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거자료 제출 조건에 붙들린 일라리스...환자들은 '애가 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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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거자료 제출 조건에 붙들린 일라리스...환자들은 '애가 탄다'
  • 최은택 기자
  • 승인 2024.03.18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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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바티스, "수행가능한 범위로 해 달라"...약평위에 재평가 요청
심사평가원 "가능한 빨리 재상정 검토...4월 또는 5월 될 것"

약가협상이 한 창 진행 중일 것이라고 기대했던 한국노바티스의 유전성 재발열 증후군 치료제 일라리스주사액(카나키누맙)이 아직 급여 첫 관문을 깔끔하게 넘어서지 못하고 서성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일부 적응증에 대한 '근거자료 등 제출 조건'이 실질적으로 발목을 잡은 것인데, 크리오피린 관련 주기적 증후군(CAPS) 중 하나인 만성 영아 신경 피부 관절 증후군(CINCA) 환자 가운데 이미 맞춤형 치료제인 키너렛(아나킨라)에 반응하지 않는 사례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져 환자와 의료진의 애를 태우고 있다.

잘 알려진 것처럼 일라리스는 올해 2월 1일 열린 심사평가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에서 '급여 적정성이 있음'으로 심의를 마쳤다. 하지만 특이하게 '조건부'라는 딱지가 붙어, 혹여 문제가 되지 않을까 우려도 나왔다.

그런데 이런 우려가 현실이 됐다. 조건은 크리오피린 관련 주기적 증후군(CAPS), 종양괴사인자 수용체 관련 주기적 증후군(TRAPS), 고면역글로불린D증후군/메발론산 키나아제 결핍증(HIDS/MKD), 가족성 지중해 열(FMF), 전신성 소아 특발성 관절염(SJIA) 등 급여평가를 받은 일라리스의 6개 적응증 중 CAPS, TRAPS, FMF 등에 붙었다. 구체적으로는 '향후 근거자료 등을 제출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노바티스 측은 이 조건을 수용하지 못하고 재평가를 해달라며, 지난달 이의신청을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건의 세부내용이나 재평가 신청 이유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약평위에 다시 공을 넘긴 건 회사 측이 수용하기에는 너무 까다로운 게 아니었을까 하는 추측을 낳게 한다. 실제 회사 측은 (근거자료 생산이나 제출을) "수행 가능한 범위내로 재검토 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심사평가원 고위 관계자는 "(환자와 의료진 등의 요구도가 높은 만큼 우리도) 가능한 빨리 약평위에 재상정하려고 한다. 다만 회사 측 주장 내용에 대해 일부 확인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약평위 재상정 시점은) 4월 또는 5월이 될 것 같다"고 했다.

2월 첫날에 약평위를 통과했고, 신속등재 트랙을 밟을 수 있는 경제성평가 자료제출 생략 약제인 점을 감안하면 5월 등재도 기대해 볼 수 있었는데, 빠르면 4월 늦으면 5월에나 약평위에서 재평가 안건으로 심의한다고하니 일라리스를 기다리는 환자와 의료진은 답답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림대평촌성심병원 이소영 교수(소아청소년과)는 지난 1월 뉴스더보이스와 인터뷰에서 "10년 이상 CINCA 환자들을 봐 왔는데, 이 아이들이 중간중간 증상이 나빠질 때가 있다. 아이들이 자라서 용량이 부족한 경우에는 증량하면 되지만, 증량해도 조절이 안되는 때가 오면 다른 약을 써봐야 하는데 지금은 옵션(보험)이 키너렛밖에 없기 때문에 그럴 수가 없다. 안타깝고 속상하다"고 했었다. 그리고 이미 증량해도 조절이 안되는 환자들이 발생한 것으로 전해진다. 일라리스가 아직 급여권에 진입하지 못해 치료 옵션을 눈 앞에 두고도 쓰지 못하고 속만 태우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노바티스 관계자는 "2015년 국내 (최초) 허가 이후 8년이 넘도록 환자와 가족분들이 너무 오랜 기다림으로 힘들어 하고 계시는 점을 회사도 충분히 알고 있다. 세 번째 급여 도전인 만큼 회사도 일라리스의 급여등재를 위해 가능한 모든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이런 측면에서 심사평가원에서 요구하는 사후 제출 근거자료들의 모든 조건들을 현실적으로 수행 가능한 수준으로 조정, 재평가를 요청하게 됐다. 기다리시는 환자와 환자가족분들을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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