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받는 삼중음성유방암 환자들에게 꿈과 희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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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외받는 삼중음성유방암 환자들에게 꿈과 희망을"
  • 문윤희 기자
  • 승인 2023.09.14 07: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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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두리 삼중음성유방암 환자단체 우리두리구슬하나 대표

기자가 환자 단체와 대표자를 취재하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사람 중 한명을 꼽으라면 이두리 우리두리구술하나 대표를 들 수 있겠다. 그는 삼중음성유방암 4기 환자로 생사를 넘나드는 투병생활을 2019년 진단 이후 지속하고 있다.

그가 앓고 있는 삼중음성유방암은 에스트로겐, 프로게스테론, her2수용체가 모두 없는 유방암이다. 유방암을 타겟하는 주요 항체 3개가 없다보니 이를 표적하는 치료제도 사용할 수 없고 치료 여정도 쉽지 않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그는 미래에 대한 계획을 짜지 않는다. 대신 매일 희망을 말하며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려 한다. 그런 그에게 최근 미래에 대한 계획을 설계할 수 있는 기회가 다가오고 있다. 삼중음성유방암을 치료할 수 있는 치료제들이 국내 급여 시장 진입을 위해 차비를 하고 있어서다.

진단 이후 수차례 고비를 넘기며 전이를 반복하던 그는 면역항암제 등장에 기대를 걸었지만 표지자가 없어 약제 투여를 포기해야 했다. 약을 쓸 수 없는 상황에 대해 "투약비용 8000만원을 쓰지 않아 오히려 다행이다. 가족이 감내해야 할 부담을 덜었다"고 말한 이 대표는 최근 다시 전이가 발견되면서 항암요법을 시작했다.

이제 그에게 마지막으로 남은 희망은 최근 국내 허가 받은 길리어드의 트로델비 뿐이다. 급여 과정을 거치고 있는 트로델비의 신속 등재를 위해 항암제 투여 기간 중 급히 퇴원을 하면서까지 1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삼중음성유방암 정책토론회에 나섰다. 그가 전한 메시지는 “환자에게 (살 수 있는)희망을 달라”는 것이었다.  

기사로 그의 발언을 모두 담을 수 없어 이두리 대표의 발언을 뉴스더보이스가 지면을 빌어 게재한다.

소외받는 삼중음성유방암 환자들에게 꿈과 희망을

지난 5월 뉴스더보이스가 진행한 인터뷰에서 이두리 대표  

안녕하세요. 저는 2019년 3월 삼중음성유방암 3기말을 진단받고, 다음 해인 2020년 1월 흉막전이, 폐전이, 간전이로 4기가 되어 현재까지 치료중인 삼중음성유방암환우단체 우리두리구슬하나 대표 이두리입니다.

오늘 이 자리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받는 삼중음성유방암의 최신 신약 치료제 급여화에 대해 발언할 수 있는 기회를 허락해주신 이종성 의원님과 대한항암요법연구회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저를 포함해 삼중음성유방암으로 고통받고 있는 환우분들과 가족들이 실질적으로 처한 어려운 상황을 조금이라도 이해하시길 바라면서 용기를 내어 이자리에 참석했습니다. 오늘 저는 부족하지만 투병중인 환자입장에서 삼중음성유방암 치료에 있어 정책적으로 좋아졌으면 하는 부분과 빠른 신약 급여의 절실함에 대해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먼저, 유방암중 젊은 여성에게 상대적으로 빈번한 삼중음성유방암 환자들은 직장∙육아 같은 이중고에 맞물려 있습니다.

유방암은 대부분 치료가 잘되는, 흔히 말하는 '착한 암'이라고 인식되어져 있지만 유방암에게도 사각지대가 있습니다. 사실 착한 암이라는 거 자체가 말이 안 되죠. “암입니다” 라는 말 자체가 주는 죽음의 공포, 그리고 적게는 1년 많게는 죽을 때까지 해야 하는 항암치료가 치료완치율이 높다는 이유로 착한 암이라 위로한다는 게 말이 되지 않습니다.

유방암은 크게 4가지 아형으로 나뉜다고 합니다. 이중 전체 유방암환자 중 15%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삼중음성유방암은 다른 유방암에 비해 생존율이 매우 낮고 재발율이 높아 ‘착한 암’이라고 칭할 수 없는 매우 치명적인 암입니다.

우리나라는 산정특례제도가 있어 다른 나라에 비해 치료환경이 좋다는 것을 환자 한명으로 잘 알고 있고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치료비뿐만 아니라 그 외의 다양한 비용을 감당하기 힘든 환우들이 많습니다.

