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객체 아닌 주체'...환자기본법, 왜 필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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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객체 아닌 주체'...환자기본법, 왜 필요한가?
  • 엄태선 기자
  • 승인 2022.10.18 06:34
  •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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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단체연합회 제정안 제안 '되짚어보기'(상)
지난 6일 환자의 날 기념 환자기본법 제정 입법토론회가 열렸다.
지난 6일 환자의 날 기념 환자기본법 제정 입법토론회가 열렸다.

지난 2016년 7월29일부터 국내에서 '환자'라는 단어가 들어간 최초의 일반법인 환자안전법, 일명 '종현이법'이 제정돼 시행됐다. 이는 백혈병 투병중인 아홉살 정종현 어린이가 정맥에 맞아야 할 항암제 '빈크리스틴'을 척수강내로 오투약하면서 발생한 사망사고로 인해 정종현 군 부모와 환자단체들이 이와 같은 환자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환자안전법 제정운동을 전개하면서 실행된 법안이다.

이 환자안전법은 환자안전을 위한 국가와 지자체 책무와 보건의료인 의무, 환자 권리와 책무, 환자안전종합계획, 환자안전위원회 업무, 전담인력 업무, 환자안전사고 자율보고 주체 등이 담겨져 있다. 문제는 환자안전법은 환자의 안전에 관한 내용으로 범위가 제한돼 있다는 점이다. 이에 환자단체연합회는 그동안 환자의 투병과 사회복귀 및 권익에 대한 법률(이하 환자기본법)을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제기해왔고 최근 그 밑그림을 공개했다.

이에 본지는 환자단체연합회가 지난 6일 제3회 환자의 날에 열린 '환자기본법 제정 입법토론회'에서 제안한 내용을 되짚어보고자 한다. '환자중심시대'에 있어 환자기본법 제정의 필요성과 제정안 내용을 2회에 걸쳐 살펴본다.

 

<상>환자기본법 제정의 필요성

안기종 환자단체연합회 대표가 이날 토론회에서 환자기본법 제정안을 제안했다.
안기종 환자단체연합회 대표가 이날 토론회에서 환자기본법 제정안을 제안했다.

환자단체연합회는 현재 보건의료기본법에 규정한 '환자의 권리' 규정으로는 국내 환자들이 요구하는 환자의 투병 및 권익을 증진하기 위해 필요한 다양한 헌법상 권리를 보장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환자가 '객체나 대상'이 아닌 '주체'가 되도록 지원하는데 보건의료기본법은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또 기존에 소비자기본법이 소비자의 권리를 근거하고 있어 의료소비자인 환자의 투병 및 권익 증진 관련 요구나 활동을 지원하는 환자기본법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소비자기본법은 자유시장경제에서 소비자와 사업자 사이의 관계를 규정하고 있어 환자와 보건의료인-보건의료기관 사이의 관계는 보건의료인이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다룬다는 그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품과 용역을 다루는 소비자기본법으로는 설명하거나 포섭할 수 없는 영역이 존재하다고 부연했다.

특히 환자단체가 지난 2022년 9월19일부터 9월28일까지 10일 동안 소속 환자단체 회원 10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의 결과에서 환자기본법 제정여부에 대한 인식이 낮은 것으로 집계됐다고 소개했다.

1001명 중 6.3%인 63명은 제정되어 있다고, 43.9%인 439명은 모르겠다고 답했다. 49.9%인 499명은 제정되어 있지 않다고 답해 절반이상이 환자기본법이 있거나 그 제정여부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는 것. 여기에 응답자의 96%인 961명이 환자기본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럼 본론으로 가서 환자기본법 제정이 왜 필요한 지에 대해 크게 7가지 이유를 들었다.

