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 필수의약품 감기약까지 품절…복지부 "현황 파악 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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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 필수의약품 감기약까지 품절…복지부 "현황 파악 착수"
  • 이창진 기자
  • 승인 2023.06.21 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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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병협, 해열제·거담제 등 141개 품절 장기화 "의료선진국 맞나"
중증질환 의약품 1년째 공급 부재…"손 놓고 있는 정부 원망스럽다" 

소아 대상 필수의약품인 해열제와 콧물약, 진해거담제 등의 품절 사태로 아동병원과 문전약국이 홍역을 앓고 있다.

보건당국은 제약업체 의약품 생산 현황 파악에 착수하며 원인 분석과 함께 개선방안 검토에 들어갔다.
 
대한아동병원협회(회장 박양동)는 20일 병원협회 소회의실에서 '소아청소년과 필수약 품절 실태와 대책 마련 촉구' 기자 간담회를 가졌다.

아동병원협회는 20일 소아청소년 필수의약품 품절 실태를 공개하고 정부의 대책을 촉구했다. 왼쪽부터 이홍준 이사, 최용재 부회장, 박소현 약국장.
아동병원협회는 20일 소아청소년 필수의약품 품절 실태를 공개하고 정부의 대책을 촉구했다. 왼쪽부터 이홍준 이사, 최용재 부회장, 박소현 약국장.

이날 아동병원협회는 6월초 44개 회원병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필수의약품 품절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품절약품은 141개(47개 품목)에 달했다.

소아의 빈번한 질환에 사용하는 진해거담제와 기관지확장제가 52개로 37%로 가장 많았고, 해열제 19개(13%), 콧물약(비충혈제거) 10개(7%) 등이 전체 품절약 57%를 차지했다.

항생제는 20개(14%), 알레르기비염 및 천식 조절 13개(9%), 네불라이저치료제 6개(4%) 그리고 위장관 운동조절과 구토, 복통, 장염약 및 부신피질호르몬제 각 4개(3%) 등이다.

이밖에 독감치료제(3개), 지사제 및 장염약(3개), 항히스타민(3개), 안약(항생제, 2개), 소염효소제(1개) 순으로 파악됐다.

■소수라고 방치하나, 돈이 없어 수입 못하나 "납득 안 된다"  

소아 중증질환 뇌전증 발작 억제 유지약(데파코트 스프링클제형 및 파이콤파 현탁액)과 터너증후군 치료제(프레미나정), 성조속증 진단시약(렐레팍트 LH-RH 고나도렐린아세트산염), 성조속증 치료 주사약(데카펩틸 주사약) 등도 품절 항목에 포함됐다.

아동병원협회가 회원병원 44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품절약 현황.
아동병원협회가 회원병원 44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품절약 현황.

최용재 부회장(의정부 튼튼어린이병원장)은 "소아 중증질환 진단과 치료에 없어서는 안될 필수약이 품절돼 환자들의 고통이 계속되고 있다"면서 "렐레팍트 같은 뇌하수체 성선자극 검사 시약은 1년째 품절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 부회장은 "희귀질환이라서, 환자가 어린이라서 필수약 품절이 지속되는 것이냐"라고 반문하고 "소수라서 방치하는 것이라면 잔인한 나라이고 돈이 없어 수입을 못하는 것이라면 우리나라가 OECD 의료 선진국으로 불릴만한 나라인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홍준 정책이사(김포 아이제일병원장)는 "제대로 된 감기약이 없어 많은 아이들이 아프고 고통 받아야 하느냐. 의료진과 부모들은 품절된 처방약을 구하기 위해 약국에 전화를 돌린다"며 "품절 시 마다 코드 변경과 도매상 연락, 길어지는 조제시간 등 이제 일상이 됐다"고 꼬집었다.

그는 "제조사나 공급사에 문의하면 수입이 되지 않는다, 생산 계획이 없다는 해명뿐이다. 품절사태가 장기적인데 정부는 왜 소아청소년 필수약 공급을 위해 손을 놓고 있는지 원망스럽다"고 토로했다.

■문전약국장 "약국가, 품절약과 전쟁…제약사·도매상에게 사정하는 게 일상" 

의료단체 간담회에 이례적으로 문전약국 약국장이 배석해 소아 품절약 사태의 심각성을 더했다.

아동병원과 문전약국 모두 소아청소년 주요 의약품 품절 사태로 홍역을 앓고 있다.
아동병원과 문전약국 모두 소아청소년 주요 의약품 품절 사태로 홍역을 앓고 있다.

새고은 메디컬약국 박소현 약국장은 "약국가는 품절약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소아 환자에게 다빈도 처방되는 해열제와 항생제, 변비약까지 정상적 처방 조제가 어려운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박 약국장은 "매일 제약사와 도매상 담당자에게 품절약을 문의하고 사정하는 게 일상"이라며 "일반약 해열제까지 품귀 현상이 일어나면서 환자와 보호자들에게 약이 없다고 말씀드려야 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복지부는 이 같은 상황을 모르고 있는 것일까.

아동병원협회가 주장하는 소아청소년 품절 의약품 현황 파악에 착수했다.

담당 공무원은 뉴스더보이스와 통화에서 "소아 대상 의약품이 어떤 상황인지 해당 제약사와 심평원을 통해 알아보고 있다. 품절약 생산 상황과 처방 실적 등을 점검하고 있다. 면밀한 원인 분석을 위해 다소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시적인 현상인지, 공급과 수요 문제인지 분석 작업 이후 식약처, 심평원 등과 협의해 소아청소년 의약품 품절 사태 개선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답변했다.

아동병원협회는 소아청소년 의약품 품절 사태를 전국 아동병원의 공통된 현안이라고 주장해 보건당국의 조속한 대책마련이 시급한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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