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킨사, SLL·CLL 넘어 MCL까지 계열 내 가장 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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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킨사, SLL·CLL 넘어 MCL까지 계열 내 가장 우수"
  • 문윤희 기자
  • 승인 2023.10.11 0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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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판 오펫 교수 "브루킨사, 약리학적 특성으로 안전성에 압도적"
"이브로티닙과 심방세동에서 큰 격차보여"
"재발성 MCL, 브루킨사 이브로티닙 이후 미충족 수요 여전"
유전적 특성 고려한 환자별 접근법 연구 진행 중
스테판 사무엘 오펫(Stephen Samuel Opat) 모나쉬 메디컬 센터 혈액내과 교수
스테판 사무엘 오펫(Stephen Samuel Opat) 모나쉬 메디컬 센터 혈액내과 교수

"브루킨사, CLL/SLL에서 MCL까지 미충족 수요 높은 B세포림프종 치료의 패러다임 전환하는 표적치료제로 활약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스테판 오펫 교수 

2세대 BTK억제제가 B세포 악성종양 치료의 새로운 옵션으로 부각되면서 그 대표주자인 베이진의 브루킨사(성분 자누브루티닙)에 대한 기대감 역시 높아지고 있다.

브루킨사는 현재 전 세계적으로 광범위한 임상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다양한 B세포 악성종양 치료를 위해 단독요법 및 다른 치료법과의 병용요법으로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브루킨사의 임상적 근거를 마련한 초기 연구부터 글로벌 임상인 SEQUOIA를 진행한 스테판 사무엘 오펫(Stephen Samuel Opat) 모나쉬 메디컬 센터 혈액내과 교수와의 인터뷰를 뉴스더보이스가 진행했다.

오펫 교수는 브루킨사가 후보 물질 개발 초기부터 안전성과 유효성에서 이브루티닙 보다 우수하다는 약리학적 특성을 발견하고 주요 적응증인 만성 림프구성 백혈병(Chronic Lymphocytic Leukemia, CLL), 발덴스트롬 마크로글로불린혈증(Waldenstrom Macroglobulinemia, WM), 외투세포 림프종(Mantle Cell Lymphoma, MCL) 등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으며 현재는 다수의 B세포 악성종양 치료를 위해 단독요법 및 다른 치료법과의 병용요법을 연구하고 있다.

호주 CLL 연구회(CLL Scientific Working Party) 공동의장이자 창립자이기도 한 오펫 교수는 2세대 BTK억제제 복용에 따른 다양한 접근법을 활용한 최선의 약물 치료 요법과 환자의 유전자별 특성을 고려한 치료법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다음은 오펫 교수와의 일문일답.

-브루킨사의 개발 초기부터 임상시험에 참여했다. 임상시험을 진행하면서 관찰된 브루킨사의 안전성 프로파일에 대한 경험을 공유해 달라.

2013년에 베이진 임원들이 센터에 방문해 신약을 개발하는 임상연구에 참여해 달라는 제의를 했다. 베이진이 개발하고 있는 물질이 안전성과 유효성에서 이브루티닙보다 우수하다고 설명하면서 임상연구 참여 의사를 타진해 왔다. 2014년 8월부터 멜버른의 모나쉬 메디컬 센터를 포함해 4개의 기관에서 임상시험을 진행하게 됐다.

임상시험에서 직접 관리했던 환자 중 자누브루티닙을 투여 받았던 첫 환자는 발덴스트롬 마크로글로불린혈증(Waldenstrom Macroglobulinemia, WM) 환자였다. 이 환자는 표준 용량으로 설정된 320mg 중 40mg 정도만 투여했을 때부터 이미 긍정적인 변화를 보이기 시작했다. 이후에 나머지 과정을 마치고 확장 코호트 연구, 2상, 만성 림프구성 백혈병(Chronic Lymphocytic Leukemia, CLL)에 대한 3상 연구에도 참여하게 됐다.

