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재신청 같이 했는데...공동개발사 1곳만 살아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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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재신청 같이 했는데...공동개발사 1곳만 살아남다
  • 최은택 기자
  • 승인 2020.02.06 06: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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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 만성변비약 루칼로정 2품목 10일 등재예정

하나·대원·안국·휴온스 중도 포기
"평가금액·협상가 원가에도 못미쳐"
A7 4개국 조정평균 17분의 1 수준

만성변비치료제인 유영제약의 프루칼로프라이드숙신산염 성분의 루칼로정 2개 함량 제품이 오는 10일부터 약제급여목록에 등재될 전망이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다.

지난해 10월 심사평가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에서  '평가 금액 이하 수용시 급여'로 같이 심의된 동일 성분약제 4개 제약사 제품들이 더 있는데 왜 루칼로정만 등재될까.

현황부터 보자.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오는 10일 신규 등재예정인 루칼로정은 완하제(Laxative) 투여로 증상완화에 실패한 성인의 만성변비 증상을 치료하는데 쓰도록 허가된 선택적 세로토닌 4형 수용체 작용제(5-HT4 agonist)다.

지난해 1월25일 시판허가를 받아 다음달인 2월 15일 급여 등재 신청했고, 같은 해 10월10일 심사평가원 약평위를 통과했다. 당시 심의결과는  '평가 금액 이하 수용시 급여' 조건부였는데 유영제약 측이 이를 수용해 '급여 적정'으로 결론났다. 대제약제 가중평균가로 환산된 금액은 '1mg 133원/정, 2mg 200원/정'이었다. 이어 건보공단과는 같은 해 11월5일부터 올해 1월3일까지 약가협상을 진행해 타결지었다.

최종 결정된 예정 상한금액은 1mg 127원, 2mg 191원이다. 이는 A7 국가 중 해당 성분제제가 등재된 영국, 독일, 이탈리아, 스위스 등 4개국가 조정평균가의 16~17분의 1 수준의 가격이다.

복지부와 보험자 측은 급여 중인 대체약제의 투약비용 및 점유율 등을 고려해 합의한 금액이라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루칼로정 등재에 따른 연간 재정소요는 약 33억원(건보공단 예상청구액 기준)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대체약제 대비 저렴해 추가 소요되는 비용은 없다.

그렇다면 루칼로정 등재과정은 순탄했을까. 제약계는 손사래를 쳤다.

프루칼로프라이드숙신산염 성분 약제가 국내에 들어온 건 7년이 훌쩍 넘는다. 오리지널은 한국얀센의 레졸로정이다.

얀센은 2012년 10월29일 국내 시판허가를 받은 뒤 급여에 도전했지만 너무 낮은 평가가격의 벽을 넘지 못하고 실패했다. 그 이후 줄곧 비급여로 레졸로정을 판매하고 있다. 지난해 8월말 기준 같은 성분의 단일제 46개 제품도 비급여 상태에 놓여있긴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에서 유영제약 등의 도전은 처음부터 무모했을지 모른다. 지난해 10월 심사평가원이 공개한 약평위 심의결과를 보면, 프루칼로프라이드숙신산염 제제인 유영제약 루칼로정, 하나제약 프롤로정, 대원제약 프루칼정, 안국약품 프로칼정, 휴온스 콘스티판정 등이 같이 상정돼 '평가 금액 이하 수용시 급여'로 심의됐다.

동시 급여 도전이 이뤄졌던 건 유영제약을 주관사로 5개 업체가 공동으로 개발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약평위 평가결과가 나온 뒤 상황은 달라졌다. 먼저 유영제약을 포함해 3개 업체는 평가금액 이하 금액을 수용하고 건보공단과 테이블에 앉았지만 2개 업체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어 유영제약을 뺀 2개 업체도 건보공단과 협상과정에서 등재를 포기했다. 이유는 단 하나다. 해당 업체들 표현을 빌리면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약가' 때문이다.

해당 업체 한 관계자는 "심사평가원이 오래되고 매우 싼 약들까지 대체가능약제에 포함시켜 평가금액 자체가 너무 낮았다. 원가를 고려할 때 수용할 수준이 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심사평가원이 평가에 활용한 대체가능약제에는 plantago seed/plantago seed cortec, psyllium husk, calcium polycarbophil 등 여러 약제들이 포함됐다.

이 관계자는 "평가금액을 받아들이고 협상으로 넘어간 업체들도 건보공단과 협상에서 가격을 조금이라도 올릴 여지가 있을까 기대해서 그런 결정을 한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건보공단이 심사평가원 평가금액보다 더 높은 약가로 협상을 타결할리 만무하다. 다른 업체 관계자는 "건보공단 제시가도 낮아서 협상을 더 진행할 여지가 없어 보였다"며, 중도 포기 이유를 설명했다. 결국 공동개발사인 5개 제약사가 함께 급여에 도전했다가 주관사 1곳만 살아남고 나머지 회사는 심사평가원과 건보공단 단계에서 돌을 던진 것이다.

국내 제약사 또다른 관계자는 "변비약 등재가격이 너무 낮아서 앞으로도 새로운 약제가 진입하는 건 거의 불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복지부는 루칼로정 급여기준 신설안을 최근 행정예고했었다. 허가사항 범위 내에서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급여를 인정하고, 해당 기준 이외에는 약값 전액을 환자가 부담하도록 하는 내용이었다.

구체적으로는 2종 이상의 경구 완하제(부피형성 완하제, 삼투성 완하제 등)를 6개월 이상 투여해도 증상완화에 실패한 만성변비 환자에게 쓸 수 있도록 했다. 급여는 오는 10일부터 개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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