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질환치료의 최대 화두, 결국은 '의약품 접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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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질환치료의 최대 화두, 결국은 '의약품 접근성' 
  • 문윤희 기자
  • 승인 2022.02.24 0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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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은석 교수 "어려운 진단과정 거치면 약이 없는 현실"
"필요한 약제 '빈다맥스', 허가 됐어도 급여는 먼 이야기"
"정부, 허가와 동시에 환자 치료 가능한 환경 만들어야"

국내 아밀로이드 치료 최고 권위자인 전은석 서울삼성병원 심장뇌혈관병원 교수(아밀로이드 센터장)가 '의약품 접근성 향상'을 위한 정부의 근본적인 정책 개선을 촉구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임상 현장에서 보면 환자들은 생명을 겨우 유지하면서 오랜 시간에 걸쳐 희귀질환 진단을 받는다. 그런데 진단 이후 약이 있어도 못쓰는 환경에 좌절한다"면서 "정부가 의약품 접근성 향상을 위한 근본적인 정책 개선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은석 교수는 23일 국회 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열린 '희귀질환 극복의 꿈, 실현을 위한 정책과 제도의 현실' 정책토론회에 연자로 참석해 '희귀질환 진단 및 치료 환경의 현실'에 대해 발표하며 이 같은 견해를 밝혔다. 

그는 희귀질환 중 아밀로이드를 본격적으로 연구하게 된 계기가 정부가 추진 중인 '희귀질환 종합관리계획' 시행에 따른 연구 지원에서 비롯됐음을 강조했다. 

전 교수는 "2016년 정부 지원으로 아밀로이드에 발을 들이게 됐다"면서 "아밀로이드증은 희귀질환 중에서도 극소수의 환자들이 발생되는 극희귀질환"이라고 소개했다. 

전 교수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질병관리청이 관리하는 희귀질환은 1078개다. 대부분의 희귀질환은 임상적 특성이나 유병율이 상세히 밝혀지지 않는 경우가 많아 진단이나 치료 경험이 많은 전문 의료진이 적고, 이에 따라 환자의 진단 역시 늦어지는 '진단방랑' 기간을 경험하게 된다. 이로 인해 환자 대부분은 진단 지연과 치료 지연으로 나쁜 예후를 보이고 있으며 사망에 이르는 경우가 높다.  

전 교수는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희귀질환에 대한 인식 개선이 필요하고 전문의료진의 양성과 희귀질환 전문진료기관에 대한 정부의 지원과 관심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최근에는 희귀질환 영역에서도 치료제 개발이 많이 되고 있어 환자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지만 극소수의 환자에 사용이 가능한 희귀질환 치료제는 아예 도입이 안되는 현실"이라면서 "국내에서 허가를 받았어도 건강보험 급여 과정까지 수년간 걸리는 현실에 환자들은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치는 현실에 처하게 된다"며 목소리르 높였다. 

전은석 교수는 이날 아밀로이드증에 대한 소개와 함께 현재 국내 도입된 치료제 접근성을 역설하기도 했다. 

그는 "아밀로이드는 심장, 말초신경, 신장 등 신체 여러 장기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쳐 결국 사망에 이르게 하는 심각한 진행성의 희귀질환으로 심장 침범이 있으면 생존율이 현저히 낮아진다"면서 "진단 후 치료는 가능한 빨리 시행되야 함에도 AL아밀로이드증은 약물 보험인정 조건 때문에 적절한 약제 사용까지 기간이 지연돼 환자가 사망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트렌스타이렙틴에 의한 유전성 또는 노인성 아밀로이드증의 치료제인 에서 빈다맥스(Tafamidis)는 말초신경에 영향을 미치는 ATTR-PN, 심장에 영향을 미치는 ATTR-CM두 질환에서 약효가 인정돼 미국과 유럽에서는 사용되고 있다"면서 "다만 우리나라에서는 ATTR-PN 치료제인 빈다켈이 급여가 적용돼 여전히 제한적으로 치료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빈다맥스는 아밀로이드 환자 80%가 점유하고 있는 심장 영역에, 빈다겔은 신경계에 사용이 가능한 상태다. 

전 교수는 "빈다겔이 허가가 돼 환자들에게 투여되는 것은 환영할 일이지만, 환자의 80%가 심장 침윤이 있다"면서 "심장은 치료 예후에 직접적인 연관이 높고 환자 사망과 직결돼 있어 약제 투여가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용할 수 있는 빈다겔 역시 허가가 20ml로 돼 있으나 환자 사용시 80ml도즈로 올리면 효과가 높다"면서 "허가는 났지만 워낙 고가인 탓에 아직 심장 아밀로이드 환자에게서는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현재 치료사용되는 약제 중 벨케이드의 경우 다발성 골수종에 준해서 치료해야 하고, 다발성 골수종에 의한 치료는 순차적으로 효과가 나오는 순으로 치료해야 해서 심장을 치료해야 하는 환자들은 약제를 기다리다가 사망하고 있다"면서 "실제로 가장 많이 쓰이는 벨케이드는 아밀로이드 증에서는 치료를 하고 나서 효과가 없으면 쓰라고 돼 있지만 환자는 그걸 기다릴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만 화이자(빈다맥스)에서 아주 복잡한 과정을 거쳐 국내 환자 50명을 선발해 약제를 공급하고 있다"면서 "희귀질환일수록 빠른 허가와 급여를 통해 적극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 교수는 또 "아밀로이드와 같이 대부분의 희귀질환은 유전성으로 진단 받은 환자의 가계도를 조사해 조기 진단검사를 시행하면 조기치료를 통해 사망율을 낮출 수 있다"면서 "결국 희귀질환치료에는 조기진단과 다학제협진, 적합한 치료제를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이는 환자입장에서도 가장 중요한 성과를 거둘 수 있는 환경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아밀로이드증은 환자가 정확한 진단받기까지 평균 3명의 의사를 거치며, 진단까지 소요되는 시간은 6개월 이상이다. 처음 진료에서의 오진율은 44%, 심장전문의의 정확한 진단율은 18%에 그치고 있다.

아밀로이드증의 발현은 유전성과 노인성으로 분류되는데 노인성의 경우 환자 비율이 점차 높아지고 있어 초고령사회 진입을 목전에 둔 한국의 경우 환자 비율은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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