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창백신 유효기간 연장해도 턱없이 부족...인구대비 25%로 급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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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창백신 유효기간 연장해도 턱없이 부족...인구대비 25%로 급감
  • 최은택 기자
  • 승인 2023.10.23 0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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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감한 HK이노엔 '발동동'...여야 의원들 관심·국회예산 심의 예의 주시
재정당국, 제조시설 가동 지원할 최소물량 예산도 수용안해
3세대 두창백신에도 찬물 끼얹을까 우려

[기획분석] 생물테러 대응 관련 예산 논란(2)

재정당국이 생물테러 대응 관련 예산을 대폭 삭감해 안일한 안보의식으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는 국회의 우려와 주장은 두창백신 비축물량 추이를 살펴보면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다. 

무엇보다 질병관리청이 당초 신청한 예산도 두창백신 제조시설을 가동할 수 있도록 하는 '최소한의 물량'을 확보하는 수준에 불과한데도 재정당국이 이 금액조차 내년도 예산에 반영하지 않은 건 '안보불감증' 논란을 불러 일으킬만한 일로 보인다.

먼저 질병청이 더불어민주당 김영주 의원실에 제출한 '두창백신 비축현황' 자료를 보자. 현재 정부가 비축 중인 두창백신은 4001만명분이다. 질병청은 WHO 권고에 따라 국내 생물테러감염병 발생에 대비해 단계적으로 두창백신을 비축해 왔고, 우리 국민의 80%인 4000만명분 보유를 목표로 하고 있다. 여기서 '80%'는 WHO가 권고한 비율이며, 비축량만 놓고보면 이미 목표치에 도달했다.

WHO 인구대비 80% 비축 권고...유효기간 잔존 물량 25% 수준

문제는 비축물량 상당수가 이미 유효기간이 경과했다는 데 있다. 두창백신의 유효기간은 제조일로부터 5년. 그런데 올해 12월이면 현 비축물량 중 63.8%인 2380만명분(누적)의 유효기간이 만료된다. 유효기간이 남아 실제 쓸 수 있는 잔여 수량이 1621만명분에 불과한 것이다. 이 조차 내년 연말에는 1296만명분으로 325만명분의 유효기간이 추가로 만료된다.

비축물자 유효기간은 그대로 '매몰비용' 증가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정부는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고육책으로 약사법을 개정해 2018년 이후 공급된 비축물량부터는 유효기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질병청도 국회에 제출한 서면답변에서 비축물량 중 일부는 유효기간 연장을 추진 중이라고 했다. 

하지만 유효기간 연장을 위한 안전성 등의 시험 자체도 깐깐하지만, 유효기간 연장도 이미 기간이 경과된 물량에는 적용할 수 없다. 

다시 말해 내년에 곧바로 시험을 통해 유효기간 이내 수량의 유효기간을 연장한다고 해도 추가 비축분이 없으면 쓸 수 있는 물량은 1296만명분, 우리 국민 수에 대비하면 약 25% 수준에 불과하다. 실제 두창 바이러스균에 의한 생물테러가 발생하게 될 경우 국민 4명 중 1명만 백신을 맞을 수 있는 것이다. 

내년도 예산안에 두창백신 구입비용이 한 푼도 반영되지 않으면서 국내 유일 제조사인 HK이노엔에게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이 회사가 두창백신을 개발해 정부에 납품한 건 2003년부터다. 첫해 125만 도즈를 시작으로 2023년까지 21년간 3933만 도즈를 공급했다. 

5년간 평균 265만 도즈 비축...제조소 가동위한 최소물량 해당

최근 5년간 평균 공급물량은 265만 도즈였다. 이는 HK이노엔이 두창백신 제조라인을 가동할 수 있는 최소한의 물량이며, 질병청도 이 수준에서 내년도 예산 편성(약 57억원)을 요청했는데, 재정당국은 이조차 받아주지 않고 전액 삭감했다. 

잘 알려진 것처럼 생물테러 비축물자는 다른 제품들과는 달리 정부가 유일한 소비처다. 그래서 정부가 예산을 통해 구매량을 정하지 않으면 생산할 수 없다. 생산시설 가동이 중단될 경우 관련 전문인력 고용도 불확실해 질 수 있다.

실제 HK이노엔 측은 "정부가 구매예산을 편성하지 않으면 현실적으로 제조소를 가동할 수 없다. 당연히 제조소 인력 고용도 불안정해 질 수 있는데, 해당 인력은 세포배양 등의 업무를 하는 전문인력이라는 점에서 우려가 적지 않다"고 귀띔했다.

질병청 관계자도 "HK이노엔에서 생산시설을 유지하려면 들어가는 비용이 있는데, 그 비용을 충당하려면 매년 200만명분 정도는 최소 정부에서 구매를 해줘야 한다"며, 현 상황을 안타까워 했다.

김영주 의원 지적처럼 제조시설이 장기간 가동 중단됐다가 재가동하려면 신축에 준하는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다는 점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문제는 이게 끝이 아니다. HK이노엔은 현재 정부 R&D 지원으로 3세대 두창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올해 전임상을 완료하고, 내년에 1상임상을 준비 중이다. 최종적으로는 2028년까지 개발을 마치고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획득하는 게 질병청과 HK이노엔의 목표다.

3세대 백신 개발 원활치 않을 경우 비싼 외국 제품 들여와야

정부가 유효기간이 잔존하는 물량이 급감하는 상황에서도 최근 5년간 평균 256만도즈 수준에서 추가 비축물량을 유지한 건 3세대 두창백신 개발과 무관하지 않다. 3세대 백신 개발이 완료되면 현 2세대 백신을 모두 3세대 백신으로 대체해야 하기 때문에 제조시설을 유지할 수 있는 최소한의 범위로 비축량을 조절해 온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예산을 편성하지 않아 계속적으로 비축하겠다는 시그널을 주지 않으면 3세대 백신 개발에도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말그대로 생물테러 대응 대세에 큰 공백이 생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 이종성 의원은 1일차 질병청 국정감사 서면질의에서 "2024년도 예산 삭감으로 인해 3세대 두창백신 개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질의하기도 했다. 

질병관리청 1일차 국정감사 국민의힘 이종성 의원 서면질의 내용 중 일부
질병관리청 1일차 국정감사 국민의힘 이종성 의원 서면질의 내용 중 일부

물론 이미 개발된 외국의 3세대 백신을 구입해 국내 생산을 대체할 수도 있다. 하지만 김영주 의원이 보도자료에서 언급한 것처럼 해외백신은 단가가 2배 이상 더 비싸서 국내 개발이 순조롭지 않을 경우 장래에 더 많은 비용을 써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에 대해 김영주 의원은 "(재정당국의) 안일한 안보 의식으로 국민 생명 안전이 위협받고 있을 뿐 아니라, 결과적으로 정부예산도 낭비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두창백신 구입예산 전액 삭감과 빨간불이 켜진 對생물테러 대비태세, 강기윤·김영주·남인순·이종성 등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의 우려와 예산확보 요구에 재정당국이 적극적으로 귀를 기울여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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