초기 단계부터 개발에 참여하고 연구를 진행하면서 자누브루티닙이 가지고 있는 약리학적인 특성에 대해서 많이 알게 됐다. 기본적으로 생체이용률이 이브루티닙 투여군 대비 8배 더 높았고, 단백질 결합률이 더 낮아 혈중도달률이 더 높았다. 또한 IC50(암세포의 절반을 사멸시킬 수 있는 약물의 농도)값도 더 낮았으며, 내약성이 뛰어난 치료제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브루티닙 투여군 대비 발진이나 관절통이 발생하는 비율도 낮았다.

나아가 대규모 연구를 통해 이브루티닙 투여군에서 종종 관찰되는 심방세동, 심장 관련 이상 사례 역시 자누브루티닙 투여군에서 덜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현재 50명의 환자가 장기 확장 연구에 참여하고 있으며 연구가 끝난 후에도 연장된 연구에 환자들이 들어올 수 있도록 접근성을 유지하려 노력하고 있다. 이처럼 CLL, 외투세포 림프종(Mantle Cell Lymphoma, MCL), WM 등 임상연구에 지속적으로 관여할 수 있었던 것은 상당히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B세포 림프종 치료에서 2세대 BTK 억제제 이전에는 어떤 치료법들이 사용되었는가? 그리고 이 치료법들과 비교해 자누브루티닙이 나타낸 특장점은 무엇인가?

자누브루티닙이 등장하기 전까지 이브루티닙이 CLL과 재발성/불응성 MCL 치료에 사용되어 왔다. 이브루티닙이 개발되기 전에는 치료옵션이 항암화학요법 밖에 없었기 때문에 환자들이 부작용을 많이 겪고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다. 더불어 환자가 앞 차수 때 항암화학요법을 실패했다가 다시 항암화학요법으로 치료하게 되면 병이 조절되는 기간이 길어야 18개월에 불과했고, 이상 반응도 상당히 많은 상황이었다.

이후 이브루티닙이 등장하면서 특히 CLL 환자에서 치료 효과도 좋고 항암화학요법 대비 긴 치료 효과 유지기간을 보이면서 생물학적 특성이 좋지 않은 환자들도 치료 효과를 누릴 수 있었다. 그러나 MCL의 경우 이브루티닙으로 치료한 후에도 여전히 질병이 진행되는 문제가 남아있었다. 자누브루티닙과 이브루티닙 모두 재발성 MCL 치료에서 일정 기간 동안 질병을 컨트롤하지만, 기간이 지나면 저항성이 생겨 환자들이 평균적으로 18~24개월 이후에 질병이 진행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재발성 MCL에 있어서는 미충족 수요가 남아있는 상황이다.

자누브루티닙과 이브루티닙은 안전성 프로파일에 있어서 큰 차이가 있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이브루티닙에서 심방세동 발생률이 흔하게 나타나지만, 자누브루티닙에서는 거의 일반인에서 발생하는 비율과 유사할 정도로 낮게 보고되고 있다. ALPINE 연구에서는 자누브루티닙으로 인해 발생하는 고혈압의 비율이 매우 낮게 보고되고 있다. 자누브루티닙을 사용할 경우 피부 발진과 경련 발생률도 낮으며 소량의 출혈과 멍이 보고되고 있으나 이브루티닙 대비 발생률이 훨씬 낮다.

ALPINE 연구에서 CLL환자를 대상으로 관찰한 결과, 자누브루티닙은 이브루티닙 대비 우수한 안전성을 보였다. MCL환자 대상으로는 기존 치료제 대비 자누브루티닙의 유효성이 확연하게 우월하다고 보기 어렵지만 안전성에 있어서는 확실한 이점을 나타내고 있다.

CLL환자를 대상으로 한 효능은 자누브루티닙의 이브루티닙 대비 약동학적 차이에서 특징을 찾아볼 수 있다. 자누브루티닙의 생체이용률이 이브루티닙 대비 8배가량 더 높고, 단백질 결합률이 낮아 소위 단백질에 잡혀서 할 일을 못하는 약물의 양이 줄어 약물의 활용도가 높다.

