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중증천식 환자들의 '숨 쉴 권리'를 찾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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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중증천식 환자들의 '숨 쉴 권리'를 찾아주세요
  • 뉴스더보이스
  • 승인 2023.05.08 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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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아 사무국장(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환절기가 되면 그 어떤 질환보다 천식환자들은 초비상 상황에 처합니다. 천식을 뜻하는 영어 단어인 ‘Asthma’는 그리스어의 ‘숨을 헐떡이다’라는 말에서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숨을 헐떡이는 정도에 그치지 않고, 호흡이 불가능해 응급상황을 경험하는 상당수의 중증 천식환자들은 의료적 상태로 인한 고통뿐만 아니라 사회・경제적으로 정상적인 활동을 유지해나가는 것조차 불가능해져 복합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제가 처음으로 만난 천식 환자는 저희 시어머니였습니다. 지금과 같이 일교차가 큰 봄철 환절기가 천식 환자에게  얼마나 치명적인지  결혼을  하고  난 후에서야 비로소  알게  되었고, 천식 흡입기를 직접 사용하는 모습을 본 것도 비슷한 시기였습니다.

대부분의 천식 환자가 저희 시어머니와 같이 일반적인 약물로도 증상 조절이 이루어지는 줄로만 알았습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중증도에 따라 ‘중증난치질환자 산정특례’를 적용받는 질환이 생겨나면서 중증 호산구성 천식 환자들이 생명을 위협받을 정도로 ‘숨 쉴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희귀·난치성질환 환자들을 위해 일하고 있는 저희 기관에 치료제 접근성 개선을 요청하는 중증 호산구성 천식 환자들이 문을 두드렸습니다.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다니던 병원의 추천으로 그동안 고용량의 스테로이드 치료를 해오면서 무서운 부작용들을 겪어 왔습니다. 이런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 치료제의 한시적 환자지원프로그램에 참여해 천식이 잘 조절되어 대학도 졸업하고 구직에도 성공했지만, 직장생활을 하다가 천식 증상이 악화되어 어렵게 구한 직장을 잃고 희망도 잃었습니다.”

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에서 2021년 발간한 한국천식진료지침에 따르면, 실제 중증 천식 환자의 직업 중단율은 44.4%, 직업 중단 기간은 평균 7년으로 보고된 바 있습니다. 중증 천식 환자는 평상시에도 숨이 차서 신체 활동의 제약이 크고 적극적으로 치료해도 반복적인 천식 악화가 발생한다고 합니다.

이로 인해 치료에도 불구하고 사망 위험이 있으며, 장기간 스테로이드 투여에  따른  합병증, 반복적인  악화로  인한  불안, 우울  등 정서적 어려움을  겪어  삶의  질이 현저히 낮습니다. 천식에 대한 공포와 함께 스테로이드 약물의 부작용에 대한 공포도 장기적인 치료에 큰 부담일 수밖에 없습니다. 건강보험급여가 되고 있는 중증 알레르기성 천식 치료제로는 증상조절이 되지 않는 중증 호산구성 천식환자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겪고있는 고통입니다.

환자에게 지속적으로 안전하게 투여할 수 있는 치료제에 대한 필요성이 매우 높아 의료계에서는 중증 호산구성 천식에 적극적인 생물학적 치료를 권고하고 있으며, 주요 선진국에서는 중증 천식에 사용되는 다양한 생물학적 제제가 모두 급여로 적용되어 환자의 표현형에 따른 정밀 치료가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최적의 치료 옵션 선택을 위한 환자와 의료진 간 적극적 논의가 중요한 요소로 고려되며, 이에 따라 천식 치료실적 또한 비약적으로 향상된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몇 가지의 항 IL-5 치료제가 식약처 허가를 받은 뒤 수차례의 보험급여 등재를 시도했음에도 불구하고 수년이 지나도록 보험급여가 되지 않고 있습니다.

다수의 질환에서 치료적 대안이 없어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삶을 위협당하고 있지만 중증도에  대한  구분  없이  진단명이  부여되고  있는  현 실정은  개선되어야  합니다. 또한  적절한 치료제가 있는 경우 환자 접근성을 제고하기 위한 대책을 현실적으로 강구해야 합니다.

중증 호산구성 천식 환자들의 치료 접근성을 향상시켜 환자와 가족이 일상을 회복할 수 있기를, 환자들이 마스크를 벗고 편안하게 숨 쉴 권리를 누릴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올해는 희귀질환·중증난치질환  환자들의 치료제 보장성 강화 정책이  보다 공고히 다져져 그간 소외되어 온 중증 천식 환자를 포함해 모든 희귀·난치성질환  환자들이 아픔을 덜어내고, 삶의  희망을 되찾을 수 있도록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 마련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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