛이 있는데 왜 일라리스까지 필요로 하는지에 대해서 너무 가볍게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아쉽고 속이 상한다"면서 "만약 일라리스가 이번에도 보험 적용을 받지 못하면 키너렛만 의존해 추가적인 질병이 발생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면서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니 암울해 진다"고 말했다.

"환자가족 모임도 20명 안팎, 작은 목소리라도 들어 달라"

일본계 회사에서 재직 중인 환아 아버지는 다른 국가의 사례를 직접 소개하며  "왜 한국에서만 키너렛이 있다는 이유로 일라리스 급여가 지연되고 있는지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일본계 회사에서 재직 중인 환아 아버지는 다른 국가의 사례를 직접 소개하며  "왜 한국에서만 키너렛이 있다는 이유로 일라리스 급여가 지연되고 있는지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이날 환우회 운영에 대해 소개를 부탁하는 기자에게 환아 아버지는 "단체 대화방을 만들어 운영하는데 20명 안팎의 환자 가족 모임으로 환우회까지는 아니다"면서 "모임 내에서 비슷한 증상을 가지고 있지만 아직까지 정확하게 진단을 받지 못해서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는 분들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병에 대한 진단이라도 빨리 되어서 좀 더 이른 시기에 치료 시작이 되었으면 한다"면서 "새롭게 진단을 받은 환자들도 빠른 경우 2~3세에 늦은 경우는 5~6세가 되어서 진단을 받고 치료를 시작한다"고 설명했다.

유전 재발열 증후군은 희귀자가염증성 질환이다. 인체 면역체계가 유전자 이상으로 인터루킨-1베타(IL-1β)를 지나치게 생성해 뇌, 눈, 관절 등에 영구적 손상을 일으킨다. 침범하는 장기와 중증도에 따라 세부 질환으로 나눠지는데, 크라이오피린 관련 주기적 증후군(CAPS)이 대표적이다. 이 외에도 종양괴사인자 수용체 관련 주기적 증후군(TRAPS), 고면역글로불린D증후군/메발론산 키나아제 결핍증(HIDS/MKD), 가족성 지중해 열(FMF), 전신성 소아 특발성 관절염(SJIA) 등이 있다.

진단 역시 요원한 상태다. 유전자검사로 증상을 판별하는데 대부분은 명확한 진단을 받지 못해 2~3년간 진단 방랑을 겪다가 유전자 검사로 질병을 확인한다.

환아 아버지 역시 "저희 아이도 막 태어났을 때부터 증상이 나타났지만 우리나라 큰 병원에서도 초기에 진단을 내리지 못했다"면서 "유명하다는 피부과를 전전하다 아이가 두 돌이 되어서야 유전자검사를 통해 유전성 재발열 증후군을 진단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늦게 진단될 경우 청력 소실은 물론이고 장기장애, 관절의 구축이나 파괴, 아밀로이드증 등으로 돌이킬 수 없는 상태로 악화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부디 이 질환에 대한 관심을 가져 달라"고 강조했다.

그는 "좀 더 나은 약물에 대한 접근성은 높여서 우리 아이들이 보통 사람들과 같은 환경에서 자라고,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아이로 자랐으면 한다"면서 "이것이 일라리스의 급여 적용을 촉구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한편 일라리스는 지난 2월 약평위로부터 '조건부 승인'을 받았으나 보유한 적응증 6개 중 CAPS, TRAPS, FMF 등에 근거자료 제출을 요구받아 제약사가 재평가를 요청한 상태다.

조속한 약평위 통과로 연내 급여 진입을 기대했던 환자와 그 가족들은 들은 다시 한 번 약평위 통과 과정을 애를 태우며 지켜봐야 하는 입장에 서게 됐다.

환아 아버지는 "조건부 승인에 대한 그 '조건'이 무엇인지 심평원에도 제약사에도 물어봤지만 어느 곳도 속 시원하게 답을 들을 수 없었다"면서 "부디 양측이 환자를 생각해 조속히 일라리스의 급여라는 결과를 도출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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