혈중 및 조직 내에서의 BTK 억제효과를 놓고 봤을 때 혈중의 BTK와 결합해 억제하는 것이 더 쉽고 림프절이나 골수와 같은 조직 내에서 BTK 결합을 통해 억제를 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어렵다. 자누브루티닙이 생체이용률이 더 높고, 결합되지 않은 자유 분자(free molecule)가 훨씬 더 많아, 혈액 내 보다 더 BTK의 결합 및 억제가 어려운 림프절과 골수에서도 효과를 보인다.

두 가지 약제 모두 비가역적 BTK 억제제이지만, 임상결과를 놓고 봤을 때는 ALPINE 연구에서 확인된 바와 같이 자누브루티닙이 더 우수한 효과를 보인 것이 아닐까 싶다.

-CLL에서 앞으로 필요한 연구나 주목해야 할 연구는 무엇인가?

현재 CLL임상 현장에서 큰 과제 중 하나는 환자가 BTK 억제제를 복용하다가 질병이 진행되거나 부작용 때문에 약을 복용하지 못할 때까지 계속 치료제를 복용하는 접근법(Continuous therapy), 또는 일정 기간만 치료하고 중단하는 접근법(Time-limit 방식) 중 어떤 것이 환자에게 유익할 지를 검증하는 것이다.

만약 Time-limit 방식을 채택해 치료 중단을 했을 때, 지속치료(Continuous therapy) 못지않은 효과가 나타나거나 환자에게 더 적절하다는 결과가 나온다면 환자들이 더 여러 가지 장점을 누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치료제를 단기적으로 복용 후 중단하면 약제비가 덜 들고, 환자가 12개월 정도 치료 후 약을 중단한다면 약을 복용하지 않는 기간에 부작용도 덜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독일의 CLL 연구회(German CLL Study Group)가 진행한 CLL 14 연구에서 오비누투주맙과 세포독성항암제 또는 베네토클락스와의 병용요법을 비교했는데, 새로운 약제를 먼저 사용하면 치료제 내성 변이 발생률이 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환자들이 추후에 다시 해당 치료제를 복용해야 하더라도 내성이 없기 때문에 다시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런 맥락에서 다양한 병용요법들이 연구되고 있는데, BTK 억제제나 BCL-2 억제제(베네토클락스), 리툭시맙과 같은 CD20 항체로 다양한 조합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어 각각의 치료영역에서 어떻게 결과가 나올지 기다려봐야 할 것 같다. 이와함께 자누브루티닙과 BCL-2 억제제를 병용해 일정기간 투약 후 휴약하는 연구도 시작될 예정이다.

자누브루티닙은 내약성이 우수하고 이상 반응이 적기 때문에 다양한 병용요법을 고려해볼 수 있는 좋은 치료제다. BCL-2 억제제와도 병용요법을 시도해 이미 임상적 유용성을 입증한 결과들이 나오고 있어 1상 연구 개발 과정에 대한 검토가 시작된 상태다.

-최근 미국 국립종합암센터네트워크(National Comprehensive Cancer Network, NCCN)는 가이드라인을 업데이트하며 외투세포림프종 2차 치료에서 선호되는 치료법(preferred regimens)으로 2세대 BTK억제제 아칼라브루티닙과 자누브루티닙 단독요법, 레날리도마이드와 리툭시맙 병용요법을 권고했다.

NCCN 가이드라인은 북미 지역에서 많이 참고하는 것 같고, 호주에서는 참고하지는 않는다. 그래도 NCCN 가이드라인의 변화 자체가 자누브루티닙을 보다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사용할 것을 권고한다는 맥락인 것으로 알고 있다.

-호주에서는 어떤 가이드라인 또는 지침이 있는지 궁금하다. 만약 있다면 그것을 기준에 두는 이유도 설명 부탁드린다.

호주에서는 급여되는 용법에 대한 프로토콜이 상세하게 기술된 eviQ을 기준으로 삼는다. 정부가 운영하는 병원 대부분에서 eviQ에 기술된 치료법만 사용할 수 있다.