△환자 관련 제개정된 법류 각개전투식 입법 형태 △환자단체 정의 규정 통해 법정위원회 참여 확대 △환자단체 육성-발전 및 지원의 법적 근거 마련 △환자정책종합계획 수립-시행의 법적 근거 마련 △환자 정책-입법의 근거 창출을 위한 환자연구소 설치-운영 △환자투병지원센터 설치-운영 △환자의 날 기념일 지정에 대한 법적 근거 마련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각개전투식' 환자관련 입법

먼저 그 필요성의 첫번째 이유는 환자 관련 법률들이 각개전투식으로 입법되고 있어 헌법에 근거한 환자의 권리를 구현하는 정책과 활동이 지속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 법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환자의 기본 권리는 보건의료 서비스를 제공받는 권리부터 정보 접근권, 설명을 들을 권리, 자기결정권, 비밀보호, 안전치료, 삼당-분쟁해결 신청, 사회복귀, 정책결정 참여권, 교육받을 권리, 환자단체 자조권 등을 예시로 들었다.

그동안 의료사고의 경우 의료분쟁조정법에, 환자안전사고는 환자안전법, 존엄사는 연명의료결정법, 메디컬푸어는 재난적의료비지원법으로 사회적 이슈 발생 후 재발 방지대책 차원에서 각개전투식 입법을 진행했다고 꼬집었다.

이 외에도 환자의 권리 규정이 일부 포함된 개별법률은 보건의료기본법과 의료법, 응급의료법, 국민건강보험법, 의료급여법, 개인정보보호법, 소비자기본법, 장기이식법, 혈액관리법, 암관리법, 희귀질환관리법 등이 있다고 소개했다.

'환자 정의' 규정통해 법정위원회 참여

두번째 이유는 환자단체 정의 규정을 통해 법정위원회 참여를 확대해야 한다고 것이다. 환자 관련 중요한 정액 결정하는 법정위원회에 환자기본법에 의한 환자단체로 참여할 수 있도록 정의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환자단체는 법률에 정의 규정이 없어비영리민단체지원법과 소비자기본법에 각각 정의 규어 정을 두고 있는 비영리민간단체나 소비자단체로 참여하고 있어 법정위원회 참여가 제외되는 사례가 잦다고 지적했다.

복지부 산하 60여개 법정위원회 중 환자단체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국가환자안전위원회, 국가호스피스연명의료위원회,의료기관인증위원회, 재난적의료비지원정책심의위원회, 혈액관리위원회,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 보건의료인력정책심의위원회, 첨단재생의료-첨단바이오의약품정책심의위원회, 장기등이식윤리위원회 등에 참여하고 있다.

'열악한' 환자단체 육성-발전-지원

세번째 이유는 환자단체 육성과 발전 및 지원의 법적 근거가 마련되기 위해서다.

지난 2014년 환자단체연합회가 실태조사한 전국환우회 수는 1394개였지만 정관과 이에 근거한 의사결정조직, 회계 공개, 투병 및 권익 증진 관련 정보를 홈페이지난 카페, 블로그 등을 통해 공개하는 곳은 불과 6%수준인 85개에 불과했다고 소개하고, 복지부에 등록 가능한 비영리민간단체로 성장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고 있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육성-발전시키고 지원할 수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뒷받침하듯 최근 1001명 대상 설문에서 98.7%인 987명이 국가와 지자체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여기고 있었다.

체계적 환자 종합정책 수립-시행

네번째 이유는 환자정책종합계획 수립과 시행의 법적근거 마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보건의료 영억서 환자정책 관련한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계획을 수립-시행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어 환자정책 관련 종합계획이 수립된 적이 없다는 지목했다.

1001명 대상 설문서 환자정책 기본계획의 수립-시행을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본 응답자가 67.5%인 675명에 달한다고 소개하고 환자정책종합계획 수립가 시행의 법적 근거 마련이 시급하고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환자중심연구활동 '환자연구소' 설치-운영

다섯번째 이유는 환자 정책-입법의 근거 창출을 위한 환자연구소 설치와 운영의 필요성이다.

