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복지위 국정감사에 끼어든 뜬금없는 안보위협 논란...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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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복지위 국정감사에 끼어든 뜬금없는 안보위협 논란...왜?
  • 최은택 기자
  • 승인 2023.10.23 0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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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의원들, 적색등 켜진 두창 백신 비축 물량에 주목
주무부처인 질병청은 예산 확보위해 '땀 뻘뻘'
재정당국 생물테러 가능성 우려 '나 몰라라?'

[기획분석] 생물테러 대응 관련 예산 논란(1)

올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뜬금없이 안보위협 우려가 이슈 중 하나로 제기되고 있다. 논란의 키워드는 '생물테러'와 '두창백신'인데,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내년도 '생물테러 대응 관련 예산안'이 단초가 됐다. 정부가 편성안 해당 예산안은 50억2300만원으로 올해 대비 41.9% 수준으로 급감했다. 

줄어든 69억5천만원은 거의 대부분 생물테러에 대비해 비축해온 두창백신 구입비용이며, 정부는 내년 예산안에 이 비용을 단 한푼도 반영하지 않았다. 보건복지위 소속 여야 의원들은 이 사안의 위중함을 '매의 눈'으로 응시하고, 예산 재편성을 한 목소리로 요구하고 있다.  

여당 의원이 활시위 당기고 야당 의원이 정밀타격 나서
이종성 의원 "생물테러 대비대세에 공백 위험성 커"
김영주 의원 "비용 아닌 국가안보 관점에서 결정해야"

활시위는 국민의힘 이종성 의원이 먼저 당겼다. 이 의원은 질병관리청 국정감사 직전인 지난달 25일 보도자료를 통해 "생물테러 감염병 대응 예산이 10년간 지속적으로 감소했다"면서, 생물테러 대비 및 국가안보 대비테세에 큰 공백이 생길 위험성이 제기되고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특히 생물테러 감염병 중 하나인 두창 바이러스균의 위험성에 대해 "바이러스균 10g으로 서울 인구의 절반인 500만명을 10일 이내에 감염시킬 수 있어, 생물 병기의 파괴력이 핵무기만큼 강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별도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국가안보에 중요한 생물테러 대비 의약품의 종류 및 비축 수량 확보 및 관리를 위해 질병관리청이 필수적인 예산을 확보하고, 비축을 위한 자원배분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영주 의원은 매우 구체적이고 디테일하게 두창백신 구입예산 전액 삭감과 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진단하면서 정부에 개선을 요구했다.

김 의원 보도자료를 정리하면 이렇다. 북한의 생화학무기 전력이 세계 3위로 추정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정부는 내년도 생물테러 대응 예산을 60% 대폭 삭감했다. 질병청은 117억원을 요청했지만, 기재부 50억원만 편성했다. 이는 두창백신과 개인보호장비 구입 예산을 '0원'으로, 전액 삭감한 결과였다. 

문제는 현재 보유 중인 4001만명분의 두창백신 비축물량 중 2380만명분(63%)이 올해 연말까지 유효기간이 만료돼 유효기간 내 수량이 1621만명분 밖에 남지 않는다는 데 있다. 내년에는 325만명분이 추가로 만료돼 유효기간 내 물량은 1296만명분으로 줄어든다. 이는 WHO가 권고한 인구대비 80%(한국의 경우 약 4천만명분)의 31%에 불과한 수준이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국내 유일 두창백신 생산가능 업체는 HK이노엔. 만약 예산 확보가 안돼 정부가 두창백신을 구매하지 않을 경우 내년 생산라인 가동 중단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제조시설이 장기간 가동 중단됐다가 재가동하려면 신축에 준하는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고, 생백신 제조 전문인력 재확보에 상당한 어려움이 뒤따를 수 있다. 김 의원은 "북한은 생물 무기를 군사적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고, 국방백서에서도 북한이 생물 무기 배양·생산능력을 갖췄다고 평가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생물테러는 극소량으로도 심각한 재난을 초래할 수 있고, 발생 시 확산하는 특성을 지니고 있어 초기 대응이 중요하다. 백신과 치료제 등 필수비축물자는 단순히 비용 차원이 아닌 국가 안보·국민 안전의 관점에서 결정해야 할 문제"라면서, 생물테러 대응 예산을 예년 수준으로 정상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서면질의에선 강기윤·남인순 의원도 합세해 우려표명

여야 의원들의 목소리는 질병청 국감 대면질의 이후 서면질의로 이어졌다. 이번에는 국민의힘 강기윤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까지 가세해 목소리를 보탰다. 구체적으로 ▲강 의원은 '생물테러 감염병 8종에 대한 백신·치료제 비축 여부, 두창백신 구매예산 미반영으로 인한 생물테러 대응 문제점 및 생물테러 적극적 대응 필요성'에 대해 ▲남 의원은 '국제정세 불안으로 인한 생물테러 발생 가능성과 2024년도 두창백신 예산 미반영에 대한 견해와 대책에 대해 각각 질의했다.

이종성 의원도 '비축 의약품의 성질 변형, 관리 부주의, 유효기간 경과 등으로 실제 사용이 불가능한 상황에 대한 비축 물량 관리 방안과 대책, 생물테러 병원체 8종에 대한 백신 개발현황 및 계획, 2024년도 예산 삭감으로 인해 3세대 두창백신 개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물었다.

질병청 담당 공무원들 의원실 문 두드리며 동분서주

이에 대해 질병청은 "필요한 두창백신 비축량이 확보돼 국민건강을 보호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재원확보 노력을 기울이겠으며, 국회 예산 논의과정에 적극 참여하겠다"고 서면으로 답했다. 실제 질병청 담당자들은 문제제기에 나선 의원들을 포함해 생물테러대응 관련 예산안에 관심있는 의원실을 찾아 상황을 설명하면서 예산확보를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질병청 관계자는 뉴스더보이스와 통화에서 "국가 안보와 관련된 예산이고, 해당 백신을 생산하는 시설의 유지를 위해서 최소한의 물량을 확보하려는 예산이다. 국회 심의 과정에서 반영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내년도 예산안을 놓고 벌어지는 보이지 않는 예산확보 전쟁은 국정감사가 끝나고 다음달 본격 시작된다. 보건복지위 소속 의원들의 관심과 우려가 큰 만큼 보건복지위 예산심의에서는 두창백신 구입예산안 등은 적어도 예년수준으로 회복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관건은 재정당국인 기재부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수용여부다. 

'테러 수단의 다양화, 국제 안보 정세 불안 등 생물테러 위협이 지속 증가함에 따라 철저히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주무당국인 질병청의 상황인식이 예산확보로 이어지지 않을 경우 김영주 의원의 지적처럼 "정부가 안일한 안보의식으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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