이 밖에 호주 림프종 연합(The Australian Lymphoma Alliance)에서도 주요 림프종의 진단 및 관리를 위한 실천문을 발표했는데, 소포림프종 및 변연부 림프종과 관련한 실천문도 곧 발표될 예정이다.

-NCCN 가이드라인에서 이브루티닙을 ‘선호되는 치료법’에서 ‘기타 권유되는 치료법'으로 변경했다. 이런 변경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이며 이후 의료현장에서 어떤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는가?

NCCN 가이드라인에서 이브루티닙이 ‘선호되는 치료법’에서 ‘기타 권장 요법’으로 변경된 것은 드물지만 돌연사한 사례를 포함해 심장과 관련한 안전성 위험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점에서 더 안전한 자누브루티닙과 아칼라브루티닙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브루티닙의 MCL과 MZL 적응증 FDA 가속 승인 자진 철회는 해당 적응증에 대한 임상 3상 확증 연구의 1차 결과가 완전 승인으로의 전환을 뒷받침하기에는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가에 따라 BTK억제제 중 이브루티닙만 사용이 가능하고 환자가 항암화학요법을 받을 수 없는 상태라면 이 경우에는 이브루티닙이 더 선호될 수 있다.

개인적으로 향후 몇 년 안에 BTK억제제 영역에서는 이브루티닙에서 더 안전한 약물로 대체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또한, 공유결합(covalent) BTK 억제제는 비공유결합(non-covalent) BTK 억제제 또는 표적 단백질 분해유도제(proteolysis-targeting chimeras, PROTAC)로 서서히 대체될 것으로 보인다.

-호주에서는 의료진들이 각 적응증에서 자누브루티닙과 이브루티닙 중 어떤 약제를 더 사용하는지 궁금하다.

자누브루티닙은 호주에서 연구 개발 프로그램이 상당히 많이 진행해 의료진이 특별한 애정을 가지고 있는 약제다. 상당히 많은 1상 연구와 이 외 다수 연구를 호주에서 진행했다. 결과적으로 CLL 1차 치료 및 WM에서 사용할 수 있는 약은 자누브루티닙이다.

재발한 MCL 치료에는 자누브루티닙과 이브루티닙, 아칼라브루티닙 세 가지 약제 중 선택할 수 있다. 이 중 이상 반응, 특히 심장 관련 이상 반응에 있어서 의료진들이 이브루티닙 대비 자누브루티닙이나 아칼라브루티닙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 고혈압에서 캡토프릴을 가장 먼저 사용하다가 더 이상 사용하지 않고 더 나은 ACE 억제제를 사용하는 것과 같은 상황이라고 보면 된다.

자누브루티닙과 아칼라브루티닙은 직접 비교 연구가 없지만 자누브루티닙과 이브루티닙은 현재까지 나온 연구 결과를 토대로 자누브루티닙이 더 우수한 내약성을 보이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현재 아칼라브루티닙 연구들이 진행되어 있기는 하지만 해당 연구들을 비교하고 평가하기는 어려운 상태다.

재발한 CLL 치료에서도 자누브루티닙과 이브루티닙, 아칼라브루티닙 세 가지 약제 모두 선택지로 나와있기는 하지만 ALPINE과 ASPEN 연구에서 보여줬던 결과들, 특히 안전성 관련한 결과 때문에 이브루티닙보다는 자누브루티닙 또는 아칼라브루티닙을 선택하고 있는 상황이다.

CLL 1차 치료에서 BTK 억제제를 선택하는 경우에도 자누브루티닙을 더 사용하는 편인데, 치료적 접근에 있어서 환자의 질병이 진행할 때까지 BTK 억제제로 계속 치료할 것인지, 혹은 일정 기간 만 베네토클락스 병용요법을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판단을 해야 한다.

