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평면제’ 유지 필요성 두고 각계 확연한 시각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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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평면제’ 유지 필요성 두고 각계 확연한 시각차
  • 문윤희 기자
  • 승인 2023.08.23 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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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 신약 등재 어려워 ‘경평면제’ 활용…재정 부담 높지 않아
환연, 사후 경제성 평가 통해 접근성 높여야
의료계, ‘경평면제’ 신약 접근성 미진…도입 속도 높이는 전략 필요

신약의 신속한 도입을 위해 정부가 마련한 의약품 경제성평가 자료제출 생략제도(이하 경평면제)가 의료계와 제약업계에는 ‘필요악’이 된 상황이라는 입장이 나왔다. 다만 제도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합리적인 재평가 구조를 만들어 신약의 신속 도입이라는 취지를 살려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환자단체 역시 신약의 신속한 도입이라는 제도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사후에 조정 가능한 평가계획서를 받아 약제의 불확실성을 줄이면서 신약 도입의 확대라는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의료계에서는 경평면제가 있음에도 핵심 약제가 들어오기 힘든 구조를 우선적으로 개선해 혁신적 신약의 도입을 장려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경평면제가 약제의 비용-효과성에 초점을 맞춘 선별등재제도의 취지와 맞지 않아 폐지해야 한다는 배은영 교수의 의견에 제도 폐지 보다는 수정·보완을 통해 이어가자는 것이 관련업계 의견이었다. 복지부는 제도의 문제를 살피는 연구 결과가 나오면 의견을 수렴해 제도를 개선해 나간다는 입장을 밝혔다. 

22일 국회입법조사처 대회의실에서 열린 ‘의약품 경제성평가 자료제출 생략제도 개선방안 토론회’에서 김보라미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 본부장은 “현재 임상적 우월성을 입증한 신약이 등재되기 위해서는 경제성평가 제출과 경평생략제도를 통해서만 가능하다”면서 “지금은 선택지가 이렇게 밖에 없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제약업계에서는 약가수준이나 사후관리를 고려할 때 경제성평가로 신청하고 싶지만 현재와 같은 ICER 수준이나 비교약제 가격 수준, 과도한 경평 보완으로는 등재가 어려워 경평면제로 가야 하는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김 본부장은 “이런 진퇴양난 속에서 경평면제가 하나의 특혜로 인식되는 것은 초고가 원샷치료제 때문일 것”이라며 “그러나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의결한 재정영향은 약 280억원 정도로 국내에서 개발된 위궤양치료제 신약과 맞먹는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글로벌의약산업협회가 발표를 준비 중인 연구결과에 따르면 2015년부터 경평면제 신약을 위해 지출되는 비용은 전체 약품비 중 0.3% 내외에 불과하다”면서 “신약에 투입되는 재정으로 한정해서 봐도 약 5% 정도가 경평생략 약제의 보험급여를 위해 사용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전체 약제비 지출로 봤을 때 현 정부에서 강조하고 있는 중증 희귀난치 질환에 대한 지출은 극히 적음을 알 수 있다”면서 “경평생략 제도는 환자 입장에서 빠르게, 건강보험 재정측면에서는 총액예산 하에서 관리가 가능하도록 만들어진 제도로 제약업계에서는 등재에 있어 예측성을 높여준 제도가. 제조 취지에 맞게 잘 운영하는 것이 더 편익이 크다”고 강조했다.

이동근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사무국장은 “경평면제 제도 시행 시 지나치게 많은 약제가 등재돼 전체 약가를 증가시킬 것이라 우려가 있었다”면서 “현재 우리나라의 신약가격이 엄청나게 상승했다는 건 모두가 인정하고 있다”고 짚었다.

이 사무국장은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에서 나왔던 평가기준으로 경평면제로 등재된 약제의 임상적 가치가 있냐를 살펴보면 20개 약제중 가치가 있는 것은 단 2건에 불과했다”면서 “경평면제를 통한 급여 등재시 학회의 의견만으로 전문가 자문평가 이후 등재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경평면제 제도는 환자들이 꼭 필요로 하는 약제의 접근성을 강화한다는 본래 목적보다, 경제성평가를 편하게 생략시켜주는 제약사 편의적인 제도로 변질됐다"면서 ”치료이익도 못 얻고 신약가격 높이는 명분 잃은 제도“라고 비판했다.

다만 이 사무국자은 “다양한 경제성평가 자료를 만드는 방식으로 운영돼야 제도 취지를 살릴 수 있을 것”이라며 제도 폐지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을 밝혔다.

문영철 이대목동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경평면제가 있어도 신약이 잘 들어오고 있다는 느낌을 받지 못한다. 신속적 접근이라는 측면에서는 우려가 있다”면서 “경평면제가 있어 많은 약제들이 이 제도로 (급여)진입을 하려 하지만 들어오지 못하거나 실패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 교수는 무엇보다 신약 도입에 장애로 ‘대체약제’ 선정 기준을 들었다. 그는 “예전에 쓰던 스테로이드 약제를 대체약제로 보는 현재 시스템도 문제”라면서 “어쩔 수 없는 쓰는 약제를 대체약으로 보는 경우도 있어 경평면제 조건이 오히려 까다롭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어떤 질환은 질병코드가 없어 환자 수를 모르는 질환도 있다”면서 “제약사 입장에서는 어떤 방법을 해서도 약제가 들어오기 힘드니까 일부 약제는 경평면제를 목적으로 허가를 받는 현상도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짚었다.

그는 “환자의 삶의 개선과 치료향상이라는 목적에 맞게 제도가 시행되려면 경평면제로 들어오는 약제는 평가계획을 제출해 짧은 시간 내 재평가를 확립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을 밝혔다.

김진아 한국희귀난치질환연합회 사무국장은 “환자의 치료 받은 권리에 앞서 비용효과성을 논의하는 것이 안타깝다”고 언급한 뒤 “이전에 진행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5%가 혁신 신약의 건보 급여에 동의하고 87%가 암이나 희귀질환의 신속한 등재에 찬성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소개했다.

김 사무국장은 “이는 중증희귀질환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빠른 속도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경제성평가의 쟁점은 ICER 임계값의 정의인데, 제도 초기 적용된 GDP값이 현재까지 적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사무국장은 “경평면제가 중증희귀질환 신약 접근성 개선에 기여한 것은 부정하기 힘들다”면서 “어려움을 호소하는 환자들을 생각할 때 개선점을 모색해야 한다. 현재 소아에 한정된 제도를 넓히고 평가를 철저히 해서 환자의 치료 접근성을 넓히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경평면제 사후관리제도를 철저히 해 현재 불거지고 있는 효과의 불확실성을 줄이고 이후 합의를 통해 조정하는 단계를 거쳐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안 대표는 “경평면제 제도를 사후라도 경제성 평가를 해서 효과의 불확실성을 줄이고 근거 축적시 평가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할 것”이라면서 “제약사의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해서라도 사후 경제성 평가를 위해 관련 사전 계획서를 받아서 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불확실성을 해소할 수 있는 자료가 축적되면 이후 평가를 할 수 있도록 합의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제도가 개선되면 환자 접근성과 신약 도입은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창현 보건복지부 약제과장은 “현재 관련된 연구를 진행 중이며 연구가 마무리 되는 대로 주션던 의견을 모아 제도를 개선할 것”이라면서 “혁신신약에 대해서는 ICER 값을 높이는 방안도 고려하는 등 제도 수용성을 높이고 환자 접근성을 향상시키는 방안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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