돈이 많은 사람들은 치료환경이 더 좋은 나라를 가서 치료도 할 수 있고, 명품가방 외제차를 살 돈으로 비급여 약제를 투여하는 것이 가능하겠지만, 대부분의 암 환자들은 효과가 좋은 신약을 비급여로 치료한다는 것은 애초에 고려할 수도 없는 현실 속에 살아가고 있습니다. 

다른 유형의 유방암에 비해 삼중음성유방암은 상대적으로 젊고 폐경 전인 40대 이하 젊은 여성에서 상대적으로 더 빈번하게 진단되고 있습니다. 이는 사회에서 노동인력의 주축이자 가정에서 자녀 양육의 주체인 여성이 더 이상 경제활동과 사회활동에 기여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우리나라에서 활발히 경제 활동을 하고, 가정을 이끄는, 사회·가정으로의 조속한 복귀가 필요한 연령대로서 적극적인 치료를 위해 정책적인 지원이 절실합니다.

맞벌이 부부에게 암이 찾아오면 외벌이가 되기도 하고, 환자를 간호하고 치료하며 주위 눈치를 보며 살아야 하는 것이 우리나라 현실임을 부정할 수 없는데, 우리나라 암환자의 비율은 안타깝게도 3명중 1명꼴로 발병한다고 합니다. 결국 감기가 완전 정복되지 않는 것처럼 암도 그렇다는데 문제는 비용에서 암의 대한 부담이 더 크다는 점입니다. 

환자들은 왜 1000만원에 육박하는 치료제를 급여화 해달라고 읍소하는 것일까요? 왜 많은 사람들이 비급여 약제를 급여화 해달라고 청원하는 것일까요? 이런 요구를 저를 예로 들어 설명해 보겠습니다. 

저는 2020년 흉막전이를 시작으로 폐전이, 간전이, 그리고 바로 지난달 8월 뇌전이와 갈비뼈 전이를 진단받았습니다. 2020년 첫 전이로 사경을 헤맬 때 삼중음성유방암에 적용되는 면역항암제가 식약처 허가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비급여 약제였고, 한 번에 430만원 정도, 총 치료 스케줄을 소화하려면 약 8000만원의 비용이 들었습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저는 그 약제를 쓸 수 없는 상태였습니다. 당시 PDL-1이라는 암세포 표면의 단백질 발현율이 0%여서 효과를 볼 수 없었기 때문이지요. 왜 그게 다행이라고 생각했을까요? 바로 비용 때문이었습니다.

아마 저는 그 약제를 쓸 수 있다 하여도 쓰지 않았을 것입니다. 8000만원과 저의 목숨을 바꿀 수 없지만, 그 8000만원이면 내 가족이 더 유익하게 사용할 거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는 1회투약 700만원, 1사이클 2100만원이었기에 억단위의 치료비가 있어야 했습니다.

저만 그런 것이 아니라, 많은 환자들이 비급여약제를 사용조차 하지 못하고 사망합니다. 버젓이 이 약을 쓰면 기대여명이 늘어나고, 무진행생존기간이 늘어나고, 조기 유방암 환자는 완치율이 높아지고, 재발 전이의 위험이 낮아지는데도 불구하고 무조건 할 수 있는 치료가 아닌, 환자가 선택을 해야 하는 치료인 것이 오늘 삼중음성유방암 환자들의 현실입니다.

병원에서도 비급여 약제는 필수가 아닌 선택입니다. 좋은 약을 만들어 놓고도 사용도 못하는 현실에 환우들은 두 번 무너집니다. 이로 인해 삼중음성유방암 환자들은 현저하게 저하된 삶의 질을 겪고 있으며, 이는 환자를 포함하여 환자 가족 전체의 삶의 질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삼중음성유방암 환자들에게 신약에 대한 급여는 매우 절실한 과제입니다. 

감사하게도 이번 5월 제가 기대하고 고대한 길리어드사의 트로델비가 식약처 허가를 받았습니다. 아주 작은 병 하나, 한 사이클에 약 2100만원을 내고 희귀의약품센터를 통해 대기해야 받을 수 있었던 약입니다. 다행히 식약처 허가가 났기 때문에 곧 희귀의약품센터를 통하지 않고 병원에서 사용할 수 있어 약제비가 1000만원 이하로 낮아졌지만 여전히 환자들에게는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입니다. 