사실 베네토클락스 기반의 일정 기간 병용요법을 할 때는 주기적으로 혈액 검사를 하면서 모니터링을 해야 하는 문제가 있는 반면, 자누브루티닙은 처방 후 후속 모니터링을 할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낮아서 편의성이 있다. 따라서 병원에 자주 오기 힘든 상황의 환자에게는 자누브루티닙 사용이 더 장점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에서는 MCL 치료에서 약제 선택에 자율성이 없고 자누브루티닙을 투여할 때 건강보험 급여를 적용 받지 못하고 있다는 허들이 있다.

치료 옵션이 여러 가지라는 것은 선택의 여지가 있다는 점에서 유익하지만, 암과 암 환자마다 생물학적인 특성에 따라 치료제에 대한 반응이 다르기 때문에, 한 가지 치료제를 환자들에게 천편일률적으로 적용하는 전략은 사실 적절하지 않다.

최근에는 MCL 뿐만 아니라 각 질환에 대해 점점 더 많은 연구가 이뤄질 수록, 질환 별로 더 적합한 치료제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 또는 질환의 아형별로 적절한 치료제가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예를 들어 TP53 변이가 있는 환자에게 항암화학요법을 진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자누브루티닙으로 계속 치료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

기본적으로 환자들이 가지고 있는 암의 유전적인 특성에 따라서 치료제의 반응 또는 효과의 발현률이 영향을 받기 때문이라고 이해해 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또 다른 예로 세포의 신호체계에 관여하는 CARD11 변이가 있는 경우에는 BTK 억제제가 좋은 효과를 내지 않을 수도 있다. CARD11 변이는 BTK의 하단에서 활성화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에는 베네토클락스가 더 나은 치료옵션이 될 수 있다.

실제 환자를 진료할 때도 치료제에 대한 반응을 예상하면서 변이 특성별로 더 적합한 치료제를 선택해 사용하는 환자 별 접근이 많이 시도되고 있다. 예를 들어 17p 결손 또는 TP53 변이가 있으면 일정 기간 치료 후 중단하면 다른 환자들보다 훨씬 더 빨리 재발한다. 그렇기 때문에 BTK 억제제로 치료를 끝까지 이어 가는 것이 더 적절하다. 하지만 만약 BTK 억제제만 선택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굳이 TP53 변이 여부를 확인할 필요도 없는데, BTK 억제제는 TP53 변이 유무와 관계없이 효과를 보여 바로 사용하면 되기 때문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치료순서’에 대한 전략도 필요하다. 요즘 평균수명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치료 기간 내내 사용할 수 있는 옵션에 대해 고려해야 하는 것이다. 다만, MCL은 CLL 등 다른 혈액암보다 미충족 수요가 많다. BTK 억제제를 쓰더라도 18개월~24개월 정도 질병이 조절되다가 또 다시 진행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질병의 진행 후 치료 전략이 필요하다. 현재는 적절한 치료 옵션이 없고 CAR-T나 이중특이적항체 요법이 고려되고 있다.

급여체계를 질문했는데, 호주의 급여제도도 한국과 전체적으로 유사하다. 호주의 경우TGA(Therapeutic Goods Administration)에서 치료제의 허가와 적응증 허가 여부를 결정하고, PBAC(Pharmaceutical Benefit Advisory Committee)에서 비용효과성 평가 등을 거쳐 약제의 급여 등재 여부를 결정한다. 따라서 약이 허가가 되어있더라도 정부의 비용효과성 평가를 통과하지 못하면 환자 본인 부담으로 치료제를 써야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비용을 분담하는 제도를 통해 업계의 지원을 받기도 한다.

다행히 모나쉬 메디컬 센터의 경우 한 번에 50~60개의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어 치료제 접근성이 제한된 경우라 하더라도 임상 연구 참여를 통해 치료가 가능한 경우도 있다. 일례로 직접 진료했던 CLL 환자는 17p 결손이 있어 자누브루티닙을 사용하면 좋겠다고 판단했으나 환자 본인이 호주 거주인이 아니라 급여로 쓰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즉, 호주도 급여를 통한 치료제 접근성 확보 과정을 거쳐야 하기는 하지만, 창의적인 방법으로 문제 해결을 시도하고 있다.

