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리베이트 급여정지, '손가락 말고 달을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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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리베이트 급여정지, '손가락 말고 달을 보라'
  • 최은택 기자
  • 승인 2022.04.18 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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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도 개정법률을 소급 적용하는 부칙개정안을 두번 발의했지만 소관 상임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폐기됐었다. 여기에는 해당 개정안을 통과시킬 경우 특정 제약사 봐주기라는 특혜시비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한몫했다. 사실 2014~2018년 사이 급여정지 처분 가능성은 여전히 살아있지만, 실제 구법으로 급여정지 처분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 제약사는 매우 적을 것으로 보인다. 국회가 우려한 이 특혜논란에 대한 의견이 궁금하다."

뉴스더보이스가 '국민건강보험법상 요양급여 적용정지 처분의 위헌성'을 주제로 대한의료법학회 4월 월례학술대회에서 발표한 박성민(약사, 법학박사) HnL법률사무소 변호사에게 질문한 내용이다. 

이에 대해 박 변호사는 "리베이트 급여정지 처분 법이 두 번의 개정을 통해 사실상 사문화된 건 비의학적 사유에 의한 환자의 의약품 접근성 제한과 건강권 침해 등의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었다. 이는 구법의 위헌적 요소를 제거하기 위한 노력이기도 했다. 개정입법 취지의 본질에 집중했다면 다툼소지도 없었을 것"이라고 답했다. 

또 "음성적인 리베이트 거래의 특성상 적발시점은 행위시점과 상당한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 2014년 7월부터 2018년 3월 사이에 일어난 리베이트 행위가 앞으로 적발돼 급여정지 처분을 받게 되는 사례가 매우 적을 것이라는 건 예단하기 어렵고 오히려 과거 통계를 보면 적지 않게 나올 수 있다고 봐야 한다. 그런 점에서 특정업체 특혜주장도 부적절할 수 있다"고 했다.

다시 말해 남인순 의원의 1차 개정안 소급적용 근거나 이후 2건의 부칙개정안이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은 건 '달이 아니라 손가락'을 봐서 생긴 오류라고 지적한 것인데, 입법기관과 처분기관인 보건복지부가 귀담아 들을 만한 포인트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문위원실이 제기한 '신뢰의 이익' 침해 가능성도 마찬가지다. 박 변호사의 이날 학술발표회 주장처럼 리베이트 약제 급여정지 제도가 당초 궁극적인 입법 취지였던 '국민의료비 감소와 국민건강 이바지'에 반하는 위헌 가능성을 내재하고 있었다면 '신뢰의 이익' 침해 가능성에 따른 소급입법 제한도 기각되는 게 합당했을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A제약사 사례의 경우 국내 판권 계약 만료로 원개발사 한국법인에게 되돌아간 약제(도입신약)가 급여정지 대상에 포함돼 리베이트와 하등의 관련이 없는 제약사들이 피해를 보는 상황도 발생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쉽게 급여정지 처분을 내리지 못하고 숙고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이처럼 리베이트 급여정지 제도는 6년 10개월만에 사실상 사문화됐지만 입법과 개정과정이 복잡하고, 소급적용이 배제되면서 법리적인 다툼소지도 여전하다. 또 특정제약사에 대한 처분절차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소급입법을 진행하거나 신법을 적용하는 재량을 행정청이 발휘할 경우 특혜시비가 불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이런 비난가능성 때문에 행정당국이 위헌적 요소가 있는 급여정지제도를 유지하는 건 합당하지 않고, 또다른 법적 분쟁만 불러올 수 있을 것이다. '손가락이 아닌 달'을 보면서 이제 오랜 논쟁에 종지부를 찍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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