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은영 교수, "경평면제, 제도 유지 필요성 명분 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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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은영 교수, "경평면제, 제도 유지 필요성 명분 낮아"
  • 문윤희 기자
  • 승인 2023.08.22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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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희귀질환 대상은 유지 필요…'경평면제 평가계획서 제출' 제시
"경평면제 적용 후 별도 평가 기준 마련해야"
배은영 경상국립대학교 약학대학 교수
배은영 경상국립대학교 약학대학 교수

신약의 접근성 향상을 위해 보건당국이 마련한 경제성평가 자료제출 생략제도에 대해 극희귀질환을 대상으로 운영하거나 사후 평가를 위한 '계획서' 제출 등의 관리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경평면제의 운영 실효성이 낮지만 혁신성을 입증하거나 환자수가 극히 적은 질환의 경우에만 포함시켜야 한다는 제안이다.

또 경평면제를 유지하려면 등재 후 비용-효과성을 입증할 수 있는 '사후계획서'를 제출해 약제 근거의 불확실성을 해소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배은영 경상국립대학교 약학대학 교수는 22일 국회입법조사처 대회의실에서 개최된 '의약품 경제성평가 자료제출 생략제도 개선방안 토론회'에서 "경평면제는 신약의 접근성을 향상시킨다는 취지는 있지만 비용효과성을 입증해야 하는 (선별등재)제도를 뒷받침하는 명분으로 약하다"면서 "제도로 유지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경평면제를 이어가야 한다면 극초희귀질환의 경우나 상당하다고 판단되는 혁신성을 입증한 약제의 경우를 대상에 포함시킬 필요는 있다"면서 "자료를 보면 경평면제 대상에 우월성을 입증하지 못한 약제도 들어가 있는데 이런 약제를 넣을 이유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날 배은영 교수는 지난해 건강보험공단 의뢰로 진행된 '위험분담제도의 성과평가 및 발전방향 연구'를 요약한 '경제성평가 자료제출 생략 제도의 현황과 과제를 추려 이 같이 제시했다.

배 교수는 2007년 도입된 선별등재제도 도입 취지가 치료적, 경제적 가치가 인정되는 '비용 효과성'에 맞춰져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어 급여결정 과정에서 비용-효과뿐 아니라 질병의 중증도, 희귀질환 여부도 제도 내에서 주요 요소로 검토되고 있는 현황을 소개했다.

또 신약 접근성 개선을 목표로 비용-효과성 평가 대신 8개국에서의 등재상황과 등재가격 검토를 통해 목표를 이뤄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배 교수에 따르면 현재까지 경평면제로 급여 시장에 진입한 약제는 총 21건에 달한다. 그 중 4건은 대체 가능한 치료법이 없는 경우, 17건은 치료적 위치가 동등한 치료법이 없고, 생명을 위협할 정도의 심각한 질환에 사용되는 경우였다.

반대로 근거 불확실성에 대한 판단을 받아 급여 시장에 진입하지 못한 건수는 15건에 이른다. 이중 12건은 대조군 없이 신청약제 단일군 임상시험자료료 식약처의 허가를 받았고, 1건은 3상 조건부 없이 식약처 허가를 받은 경우가 있었다. 또 환자수가 소수로 근거 생산이 어렵다는 이유로 2건이 급여 진입 전에 머물러 있다.

국내에서는 경평면제 대표적 약제로 킴리아와 졸겐스마가 급여 시장에 진입한 바 있다.

이날 배 교수는 경평면제 약제의 해외 사례를 소개하면서 영국, 호주, 캐나다 등이 경제성평가를 통해 약제 도입을 시행 중이라면서 약제의 직접 비교 대안이 없는 경우 간접비교 결과를 근거로 평가하고, 학회의 의견을 인용해 '문헌적 근거'를 중심으로 평가되고 있음을 강조했다.

영국과 호주는 비용효과성을 평가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경우 별도의 진입 트랙을 통해 신약의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

영국의 경우(HST), 초희귀질환을 대상으로 효과와 치료법, 질환의 중등도, 비용효과성을 고려해 권고 여부를 결정한다. 대상 약제는 비미짐주, 스트렌식주, 졸겐스마 등 3개다.

호주의 경우(LSDP)를 통해 초희귀질환을 대상으로 비용-효과적이지 않은 약들을 대상으로 대체약제 유무, 생존기간 연장 등을 근거로 등재 여부를 결정한다. 이를 통해 호주 시장에 진입한 약제는 비미짐주, 스트렌식주 등이다.

배 교수는 또 성과기반 위험분담제에 대해 "초기 평가 전에 변수에 대한 영향이 어느 정도인지, 불확실성이 해소됐을 때 어떤 의사결정이 가능할지를 생각해 봐야 한다"면서 "결과에 따른 출구전략에 대해서도 협상하고 이에 기반해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 교수는 "경평면제로 진입한 약의 임상적 가치에 대한 평가를 지속적으로 이어가야 한다"면서 "해외의 사례를 보면 지속적인 평가를 진행하면서 (약제가) 추가적 편익이 없거나 크지 않다고 평가한 경우가 여럿 있다"고 밝혔다.

배 교수는 경평면제 개선 방안으로 "먼저 자료 수집에 대한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하고, 수집된 자료를 어떻게 평가할 지를 상호 논의해야 할 것"이라면서 "재평가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경평계획서를 작성할 필요가 있다. 비용과 효과, 데이터 사용에 대한 상세한 계획서를 가지고 심의하고 합의하는 과정이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배 교수는 현재 경제성평가자료제출생략가능 제도의 개선 방안에 대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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