-호주 CLL 연구회(CLL Scientific Working Party) 공동의장이자 창립자로서 해당 기관을 설립한 목적과 기관의 역할에 대해 설명 부탁드린다.

CLL 연구회는 올해로 설립 50주년을 맞는 호주 백혈병ž림프종 그룹(Australasian Leukemia and Lymphoma Group)에 속해 있다. 뉴질랜드와 호주에서 협업 연구도 진행하며, 제약회사가 후원하는 연구 외에 연구자 주도 임상도 활발하다.

18개 정도의 많은 CLL 관련 임상시험에 참여하다 보니 CLL 연구회의 의장직을 맡게 됐는데, CLL에 있어서는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치료제를 다 사용해본 독특한 경력 또한 가지고 있다. 자누브루티닙, 이브루티닙, 아칼라브루티닙, 베네토클락스, 벤다무스틴 모두를 사용해봤기 때문에 각 치료제의 장단점과 어떤 환자가 어떤 치료에 더 잘 반응할지에 대해 알고 있는 점도 CLL 연구회 의장직을 맡게 된 이유 중 하나다.

현재 많은 회사들과 협업해 새롭고 흥미로운 연구들, 특히 미충족 수요가 많은 부분에서 연구들을 추진하고 있다. 예를 들어 CLL 환자들이 자누브루티닙 복용 후 질병이 진행된 경우의 치료 또는 CLL이 천천히 진행되는 특성을 가지고 있는데도 갑자기 공격적으로 변하는 경우에 어떤 치료전략이 적합할지 등을 살펴보고 있다. 그리고 모든 환자가 치료제에 똑같이 반응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약이 잘 듣지 않는 생물학적 특성을 가진 암환자들을 어떻게 치료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 다양한 제안(proposal)들을 검토하고 있다. 단클론항체, BCL-2억제제, BTK억제제 등 표준치료제를 전부 사용했는데도 병이 진행되는 환자들의 경우 CAR-T 또는 이중특이적항체를 고려해볼 수 있다.

사실 다행히도 현재 많은 환자들이 표준치료제들에 잘 반응하고 기대여명이 어느 정도 개선돼 추가적인 미충족 수요와 관련한 연구에 해당되는 환자 수가 상당히 적다. MCL의 경우에도 BTK 억제제로 치료하다가 18~24개월 정도 후 재발해 질병이 진행하면 대부분 사망하므로 BTK가 매우 우수한 치료제이지만 완치제는 아니라는 점을 고려해 이후 어떤 치료가 적합할 지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한국 의료진에게 브루킨사에 대한 조언을 하신다면?

환자들을 치료하며 모든 BTK 억제제들을 사용해 봤지만, 그 중에서 자누브루티닙은 내약성이 제일 우수한 약물로 판단된다. 자누브루티닙 개발 당시 코드명이 ‘BGB-3111’이었는데, 3,111개의 물질을 테스트 후 그 중에서 개발된 물질이라는 뜻이었다. 즉 상당히 합리적인 약품 설계 과정을 거쳐서 선택된 물질이다. 또한 공유결합을 통해 BTK에 결합하는 BTK 억제제들 중에서 안전성 프로파일이 가장 우수하고 CLL에 있어서는 확연한 효능도 입증하다. 아칼라브루티닙과는 직접 비교가 이뤄지지 않았지만 더 좋은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

한국의 의료진도 자누브루티닙을 사용해보면 내약성이 얼마나 좋은 약인지 직접 체감할 수 있을 것이다. 여러 가지 이상 반응 문제로 힘들어하지 않고 만족스럽게 치료할 수 있는 약제라고 생각한다.

결과적으로 자누브루티닙은 환자들에게 좋은 치료 옵션이고, 질병이 진행할 때까지 약물을 복용한다는 치료전략에서 상당히 좋은 약제다. 좀 더 젊은 연령대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병용 요법 연구를 통해 time-limit 치료 전략의 유효성이 충분히 입증된다면, 환자들이 최대한 약제로 인한 부담을 덜고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자누브루티닙은 그런 맥락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계열 내 최고(best-in-class) 약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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