의협이나 한의협, 약사회, 간호협회, 병원협회, 제약바이오협 등 보건의료 관련 직능단체는 자체 연구소를 설치운영해 정부나 국회에 보건의료 관련 정책이나 입버 제안시 근거자료를 생성해 제시하고 있다며 환자단체에서 설치운영하는 연구소는 거의 없어 환자중심의 연구활동도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목했다. 환자에게 관심이 높거나 중요한 보건의료 아젠다라고 하더라도 근거가 부족해 정부 정책이나 국회 입법으로 이어지지 않은 경우가 많다고 본 것이다.

이에 환자단체의 연구사업 수행을 위해 정부와 지자체가 행정적-재정적 지원하고 환자단체 활동가와 보건의료 전문가들이 환자학회 등을 설립해 함께 학술활동을 전개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환자위한 '지원센터', 전국 1곳도 없어

누구나 환자가 될 수 있다. 환자 투병을 지원하고 사회 복귀를 지원하는 지원센터가 전국 어디에도 없다.
누구나 환자가 될 수 있다. 환자 투병을 지원하고 사회 복귀를 지원하는 지원센터가 전국 어디에도 없다.

여섯번째 이유는 환자투병지원센터 설치와 운영이 필요하기에 환자기본법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봤다.

장기간 투병으로 우울증 등 정서적 고통을 겪으며 치료가 종료되거나 완치되어도 중증질환에 관한 사회적 편견으로 취업, 결혼 등에 있어 불이익을 입고 있다고 설명하고 장애인복지관, 노인복지관, 소비자보호원, 여성센터-여성플라자, 청소년센터-청소년수련관, 청년공단 '무중력지대'는 있으나 환자의 투병을 지원하는 센터는 전국에 1곳도 없다는 것이다.

이에 환자들이 최소의 비용으로 최적의 치료를 받기 위한 투병 정보, 치료비 지원을 받기위한 사회복지정보, 정서적 지지, 시회복귀를 위한 취업준비 등 다양한 욕구가 존재하고 이를 통합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환자투병지원센터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환자중심 보건의료환경 조성 '환자의 날' 지정

끝으로 '환자의 날' 기념일 지정을 법률로 명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성의 날, 장애인의 날, 청소년의 달, 소비자의 날 등과 같이 정부-국회-보건의료공급자-국민으로 하여금 환자의 투병 및 권익 증진 관련 정책-입법에 관심을 두도록하고 환자중심의 보건의료 환경을 만들기 위해 환자전체를 포괄하는 환자의 날 기념일 지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번 시간은 환자기본법 제정이 왜 필요한 지에 대해 짚어봤다. 다음 시간은 환자단체연합회가 제시한 환자기본법 제정안의 내용과 논점을 알아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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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해 2022-10-19 12:54:25
누구나 환진가 될수있습니다.
환자가 주체가되는 환자기본법이 꼭 제정되길 바랍니다.

꼬미맘 2022-10-19 12:04:00
좋은기사 감사합니다. 환자 중심의 보건의료환경이 자리잡히고, 환자들에게 걱정없이 관리 할 수 있는 방법들이 많이 마련되기를 바랍니다. 환자와 가족들이 마음의 짐을 조금이라도 덜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어요.

김정희 2022-10-19 10:10:51
좋은기사 감사합니다. 환자가 중심이 되어 질 높은 의료를 제공 받을 수 있는 환자 중심의 보건의료환경이 좀 더 현실화 되고, 평생 함께 해야하는 질환을 가진 환자들에게 보장성이 확대 되길 바래봅니다.

김지연 2022-10-19 08:46:59
환자가 권리 주체로서 환자의 권리를 구현하는 정책과 활동이 지속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 ‘환자기본법’ 제정을 응원합니다.

연이M 2022-10-18 23:10:21
좋은 기사입니다. 이해하기 쉽게 잘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후속 기사 기다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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