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증원 논란 '일촉즉발'…복지부 3년전 책임론 반복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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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증원 논란 '일촉즉발'…복지부 3년전 책임론 반복될까
  • 이창진 기자
  • 승인 2023.11.29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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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의료계 파업 수순과 흡사…강경책 or 유인책 '고심'
보건정책 좌초 공무원들 문책 인사…여당과 대통령실 '주시'

의사 증원 논란이 결국 의료계와 정부의 강경 대립으로 치닫고 있다.

국민이라는 공통분모를 두고 의사협회는 비상대책위원회를 통한 총파업 카드를, 복지부는  필수지역의료 개선으로 맞서는 형국이다. 

의사 증원 정책 추진에 따른 의정 간 갈등은 처음이 아니다.

불과 3년 전인 2020년 여름 여의도를 뜨겁게 달군 의사 파업으로 의료계와 정부는 홍역을 앓았다.

의사협회는 지난 26일 비대위를 구성하고 의사 증원 정책에 대한 파업 투쟁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의사협회는 지난 26일 비대위를 구성하고 의사 증원 정책에 대한 파업 투쟁 카드를 꺼내 들었다.

젊은 의사를 중심으로 임상교수와 개원의 등 수많은 의사들이 지역의사제 도입 등 의사 증원 정책에 반기를 들면서 진료실 밖으로 나왔고, 여당(더불어민주당)과 복지부는 초기 강경 입장에서 사태가 격화되자 그해 9월 의사협회와 합의문을 통해 의사 증원 추진을 코로나19 사태 종료 이후 재논의로 하면서 일단락됐다.

지금 돌아가는 상황은 3년 전과 흡사하다.

정권 교체로 윤석열 정부와 여당 국민의힘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의정 모두 반 발짝만 더 나가면 불이 붙을 것 같은 '일촉즉발' 상황이다.

복지부는 의료계 상황을 주시하면서 대화의 끈을 놓지 않고 있으나, 의협 회장 삭발과 비대위까지 구성한 의료계 강경 입장이 바뀔 가능성은 매우 적다.

대치 정국이 어떤 결과로 귀결될지 단정하긴 아직 이르다.

발상의 전환으로 복지부 입장에서 이번 사태를 바라보면 어떨까.

시간을 3년 전으로 돌려보자.

2020년 7월 당정청 의대 정원 확대 발표 이후 의료계는 술렁거렸다.

공공의대 신설과 지역의사제 도입 등 거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의사 증원은 사실상 확정된 분위기였다.

당시 야당인 국민의힘은 의료계 입장을 일정부분 수용해 비판과 우려를 표했다. 여기에는 의료인 협조가 필요한 팬데믹 상황도 일조했다.

■복지부 2020년 의료계 파업 아픈 기억…협상 대표 실국장 인사 조치

의료계는 결국 파업을 강행했다. 파업은 지속됐고 대열은 늘어났다.

복지부에 비상이 걸렸다.

2020년 여름 의료계는 의사 정원 확대에 반대하며 여의도에서 총파업을 강행했다.
2020년 여름 의료계는 의사 정원 확대에 반대하며 여의도에서 총파업을 강행했다.

의사파업 핵심인 전공의협의회를 중심으로 의사협회와 병원협회 그리고 의사국시 거부에 들어간 의대의전원협의회 등과 밤샘 물밑대화를 이어갔다.

당시 복지부 협상 대표는 노홍인 보건의료정책실장(행시 37회)과 김헌주 건강보험정책국장(행시 36회)이 맡았다.

의사 증원 추진 발단은 청와대였다.

청와대는 과감하고 방대한 의사 증원을 요청했고, 복지부는 의료계 반발과 수용성을 고려해 증원 규모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논의를 거듭했다. 당정청은 연 400명, 10년 간 4000명 의사 증원 방안을 발표했다.

파업이 지속되자 여당과 복지부는 9월 의사협회와 합의문 작성으로 의사 증원 추진 중단을 선언했고, 의료계는 내홍을 거쳐 결국 진정 국면으로 수습됐다.

시간이 지나자 여당과 청와대는 의료계 파업 사태 관련, 복지부에 책임을 물었다.

차관 1순위인 노홍인 보건의료정책실장은 퇴직을, 김헌주 건강보험정책국장은 질병청 차장으로 인사 이동하는 등 복지부 책임론을 일정부분 끌어안았다.

■정권 보건정책 좌초 시 복지부에 화살 "공무원들 누군가 책임져야"

분명한 사실은 정권의 핵심 보건정책이 후퇴하거나 좌초될 경우 복지부 공무원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점이다.

2023년 11월 현재, 의사 증원 정책 복지부 협상 대표 선수는 전병왕 보건의료정책실장(행시 38회)과 정경실 보건의료정책관(행시 40회)이다.

복지부는 2020년 의료계 파업 상처가 남아 있다. 박민수 차관과 의대교수협의회 임원들 필수의료 간담회 모습.
복지부는 2020년 의료계 파업 상처가 남아 있다. 박민수 차관과 의대교수협의회 임원들 필수의료 간담회 모습.

의사 증원 정책 출발점은 단정하기 어렵지만 여당과 대통령실 승인 없이 논란이 예상되는 보건정책을 추진한 사례는 거의 없다. 

의료계 총파업 카드를 무마할 수 있는 명확한 방어전략 없이 3년 전 사태가 반복된다면 여당과 대통령실 화살은 복지부로 향할 수 있다는 의미다.

법과 원칙에 따른 강경책을 구사할지, 필수의료 개선을 목표로 과감한 국고 투입과 의사 증원 적정 규모 협의를 정책패키지에 포함할지 복지부 고심이 깊어지는 형국이다. 

내년 4월 총선 이전 결론을 내야 하는 필수의료와 의사 증원 정책 데드라인이 조금씩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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