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베이트 급여정지 취소소송과 '복지부의 3가지 실책'
상태바
리베이트 급여정지 취소소송과 '복지부의 3가지 실책'
  • 최은택 기자
  • 승인 2020.02.20 06: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법원 "적법한 부분 구분해 판단 불가...전부 취소"

불법 리베이트와 관련한 행정소송은 사건의 양태과 구체적인 사실관계가 달라서 결과만으로는 정부와 기업 중 어느 쪽이 이겼는지 가늠하기 쉽지 않다. 약가인하나 급여정지처분 취소소송 또한 마찬가지다.

서울행정법원 제12부(재판장 홍순욱 부장판사)는 지난 13일 동아에스티가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제기한 '요양급여 적용정지처분 등 취소' 소송 사건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구체적으로는 2개월의 급여 정지 처분과 137억7956만1810원의 과징금 부과 처분을 모두 취소한다고 했다.

판결 주문만 보면 동아에스티의 완승이다. 실제 회사 측의 주장(청구이유)을 상당수 받아들이기도 했다. 그렇다고 리베이트 약제 행정처분 자체가 사라지는 건 아니다. 제도 운용상의 일부 위법성이 문제된 것이다.

19일 판결문을 보면, 재판부가 들여다본 쟁점은 크게 3가지였다. '요양급여정지 제도 시행 전의 리베이트 제공행위에 대한 개정법 조항의 소급적용 가능 여부', '리베이트 관련 약제 품목수 누락 여부', '약제급여목록에서 삭제된 품목 포함여부' 등이 그것이다.

첫번째 이슈는 '개정법 조항(급여정지) 시행 전인 2014년 7월1일 이전 종료된 리베이트 제공행위를 개정법 조항이 시행된 2014년 7월2일 이후 리베이트 제공행위와 묶어 포괄적으로 하나의 리베이트 제공행위로 삼아 급여 정지 처분을 할 수 있는 지 여부'가 핵심이었다.

형사재판에서는 포괄일죄로 다뤘고, 복지부도 이를 인용해 행정처분에 반영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개정법 조항 시행 전에 종료된 리베이트 제공행위를 개정법 조항 시행 이후의 리베이트 제공행위와 묶어 포괄적으로 하나의 리베이트 제공행위로 평가해 신설된 급여정지 대상으로 삼은 건 법치행정 원칙과 신뢰보호 원칙에 위배돼 허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개정법 조항은 2014년 7월2일 이후 리베이트 제공행위에서만 적용할 뿐 7월1일 이전 리베이트 제공행위에 소급 적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피고(복지부)는 이 사건 각 처분을 하면서 급여정지 제도 시행 전 리베이트 제공행위와 관련된 리베이트 금액 및 약제 품목을 제외해야 하는데도 2009년 8월1일 이후 전체기간 동안의 리베이트 금액 및 약제품목을 기준으로 총 부당금액 및 위반 약제 품목 수를 산정해 부당금액을 잘못 산출했다"고 결론냈다. 첫번째 처분취소 사유이자 법원이 판단한 복지부의 첫번째 실책이다.

두번째 '리베이트 관련 약제 품목수 누락 여부'는 비급여 약제 이슈다. 복지부는 검찰청 통보내용에 기초해서 리베이트 관련 전체 약제 품목수를 159개로, 그 중 비급여대상 약제를 18개로 특정해 처분을 진행했다.

그러나 실제 해당 리베이트 관련 약제에는 비급여약제 2개 품목이 더 있었다. 재판부는 "(비급여 약제 2개 품목은) 원고 임직원들이 판매촉진을 위해 리베이트를 제공한 약제로 약사법 위반 약제에 해당하는데도 총 위반약제 품목수에 포함돼 있지 않으므로 위반 약제 품목 수 159개를 기초로 산출한 부당금액에는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따라서 "이 사건 각 처분에서 위반 약제인 베스자임정 등을 누락한 채 부당금액을 산출한 건 위법"이라고 했다. 두번째 처분취소 사유이면서 복지부의 두번째 실책이다.

세번째 '약제급여목록에서 삭제된 품목 포함여부'는 '타리온정' 이슈다. 이 품목은 회사 측이 품목허가를 반납해 2018년 12월1일 약제목록에서 삭제됐는데, 복지부는 과징금 부과대상에 포함시켰다.

재판부가 이 쟁점에서 주목한 건 급여정지나 급여제외를 갈음하는 과징금 대체사유 중 복지부 세부운영지침상의 '사실상 요양급여 정지 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 경우'에 대한 해석이었다. 재판부는 "(이는) '요양급여의 적용 정지 또는 제외처분이 가능함을 전제로' 그 효과를 기대할 수 없어 과징금 부과처분으로 대체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경우라고 해석된다"고 풀이했다.

그러면서 "피고(복지부)는 이 사건 처분 당시인 2019년 3월15일 타리온정에 대해 급여정지 또는 제외 처분을 할 수 없게 됐으므로 이에 갈음한 이 사건 과징금 부과처분 역시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약제급여목록 및 급여 상한금액표에서 삭제된 타리온정을 처분 대상으로 삼은 건 위법"이라고 했다. 마지막 처분취소 사유이자 복지부의 세번째 실책이다.

재판부는 결론적으로 "이 사건 각 처분의 사유 중 일부가 인정되지 않으나 법원으로서는 적법한 부분을 구분해 판단할 수 없으므로 이 사건 각 처분 전부를 취소한다"고 했다. 한편 재판부는 판결선고와 동시에 같은 날 복지부 처분의 효력정지를 연장하는 집행정지 결정을 내렸다. 항소심 재판까지 급여정지 등의 처분이 집행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으로 추정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