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전문학회 "중증 심부전, 상급병원 평가기준 개선해야"
상태바
달라진 전문학회 "중증 심부전, 상급병원 평가기준 개선해야"
  • 이창진 기자
  • 승인 2023.12.06 07: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일반질환에서 전문질환 상향 시급…"심장내과 전문의 초토화 임박"
심부전학회, 병원 경영과 직결된 보건정책 불합리성 강도높게 지적

전문학회 대정부 요구가 수가 조정에서 평가기준 개선으로 의료정책 출발점을 향해 정교해지고 있다.

의료기관 경영과 직결되는 평가기준 불합리성을 근거에 입각해 지적하면서 질환군 변화에 부합하는 보건정책 개선에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다.

대한심부전학회(회장 강석민)와 국회 보건의료발전연구회(회장 정재훈)는 5일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심부전 질혼에 대한 국민 인식 제고' 관련 전문언론 간담회를 가졌다.

심부전학회는 5일 전문언론 간담회에서 상급종합병원 평가기준에서 일반질환으로 분류된 심부전 질환의 전문질환 상향을 촉구했다.
심부전학회는 5일 전문언론 간담회에서 상급종합병원 평가기준에서 일반질환으로 분류된 심부전 질환의 전문질환 상향을 촉구했다.

간담회 핵심은 상급종합병원 평가기준에서 일반진료 질병군으로 분류된 심부전 질환을 전문진료 질병군으로 상향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학병원 대부분 중증질환 중심인 상급종합병원 지정 평가와 의료질평가 등에 얽매여 진료시스템을 운영 중인 실정이다.

전문질환에서 제외된 심부전 질환은 경증질환이 아니더라도 평가점수가 낮아 수가 가산에 불이익을 받기 때문에 의료진 투입 등 집중도가 떨어지는 상황이다.

심부전은 심장이 신체로 피를 내보내는 힘이 약해져서 숨이 차고, 붓는 증상이 생기며, 결국 환자가 고통을 겪으면서 조기에 사망하게 되는 심장질환의 종착역이다. 

특히 심부전은 5년 내 사망률이 폐암과 비슷한 50%에 육박할 만큼 예후가 안 좋은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조상호 정책이사(한림의대 순환기내과 교수)는 "심부전은 반복적인 악화로 인해 입원, 조기 사망, 삶의 질 악화, 의료비 상승을 유발하는 중증 질환"이라면서 "중증질환임에도 B군(일반진료 질병군)으로 분류되어 있어 심부전 환자 진료에 불합리한 점을 야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심부전 5년 내 사망률 50% 육박…유병률 3배 증가, 70대 이상 고령층 '급증' 

그는 "상급종합병원 지정 평가기준 중 A군(전문진료 질병군)이 중요한 이유는 환자를 많이 볼수록, 비율이 높을수록 병원 위상이 높아지고 높은 평가를 받아 상급종합병원으로 지정받게 된다. 의료수가에도 영향을 미쳐 실질적인 경영 이윤과도 관련이 있다"며 심부전의 전문진료 질병군 당위성을 설명했다.

심부전 질환 주요 통계.
심부전 질환 주요 통계.

심부전 유병률은 2002년과 2018년 대비 0.77%에서 2.24%로 증가했고 70대 이상 고령자의 경우 10%를 상회하는 급격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심부전학회가 상급종합병원 평가기준 개선을 요구하는 또 다른 이유는 환자를 치료할 전문의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강성민 회장(연세의대 심장내과 교수)은 "심장내과 전문의는 전공의들이 꺼리는 내과 분야"라면서 "이른바 빅5 병원을 제외하고 특히 지방대병원의 심장내과 임상교수의 사직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강릉아산병원을 비롯한 지방대병원 심장내과 교수들의 대거 사직했으며 경희대병원과 한양대병원 등 수도권 대학병원 심장내과 교수들도 중소병원으로 연이어 이직하고 있는 상황이다.

■심장내과 전공의와 전임의 꺼리는 분야…지방대병원 교수들 사직 '지속'  

강 회장은 "당직과 온콜이 빈번한 심장내과 특성상 워라벨을 중시하는 전공의와 전임의 지원자를 찾기 어려운 실정"이라면서 "대학병원보다 급여가 3~4배 높은 중소병원으로 옮기는 게 현실이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지방대병원은 초토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심부전학회 조상호 정책이사의 심부전 질환 중요성과 상급종합병원 질병 분류군 개선 필요성 설명 모습.
심부전학회 조상호 정책이사의 심부전 질환 중요성과 상급종합병원 질병 분류군 개선 필요성 설명 모습.

그는 "복지부가 전공의 균형배치로 수도권과 지방 정원을 5.5대 4.5로 배치했지만 심장내과 전문의를 선택할 젊은 의사들이 얼마나 될지 알 수 없다. 설사 지방 병원에서 수련해도 결국 수련을 마친 후 병원은 수도권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강성민 회장은 "전문학회가 그동안 전문가로서 식견을 교환하고 정책과 제도의 문제점을 내부에서만 토로했다면 이제 대국민, 대정부를 향해 심부전 질환의 인지도를 높이고 제도 개선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발 빠르게 나서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고 전문학회의 달라진 인식 변화를 피력했다.

강 회장은 "심부전을 전문질환군으로 분류해 조기에 치료하고, 환자의 예후를 향상시켜 재입원을 감소시키면 의료비용 감소 효과와 국민건강 증진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간담회를 공동 주관한 국회 보건의료발전연구회 정재훈 회장(아주편한병원장,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은 "국회 의장실 의정연수원 산하 30여개 연구회 중 보건의료 분야 첫 연구회로 내년에 4년차를 맞고 있다.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보건의료 현안은 각계의 협업이 필요하다는 뜻에서 여야 보좌진과 입법조사처 등이 전문가그룹으로 활동하고 있다. 생명과 직결된 심부전 질환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필요하다면 입법과 대정부 질의 등 지속적인 노력을  전개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