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무 시달리는 전공의 10명 중 1명 "자살충동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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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무 시달리는 전공의 10명 중 1명 "자살충동 경험"
  • 홍지연 기자
  • 승인 2015.03.13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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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협, 설문조사...여성 전공의는 13%로 더 높아

업무과중에 시달리고 있는 수련의사(전공의) 10명 중 1명이 자살충동을 경험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송명제 대한전공의협의회장은 12일 국회에서 열린 '전공의 처우 및 수련환경 개선을 위한 입법공청회'에서 현재 고려대학교 보건과학대학 보건정책관리학부 김승섭 교수 연구팀이 연구중인 '전공의 건강상태와 환자 안전의 상관관계' 자료 중 일부를 공개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남자 전공의 34.2%(1160명 중 397명)가 최근 일주일간 우울증상을 겪었으며, 8.8%(1192명 중 105명)는 지난 1년 간 자살을 한 번이라도 생각해 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여자 전공의 결과는 더 심했다. 41.4%(500명 중 207명)가 우울증상을, 13.7%(525명 중 72명)가 자살을 생각해 봤다.

실제 2013년에는 언론에 공개된 전공의 자살이 2건에 이르렀다. 서울과 대전에서 각각 내과, 이비인후과 수련을 받던 전공의들이 가족이나 지인들에게 주120시간 업무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투신과 약물 자살로 삶을 마감했다.

송 회장은 "자살 뿐 아니라, 주 120시간 근무 이후 심장마비, 심근경색으로 사망하는 전공의들도 있었다"며 "모두 구할 수 있었던 전공의들이었지만, 60년이 넘도록 전공의 수련환경 제도가 바뀌지 않으면서 전공의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입법공청회에 참석한 모 대학병원 전공의는 "전공의와 펠로우를 '전공노', '펠노예'로 부르고 있다"고 토로했다.

송 회장은 염전노예 사건과 전공의들의 삶을 비교하면서 "다를 게 없는 삶"이라고 비판했다.

하루 5시간도 못자며 고된 육체노동을 하는 염전노예. 그들은 3차례나 탈출을 시도했으나 번번히 실패했고, 돈을 받지 못하고 강제로 일을 해야 했다.

그렇다면 전공의는 어떨까. 송 회장은 "36시간 연속근무 초과 금지도 안지켜지면서, 일주일이 168시간인데 주당 최고 160시간을 근무하고 있다"며 "전공의가 도망가면 병원에서 잡으러 온다"고 비유했다.

일일 당직비로 2만원을 받고 있지만, 시급으로 따지면 시간 당 1700원 꼴이다.

송 회장은 "박근혜 대통령이 염전노예 사건은 21세기에서 있을 수 없는 충격적인 일이라고 했는데, 소금을 캐는 염전노예와 환자를 보는 전공의들의 삶이 똑같다"며 "문제는 이렇게 일하는 전공의가 보는 환자가 과연 안전할 수 있을지를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주80시간 근무 등 수련환경 개선방안 나왔지만…

전공의들을 위한 단독법안이 마련돼야 한다는데는 대한의사협회 또한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강청희 의협 상근부회장은 "전공의 수련환경 새건 합의 이후 일부 수련병원에서는 36시간 초과 근무 금지 규정에 대한 패널티를 우려해 근무표를 허위로 작성하게 하고 있다"며 "수련환경 개선을 요구하는 파업을 진행한 전공의가 징계를 당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전공의 처우 및 수련환경 개선을 위한 특별법 제정으로, 전공의가 피교육생으로서의 지위 뿐 아니라 근로자로서의 지위를 확보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에 정부 또한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의 필요성에 공감대를 표명했다.

임을기 보건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장은 "지난해 수련환경 개선방안을 합의해 8개 조항을 만들었는데, 정부 상황이 녹록치 않아서 2017년 까지 개선안을 적용토록 하고 있다"며 "최대 주 88시간 근무의 경우, 지난해 4년차에 적용을 했고 올해 3년차, 내년에 2년차 등 기간별 차이를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8개 항목에 대해 각 수련병원에서 수련규칙을 작성할 수 있도록 2월 말 복지부 홈페이지에 게재를 마쳤다는 입장도 덧붙였다.

임 과장은 "각 수련병원들이 8개 조항을 어떻게 지키는지 모니터링을 해야 하는 문제가 남았고, 수련병원에는 기준을 지켜달라고 이야기 해놓은 상태"라며 "의협, 병협, 의학회, 전공의협의회가 참여하는 수련기구협의체에서 조사 등과 관련한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현장에서 전공의들이 힘든 상황을 겪고 있다는 점도 정부는 인정하고 있었다.

임 과장은 "현장에서 힘들게 일하고 있는 전공의들은 하루하루 답답할 테지만, 정부에서 눈 감고 있는게 아니라, 노력하고 있다"며 "관련 단체들과 많은 협조로 개선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전공의특별법에 대해, 임 과장은 "특별법 내용은 일부 취지를 토대로 교정이 필요할 것 같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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