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터진 '임의제조', 정기 약사감시에 잡혀...여전히 진행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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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터진 '임의제조', 정기 약사감시에 잡혀...여전히 진행형
  • 엄태선 기자
  • 승인 2024.01.08 07: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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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료사 삼화바이오팜서 시작...동구바이오 등 완제사 4곳 피해
식약처, 품질부적합 지속 우려..."올해도 이런 불안감 해소 역점"

2018년 고혈압치료제에 사용되는 중국산 발사르탄 원료에서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DMA)'이라는 불순물이 확인되면서 제약업계에 '대규모 회수'라는 커다란 파장이 줄을 이었다. '불순물 함유'라는 악재에 제약사들은 물론 관련 업계 전체가 그야말로 혼이 빠질 정도로 업무 부담과 경제적 피해로 몸살을 앓았다.

최근에는 불순물이 잠잠해지는 차에 '허가(신고)와 다르게 제조한' 임의제조가 업계를 뒤흔들고 있다. 코르나19가 한창이었던 2021년 이른 봄에 하나둘씩 사안이 터지기 시작, 지난해말에 이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다만 최근 양상은 완재제조사에서 원료제조사로 무게중심이 옮겨가고 있다. 이는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원료사들이 다양한 현실적 어려움에서 비롯된 것으로 비춰진다.

지난해 12월 8일 회수를 시작한 삼화바이오팜의 원료의약품 2품목 등 6품목도 허가사항과 다르게 제조한 게 식약처의 정기약사감시에서 드러났다. 201년부터 제조된 삼화알렌드론산나트륨(원료)와 삼화이토프리드염산염(원료), 카르베딜롤, 에페리손염산염, 삼화브롬화옥틸로늄, 프란루카스트가 회수대상이다.

참고로 삼화바이오팜은 1976년 첫발을 내딛고 2002년 BGMP, 2011년 300만불 수출, 기술혁신형 기업 선정되는 등 50여명의 직원과 연 70억원대의 매출을 올린 중소기업이다.

이번 사안의 문제는 50년에 가까운 오랜 중견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이같은 임의제조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단순 담당직원의 실수인지, 아니면 업무시스템의 미비에서 비롯된 것인지는 확인할 수는 없으나 환자가 복용할 의약품 원료였다는 점에서 그 심각성은 크다. 이를 제공받아 완제약을 만든 4개 제약사들도 뜻밖의 회수조치라는 회오리를 맞이했다. 

거래업체를 믿고 제조한 것도 이제 믿지못할 환경을 부추긴 셈. 피해는 일단 부광약품과 동구바이오, 대우약품, 파마킹에게 고스란히 전가되고 있다. 회수대상에 부광 '딜라돌정'(카르베딜롤, 제조번호 21001, 22001)과 동구바이오의 '본에이정'(알렌드론산나트륨수화물, 2001), 대우의 '카디론'(카르베딜롤,  201, 202), 파마킹의 '이토'(이토프리드염산염, 22Z25002A, 23Z25001, 22Z25002C, 22Z25001C, 22Z25001A)가 들어갔다.

제약업계 "품질강화에 비용증가 등 어려움"...단속보다 지원 호소

이같은 사건에 일선 제약업계는 갈수록 심화되는 구인난 등에서 원인을 찾고 있다. 품질강화에 따른 추가적 인력 투입이 원활하지 않다는 것. 특히 중소제약의 경우 처우 등의 근무조건의 한계로 인력난이 가중되고 있다. 

여기에 최근 '국제수준의 품질'을 주문하는 규제당국의 관리체계 강화가 맞물리면서 시판 후 감시와 감독도 덩달아 눈높이가 올라가고 있다.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GMP) 시설에 대한 정기감시에, 제보 등에 의한 기획 및 수시감시가 잦아지고 있다.

국내 한 대형제약사 인사는 이와 관련 "(당국에서) 생산시설을 제대로 조사하면 위반 등에 자유로울 제약사는 거의 없을 것"이라며 "최첨단을 추구하는 대형제약사도 빗겨가기 어려운 데 상대적으로 영세한 제약사의 사정은 더 녹록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번 원료의약품 사태를 일갈했다. 식약당국의 감시에 대한 업계의 심리적 압박이 그만큼 크다는 목소리이다.

또 다른 중견제약사 관계자도 "제조과정에서 의도하지 않은 실수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추가 인력배치가 절실하다"며 "중소제약사의 실정상, 비용이 들어가는 인력 투입이 생각처럼 쉽지 않기에 제품 오류가 상대적으로 빈번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전했다. 단속에 집중하기보다는 기업의 품질강화를 위한 환경개선에 정부의 다각도의 지원을 당부했다.

식약처는 삼화바이오팜의 임의제조에 대한 후속조치에 들어간 상황이다. 해당 품목에 대한 회수조치는 물론 해당 원료를 사용한 완제의약품에 대한 회수도 올해들어 내려졌다. 향후 삼화바이오팜에 대한 품목 행정처분은 물론 중대한 GMP위반시 적용되는 적합판정서 취소 등의 행정처분도 고려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후자는 단순 실수냐 의도적 임의제조냐에 따라 검토대상에 오를 전망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발단이 된 삼화바이오팜과 달리 원료를 받아 제조한 완제 제약사의 경우 회수 관련한 행정처분여부는 검토해야할 상황"이라며 "다만 과거 발사르탄 사태에서도 원료의 문제로 완제제약사의 책임을 묻지 않았다. 단정은 어렵지만 소명 등을 통해 구제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식약처, '의약품 안전' 기본에 충실..."GMP와 품질이슈 최소화 노력"

계속된 품질부적합 의약품 문제를 줄여나가기 위해 식약처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의약품에 대한 국민 불안감 해소에 방점을 찍을 예정이다. '의약품 안전'이라는 본연의 업무에 보다 충실히 임한다는 것.

오정원 식약처 의약품관리과장은 "삼화바이오팜은 지난해 정기약사감시에서 적발된 사안이다. 이와관련해 올해 제약사들이 영업자회수에 들어간 사안"이라며 "지난해 사건사고가 대형은 아니지만 포장오류, 품질부적합 등이 지속됐다. 올해도 GMP와 품질이슈를 최소화하자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오 과장은 "'의약품 제조업체가 왜 이렇게 흔들려' 이런 걱정이 있을 수 있으니 그런 불안감을 최소화할 수 있는 해가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새롭게 도입되는 감시관리제도는 없다. 기존 제도를 십분 활용할 것"이라고 밝히고 지난해 시행된 시판전 GMP평가제의 안착 등을 덧붙였다.

이어 "시판전 GMP평가제의 경우 감기약을 생산하는 많은 수의 업체는 당분간 유예해주고 있어 현재 대상에 포함되는 업체가 많지 않다"며 "올해 의약품 제조 및 유통 관련 감시 등 관리계획은 2~3월에 있을 정책설명회에서 자세히 설명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식약처는 앞으로의 정책방향이 허가의 벽은 낮추고 기업의 책임은 더 높인다는 점에서 사후관리 강화는 계속될 전망이다. 특히 감시인력부족을 효과적으로 대처하기위해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활용한 고도화된 감시시스템 도입을 꾀하고 있다.

이런 변화에 적극 대응하지 못하는 제약사들은 감시대상에 노출될 수밖에 없으며 결국 신뢰에 타격을 입고 소비시장에서 밀려나 도태의 길을 걷게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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