무언가를 찍어내듯 뚝딱 만들어진 약이 아닌 제약사에서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여 많은 삼중음성유방암 환우들에게 기적 같은 삶을 선물하고 그들을 구하고자 만든 약, 나아가 많은 사람이 다시 국가의 귀하고 가치 있는 국민으로서 사회복귀를 할 수 있도록 만든 약, 시간과 마음과 정성을 쏟아 만든 약제가 세상에 나왔지만 비용적인 부담 때문에 사용도 못하고 사망하는 환우들이 있습니다.

이두리 대표는 1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삼중음성유방암 치료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정택토론회에 참석해 삼중음성유방암환자의 경험과 어려움을 공유하며  조속한 신약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사진 오른쪽 두번째)
이두리 대표는 1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삼중음성유방암 치료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정택토론회에 참석해 삼중음성유방암환자의 경험과 어려움을 공유하며  조속한 신약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사진 오른쪽 두번째)

많은 환자들에게 유일한 대안인 삼중음성유방암의 치료제인 트로델비라는 약제의 급여화를 통해 많은 환우들이 하늘나라로의 소풍이 아닌 예쁜 바다, 공기 좋은 산으로 진짜 소풍을 떠나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합니다.

제게도 소중한 딸이 한 명 있습니다. 많은 환우들은 본인의 투병으로 자녀의 성장과정을 제대로 지켜내지 못했다는 죄의식에 빠져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 역시 딸이 생후 72일이 되었을 때 진단을 받았기 때문에 딸의 성장과정보단 제 치료에 바빠 돌 때까지 아이가 어떻게 성장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아이들을 가진 어머니이자 환우들이 저와 같이 암 치료라는 동굴을 지날 때에 아이 때문에 신께 생명을 구걸합니다. 제 소망은 제가 살아있는 동안 많은 환우들의 생명을 살릴 약제가 급여화가 되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트로델비는 제가 쥐고 있는 조커카드 같은 동아줄이기도 합니다. 여기 계신 건강하신 분들께서 체감하는 1년이, 우리에게는 1개월과 같습니다. 저는 멀리 보고 계획하지 않습니다. 단지 하루 하루가 소중합니다. 그것이 제가 전달 드리는, 트로델비를 급여화 해달라는 읍소입니다. "좀만 기다리면 될거야"라는 말은 시간이 별로 없는 우리에게 마치 1년과도 같습니다. 우리에게는 시간이 정말 없습니다. 왜냐면 뇌전이, 뼈전이까지 온 4기 환자니까요.

기존 약제들 중엔 뇌에 도달하는 약물은 실제로 없다고 합니다. 하지만 신약 트로델비는 뇌전이까지도 치료할 수 있고, 삼중음성유방암 환우들이 겪는 다양한 전이 중 많이 발생하는 뇌전이, 뼈전이, 폐전이, 간전이에 효과적이라고 하니, 트로델비의 급여화를 통해 많은 환우들이 회복하고 더 나은 삶의 질을 누리고 가족과, 아이와 행복한 매일을 꿈꾸면 좋겠습니다.

우리두리구슬하나라는 모임은 삼중음성을 앓고 있는 저 이두리와 먼저 떠난 구술이라는 친구의 이름을 따 만든 것입니다. 이 단체는 만약 제가 4기가 아니었다면 존재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단체를 만들고 환우들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하며 되려 더 힘을 얻는 것이 제 자신입니다. 그래서 저는 모든 마음과 힘을 다해 많은 환우들이 더 나은 치료환경에서 비용을 걱정하지 않고 치료받길 바라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좋은 약들이 세상에 나오기 시작할 때마다 그 약을 써보지도 못하고 떠난 사랑하는 구슬이가 너무 그립고, 지금도 비용걱정에 치료를 포기하는 많은 환우들의 상담을 해주며 함께 울고 “제가 더 노력하겠다, 그러니 무너지지 말고 포기하지 말자.”라고 애써 위로하는 무력한 저를 보며 ‘나만큼은 절대 무너지지 않겠다. 내가 무너지면 모두가 무너진다. 그러니 내가 꼭 해야만 하는 일이다.’라고 다짐합니다. 제가 혼자 할 수 없는 일임을 알기에 함께 마음을 다해 생각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암은 남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내가 될 수도, 내 가족이 될 수도 있습니다. 부디 많은 환자들에게유일한 대안인 좋은 신약이 급여화되어 많은 환우들에게 선택이 아닌 필수로 사용될 수 있도록 삼중음성유방암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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