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보정심'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의사 확충 명분쌓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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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보정심'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의사 확충 명분쌓기"
  • 이창진 기자
  • 승인 2023.08.18 0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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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 건정심 복사판 일방통행…"의사파업 학습효과, 사회적 논의 선택"
의·정, 보정심 카드 동상이몽 "총선 결과 변수, 찻잔의 태풍에 그칠 수도"

정부가 보건의료 정책과 제도를 심의하는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에 가동에 들어갔다.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복사판으로 윤정부의 의사 인력 증원 강행을 위한 명분 쌓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조규홍 장관 주재로 제1차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이하 보정심)를 개최했다.

복지부 조규홍 장관 주재로 16일 열린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 첫 회의 모습.
복지부 조규홍 장관 주재로 16일 열린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 첫 회의 모습.

필수의료 대책 이행을 위한 의사인력 확충 사회적 논의를 보정심을 통해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보건의료기본법에 근거한 보정심은 보건의료정책 심의기구로 보건의료 제도 개선과 국가와 지자체 역할 심의 등을 담당한다.

복지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정부 7명, 수요자 6명, 공급자 6명, 전문가 5명 등 총 25명으로 구성됐다.

정부 측은 기재부와 교육부, 과기부, 행안부, 환경부, 노동부 차관 및 식약처장, 공급자 측은 의사협회와 병원협회, 치과의사협회, 한의사협회, 약사회, 간호협회 등 의약단체장 그리고 전문가 측은 한국개발연구원과 한양대, 보건사회연구원, 서울대병원, 이화여대 등이 참여했다.

수요자 측은 소비자단체협의회와 소비자연맹, 환자단체연합회, 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새로고침노동자협의회, 상공회의소 등이 이름을 올렸다.

어디에서 많이 본 듯한 모습이다.

■건정심과 동일한 구조…장·차관과 의약단체장 위원만 '격상'

보건차관을 위원장으로 정부와 가입자, 공급자, 공익위원 등 24명으로 운영 중인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하 건정심) 복사판이다.

건정심과 차이는 장관을 위원장으로 중앙부처 차관과 의약단체장 등 위원 구성이 격상된 점이다.

복지부 입장에서 보정심과 건정심을 활용해 보건의료 정책과 건강보험 수가 정책을 쌍끌이 할 수 있는 명분을 마련한 것이다.

역으로 의료계 입장에서 사회적 합의와 논의 기구 결정을 반대할 설득력이 약화될 가능성이 높다.

2020년 8월 여의도를 뜨겁게 달군 의사 파업 모습.
2020년 8월 여의도를 뜨겁게 달군 의사 파업 모습.

의료계 내부도 이를 인지하고 있다.

그동안 개점휴업 상태였던 보정심을 보도자료를 통해 대대적 홍보하는 것은 의사인력 확충 즉, 의과대학 정원 증원을 위한 요식행위라는 시각이다.

■개점휴업 보정심 재개, 2020년 의사파업 학습효과와 대통령실 설득 '카드'

복지부가 내세운 사회적 논의 배경은 2020년 의사 파업이다.

당시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의료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의사인력 확충과 지역의사제 등을 공표했고, 전공의협의회를 중심으로 다수 의사들이 강하게 반발하며 여의도 거리로 쏟아졌다.

학습효과일까. 사회적 논의 기구를 매개로 의사 파업 악몽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게 복지부의 솔직한 심정일 수 있다.

여기에 보건의료정책실장 대기발령이라는 강수를 둔 대통령실의 성난 추진력을 보정심 카드로 설득했다는 합리적 의심도 가능하다.

의사협회 이필수 집행부 역시 의료계 뜨거운 감자인 의사인력 확충 문제를 보정심 산하 의사인력 전문위원회와 필수의료 확충 전문위원회 논의 과정을 통해 지연시키는 전략이 숨어있다는 해석이다.

정부와 수요자, 의약단체장, 전문가 등 25명으로 구성된 보정심 위원들 모습.
정부와 수요자, 의약단체장, 전문가 등 25명으로 구성된 보정심 위원들 모습.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보정심에서 의사인력 확충 성과를 낼 수 있을까.

■의-정, 숨고르기 전략…의료계 "정원 확대보다 의사 워라벨 강구해야"  

정가에 능통한 의과대학 교수는 "보정심은 의사 인력 확충을 위한 명분에 불과하다. 몇 명 늘릴 지보다 저녁 있는 삶을 제공하는 의사들의 워라벨을 강구해야 한다"며 "변수는 내년도 총선 결과이다. 전문위원회 대책 마련 후 포럼과 공청회 등 의견수렴에 상당한 시일이 소요된다. 총선에서 여야 의석수에 따라 보정심 카드는 차 잔의 태풍일 수 있다. 복지부도 정치적 유기체이다"라고 전했다.

대학병원 임상교수는 "사회적 논의기구라는 보정심이 복지부 일방통행인 건정심과 무슨 차이가 있는가. 이미 답을 정한 상태에서 수요자와 전문가 위원들을 활용해 의료생태계를 좌지우지 하겠다는 뜻으로 보여 진다"며 "의료현장과 동떨어진 의사 수 확대 숫자놀이에 불과할 것"이라고 혹평했다.

복지부는 보건의료정책 골든타임이라고 보정심 취지를 지켜 세웠다.

조규홍 장관은 "지난 20년 동안 정부와 의료계는 불신과 대립 속에서 보건의료 미래에 대한 생산적 논의구조를 만들지 못했다. 결국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우려스러운 결과를 가져왔다"며 "정부와 의료계, 수요자, 전문가 모두가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나누고 보건의료 정책 방향을 모색할 마지막 골든타임"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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